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지구상에는 새로운 민족 대이동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국가간 또는 국가 내의 빈부격차, 계속되는 내란과 전쟁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많은 사람들이 자국을 등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이민자의 수는 7000만명에서 1억명 정도며, 그 중 130만명이 매년 유럽연합의 문을 두드린다. 영국과 독일은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도 정치 망명자와 경제 망명자가 가장 선호하는 국가다.
그러나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독일의 문은 아직 단단히 잠겨 있다. 취업 이민이 거의 불가능하고, 그에 따라 정치망명을 통해 이주의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망명 승인율은 15%를 넘지 않는다. 합법적 이주에 대한 통제는 범죄 조직에 의한 불법 이주자를 양산시켰으며, 이들은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주인공으로 취급받게 됐다. 불법 노동자로서 비인간적 취급을 받고, 노동력을 수탈당하며, 범죄조직의 돈벌이 대상이 되거나 스스로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독일은 지금까지, 특히 보수 기민당 정권 16년 동안, ‘보트는 꽉 찼다, 독일은 이민국이 아니다’라는 슬로건만 되풀이 해왔다. 하지만 독일은 역사적으로 볼 때 대표적 이민국이었다. 2차대전 패전 후 동유럽에서 구서독으로 1949년까지 피난온 800만명의 독일인을 제외하더라도, 1950년부터 1997년까지 취업 이민자와 그 가족, 정치 망명자, 동구권 와해 후 구소련과 동유럽에서 넘어온 사람들을 합해 약 2900만 명이 독일로 이주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독일은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를 취업 이민자로 받아들였으나, 80년대 들어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82년부터 98년까지 콜 총리의 집권 동안 기민당은 고실업률과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불만,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정 등을 들어 반(反)이민정책을 고수했다. 결국 사회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뒷전으로 둔 채, 현상유지와 정권유지에만 전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정보통신 인력 2만명 수용 발표
그러나 현재 독일이 처해 있는 지속적 인구 감소와 전문인력의 부족 현상 앞에서 기민당의 이런 낡은 구호는 난센스에 불과했다는 것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인구학자들은 70년대부터 시작된 독일의 출산율 저하현상이 해소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민 수용의 당위성을 찾고 있다. 98년 통계로 독일의 인구는 약 8200만명인데 이중 15∼64세까지의 노동연령인구가 약 5600만명이며, 65세 이상의 노년층은 1300만명으로, 노년층 대 노동연령층의 비율은 1:4.3명이다.
유엔이 발표한 인구 예측상황 보고서는 독일의 경우 현재의 출산율을 기준으로 외국에서 이주민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050년에는 인구가 5880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사회의 노령화 추세에 비춰 노년층과 노동연령층의 비율도 1:1.8명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것. 이는 독일의 현 연금체제상 노동인구 1.8명이 연금생활자 1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꼴이 된다. 이 비율에 실업에 의한 비노동인구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노동인구가 담당해야 할 사회적 부담은 더욱 커진다는 게 유엔의 분석이다.
이런 예측들은 독일이 인구 구조의 변화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이민정책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미 그 구체적 징후로 고실업에도 불구하고 전문인력의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 2월, 보수세력의 비판을 예상하면서도 연방 총리 슈뢰더는 일명 ‘그린카드’(미국 체류허가증)의 용단을 내렸다.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외국에서 2만명의 IT(정보통신) 분야 전문인력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연방 주선거에서 ‘인도인(IT 분야 전문인력) 대신 우리 어린이들’이라는 외국인 적대구호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정치 선전전에 돌입했다.
야당과의 정치적 논쟁을 야기한 슈뢰더의 이번 결정은 또 다른 면에서 전문가들의 공격대상이 됐다. 슈뢰더의 발표가 실제 수요를 전혀 충족하지 못하는 상징적 숫자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었다. 컴퓨터 관련 산업에서 후발주자에 속하는 독일은 전문인력 양성에도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립 직업중개소에는 지난해 기업들의 컴퓨터 분야 구인신청이 4만4000 건이나 쏟아졌다.
