주간동아 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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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건강만큼 중요한 게 있나요

한방으로 짜는 체질별 건강 설계…부조화된 생활습관, 음식물 섭취가 '질병' 불러

  • 입력2005-03-04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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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 건강만큼 중요한 게 있나요
    암울한 경기상황이 예고된 2001년엔 건강법도 더 적극성을 띠어야 할 것 같다. 여기저기서 주워섬긴 건강상식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거나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 먹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 가족이라도 체질이 다 다르고, 그에 따라 건강법도 달라지기 때문에 한해의 건강전략을 제대로 짜려면 가족 구성원별 정확한 체질과 병력, 섭생 및 운동법, 계절별 특기사항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체질에 맞지 않는 생활패턴과 음식물 섭취는 질병의 가장 큰 원인이므로 ‘체질’이란 큰 범주 내에서 건강을 ‘기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은 가장 보편적인 체질을 지닌 한 가정을 모델로 짜본 새해 가족건강 설계의 본보기다.

    ●할머니(70세)

    다소 비만체질인 할머니는 수년 전 중풍을 앓아 아직 그 후유증이 남아 있다. 더욱이 중풍으로 몸이 부자연스럽게 되면서 운동량도 줄어 몇 년 새 체중이 더 늘었다. 과체중으로 관절염도 심해졌다.



    ▷3∼5월: 환절기엔 관절염이 도질 수 있으므로 항상 관절 부위를 따뜻하게 해줌으로써 혈액순환을 원활히 유지해야 한다. 때로 약물이나 침, 부항, 뜸 등 적극적 치료를 병행해야 할 경우도 있다.

    날이 풀리면 걷기 운동을 권할 만하다. 단 관절에 무리가 없도록 신경써야 한다. 처음엔 10∼15분 정도 천천히 걷다가 점차 걷는 시간을 늘린다. 조금씩 걷는 운동은 중풍 재활치료에 필수사항.

    ▷6∼8월: 열대야 현상으로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잠자리에 들기 전 1.8ℓ들이 청주 1병을 부은 미지근한 물에 목욕하면 도움이 된다. 지나치게 더운물은 혈압이 높고 연로한 할머니에겐 적절하지 않다.

    입맛을 잃었을 땐 시원한 두유를 마시거나 콩국수를 먹으면 좋다. 그러나 삼계탕은 피한다. 비만하고 순환기계통의 질병이 있는 체질은 대개 열이 많은 체질이어서 열성 약재인 인삼이 몸에 맞지 않기 때문.

    ▷9∼11월: 날씨가 추워지면 중풍 재발을 조심해야 한다. 중풍은 재발 확률이 매우 높은 만큼 생활습관에 유의하면서 식사시 당분이나 동물성 지방을 삼가고 식물성 지방이나 식물성 단백질을 섭취한다.

    ●남편(45세)

    어머니의 체질을 닮아 다소 비만한 체질. 열과 땀이 많고 폐와 순환기계가 약하다. 그러나 담배를 하루 1갑 이상 피우는 애연가. 업무상 술자리가 잦고 운동량도 부족하다.

    ▷2∼5월: 피부를 관장하는 장기는 폐. 따라서 폐가 약한 이런 체질은 대개 피부도 약하다. 특히 피로, 수면부족,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온 몸의 피부에 가려움과 따가움을 느낀다. 조금만 피곤해도 눈이 쉽게 침침해지고 졸음이 밀려온다. 나른한 봄을 잘 이겨내려면 충분한 휴식이 필수. 피로가 누적되면 소변량이 평소보다 줄고 머리가 묵직해진다.

    보통 보약은 가을에 먹지만 봄철 보약은 여름을 튼튼하게 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약재로는 녹용이 잘 맞는다. 반면 약재 중 계지는 발진이 생길 수 있고 석고는 손발이 차가워질 수 있으므로 피하도록 한다.

    ▷6∼8월: 땀을 낼수록 건강에 도움이 되는 체질이므로 땀을 두려워 말고 흠뻑 흘리도록 한다. 사우나로 땀내는 것도 좋지만 비만이 우려되므로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운동하는 것이 더 좋다.

    어떤 운동이든지 시간을 길게 하고 속도를 주어 운동량이 충분하도록 한다. 그러나 역도, 단거리 달리기 등 무산소 운동은 피한다. 무산소 운동은 근력을 키우는 운동이므로 기능이 약한 폐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기 때문. 반면 유산소 운동을 하면 심폐기능이 강화된다.

    ▷9∼11월: 폐가 약하므로 호흡기 질환을 조심한다. 오행설에 따르면 계절별로 연관되는 장기가 다 다른데, 가을은 폐가 관장하는 시기. 또 폐와 장은 한의학적으로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가을에 폐의 기운이 상하면 겨울 내내 설사병을 앓을 수 있다. 평소 흡연이 지나쳐도 설사가 생긴다. 배나 도라지는 열이 많고 호흡기가 약한 체질에 알맞는 식품.

    마른 편에 소화기능이 약해 쉽게 체하는 체질. 조금만 땀을 흘려도 기운이 빠진다. 몸이 차고 잔병치레가 많은 편인데 특별히 빈혈 증세가 있다.

    ▷2∼5월: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펴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대개 이런 체질에는 상체에 비해 하체가 발달된 사람이 많으므로 하체를 이용하는 등산, 자전거 타기 등이 적합하다. 그러나 땀을 흠뻑 흘릴 만큼의 격렬한 운동은 피한다. 원래 허약한 체질인데 땀을 지나치게 흘리면 더욱 냉한 체질이 되어 건강을 해치기 쉽다.

    목욕을 할 때도 너무 땀을 내지 않도록 적당히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다. 특히 쑥목욕은 몸을 덥혀준다. 마른 쑥을 헝겊주머니에 싸서 따뜻한 물에 우려낸 뒤 10분쯤 몸을 담갔다가 찬물로 가볍게 샤워하면 된다.

    ▷6∼8월: 날이 덥더라도 찬 음식은 삼간다. 여름에도 소화되기 쉬운 따뜻한 음식을 먹고 냉수보다는 끓인물을 마시도록 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으로 인한 냉방병에도 가장 쉽게 걸리므로 조심한다.

    남편과 마찬가지로 땀이 많은 체질이지만, 남편이 땀을 흘릴수록 좋은 반면 아내가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빈혈증세가 나타나고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이런 사람들은 닭이나 인삼 같은 열성식품으로 여름을 나는 것이 현명하다.

    ▷9∼11월: 잘 익은 가을 대추는 그 자체가 열성식품으로 몸을 데워주는 역할을 한다. 대추차에 황기를 20g 정도 넣으면 금상첨화. 인삼을 끓여 마시면 허약한 소화기능을 보할 수 있다. 백출, 감초, 진피 등도 도움이 된다. 보리차는 몸을 냉하게 하는 음료이므로 대신 황기, 인삼, 대추를 같은 비율로 달여 아침저녁으로 마신다.

    초가을은 장어 맛이 가장 좋을 때인데, 장어에 마늘을 듬뿍 넣어 고아 먹는 것도 허약체질을 개선한다. 그러나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좋지 않다.

    ●아들(12세)

    어머니와 달리 소화기능이 좋은 반면 비뇨생식기가 약하다. 눈의 피로가 잘 오며 머리가 항상 무겁거나 어지럽다. 반사신경과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만 계획성이 부족하고 끈기가 없는 편.

    ▷3∼5월: 위장이 강하고 비뇨생식기가 약한 체질은 대개 집중력이 약하다. 새학기가 시작되므로 시간별 학습 계획표를 만들어 공부하는 것이 좋다. 특히 밤에 집중력이 높아지므로 그 시간에 하기 싫은 공부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대변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엔 몸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대변이 이삼일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가슴이 터질 정도로 답답한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6∼8월: 체질적으로 열이 많아 더위를 잘 탄다. 그러나 소화기능이 강해 음식을 특별히 가릴 필요는 없다. 다만 신장기능이 약하므로 신장을 보해주는 싱싱한 채소나 해물류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메밀국수나 수박화채, 오이냉채, 시원하게 식힌 산수유차, 구기자차 등이 여름나기에 적당한 음식. 인삼, 대추를 넣은 보약이나 삼계탕은 몸에 해롭다.

    ▷9∼11월: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지만 지구력이 떨어지므로 아침에 가벼운 조깅이나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하체 운동이 필요한 어머니와 주말 등산을 가는 것도 좋을 듯. 등산을 할 때에는 완만하고 장시간 걸어야 하는 코스보다 가파르더라도 짧은 시간에 산행을 끝낼 수 있는 코스를 고른다.

    날이 추워졌다고 뜨겁거나 매운 음식을 먹는 것은 체질에 맞지 맞는다. 목욕도 다소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의 물에서 하되,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싶다면 심장 부위가 푹 담기지 않도록 반신욕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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