흔히 독일 내 보수세력이나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이렇게 실업자가 많은데도 왜 외국에서 노동인력을 데려오려 하는가”라는 비판은 노동시장의 현실에 대한 ‘반쪽의 진실’만 말하고 있다. 현재 등록된 실업자수는 400만명 정도이나, 채워지지 않은 일자리도 40만개나 있으며, 실제 노동력이 필요한 일자리는 3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자라는 인력은 컴퓨터 분야뿐 아니라 기계공학과 항공공학, 생명공학 분야와 서비스업에도 해당된다. 앞으로는 양로원, 병원, 간병업무나 ‘실버산업’에도 노동력 부족현상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현재의 실업자들로는 채울 수가 없다는 것에 있다. 독일의 비어 있는 일자리는 새로운 직업적 자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독일 사회에서는 이민법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법이민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고, 정치망명 승인절차의 재정부담을 줄이며, 독일 현실에 적합한 사회정책을 실시하려면 이민법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즉 새 이민법을 제정함으로써 독일을 위해 연간 얼마나, 어떤 조건의 인력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독일 정부는 새 법안 제정을 위해 우선 이민위원회를 구성해 법률안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
정치 망명자와 취업 이민자에 대한 이민정책의 전환을 위해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사안 중 하나가 우선 지나치게 까다로운 전문인력 수용법(그린카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 현재의 수용법으로는 전문인력의 이민은 대학 졸업자로서 연 10만 마르크 이상의 소득이 있는 자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작은 컴퓨터 관련 회사들이 이 조건을 채우며 외국인을 고용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소형 인터넷 회사들의 기본급은 연 7만 마르크 정도며, 그 밖에는 자사의 주식옵션으로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이민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최대의 난제는 사실 법개정의 문제가 아니다. 80년대부터 증가해 최근에는 거주 외국인들에게 심리적 불안감까지 조성하는 극우세력의 물리적 폭력과 독일 사회 저변에 깔린 외국인 적대 감정은 이민정책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민당 정부는 극우정당인 NPD(나치를 추종하는 독일 국수주의 정당)를 금지하는 법제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법적 금지만으로는 별 효력이 없다는 것이 이민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들은 법적 통제장치를 만들기 이전에 독일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일방적 편견부터 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외국인들은 독일인으로부터 일자리를 뺏고 망명자 수용법과 사회복지제도를 악용하는 범죄집단이라는 독일인의 피해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독일인과 소수 민족들 사이의 상호존중과 사회적 평화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스스로 개방적 다문화 사회로 진전하지 않는다면 슈뢰더의 이민정책은 공허한 외침일 따름이다.” 독일이 매력적인 이민수용국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의 성패는 결국 독일 국민 스스로의 변화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게 세계인들의 보편적 시각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민자의 수는 7000만명에서 1억명 정도며, 그 중 130만명이 매년 유럽연합의 문을 두드린다. 영국과 독일은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도 정치 망명자와 경제 망명자가 가장 선호하는 국가다.
그러나 이민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독일의 문은 아직 단단히 잠겨 있다. 취업 이민이 거의 불가능하고, 그에 따라 정치망명을 통해 이주의 기회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나, 망명 승인율은 15%를 넘지 않는다. 합법적 이주에 대한 통제는 범죄 조직에 의한 불법 이주자를 양산시켰으며, 이들은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주인공으로 취급받게 됐다. 불법 노동자로서 비인간적 취급을 받고, 노동력을 수탈당하며, 범죄조직의 돈벌이 대상이 되거나 스스로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독일은 지금까지, 특히 보수 기민당 정권 16년 동안, ‘보트는 꽉 찼다, 독일은 이민국이 아니다’라는 슬로건만 되풀이 해왔다. 하지만 독일은 역사적으로 볼 때 대표적 이민국이었다. 2차대전 패전 후 동유럽에서 구서독으로 1949년까지 피난온 800만명의 독일인을 제외하더라도, 1950년부터 1997년까지 취업 이민자와 그 가족, 정치 망명자, 동구권 와해 후 구소련과 동유럽에서 넘어온 사람들을 합해 약 2900만 명이 독일로 이주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독일은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를 취업 이민자로 받아들였으나, 80년대 들어 그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82년부터 98년까지 콜 총리의 집권 동안 기민당은 고실업률과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불만, 사회 저변에 깔려 있는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정 등을 들어 반(反)이민정책을 고수했다. 결국 사회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뒷전으로 둔 채, 현상유지와 정권유지에만 전력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정보통신 인력 2만명 수용 발표
그러나 현재 독일이 처해 있는 지속적 인구 감소와 전문인력의 부족 현상 앞에서 기민당의 이런 낡은 구호는 난센스에 불과했다는 것이 속속 증명되고 있다. 인구학자들은 70년대부터 시작된 독일의 출산율 저하현상이 해소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민 수용의 당위성을 찾고 있다. 98년 통계로 독일의 인구는 약 8200만명인데 이중 15∼64세까지의 노동연령인구가 약 5600만명이며, 65세 이상의 노년층은 1300만명으로, 노년층 대 노동연령층의 비율은 1:4.3명이다.
유엔이 발표한 인구 예측상황 보고서는 독일의 경우 현재의 출산율을 기준으로 외국에서 이주민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2050년에는 인구가 5880만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사회의 노령화 추세에 비춰 노년층과 노동연령층의 비율도 1:1.8명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것. 이는 독일의 현 연금체제상 노동인구 1.8명이 연금생활자 1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꼴이 된다. 이 비율에 실업에 의한 비노동인구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노동인구가 담당해야 할 사회적 부담은 더욱 커진다는 게 유엔의 분석이다.
이런 예측들은 독일이 인구 구조의 변화에 현실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이민정책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미 그 구체적 징후로 고실업에도 불구하고 전문인력의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 2월, 보수세력의 비판을 예상하면서도 연방 총리 슈뢰더는 일명 ‘그린카드’(미국 체류허가증)의 용단을 내렸다. 기업들의 요구에 따라 외국에서 2만명의 IT(정보통신) 분야 전문인력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연방 주선거에서 ‘인도인(IT 분야 전문인력) 대신 우리 어린이들’이라는 외국인 적대구호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정치 선전전에 돌입했다.
야당과의 정치적 논쟁을 야기한 슈뢰더의 이번 결정은 또 다른 면에서 전문가들의 공격대상이 됐다. 슈뢰더의 발표가 실제 수요를 전혀 충족하지 못하는 상징적 숫자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비판이었다. 컴퓨터 관련 산업에서 후발주자에 속하는 독일은 전문인력 양성에도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립 직업중개소에는 지난해 기업들의 컴퓨터 분야 구인신청이 4만4000 건이나 쏟아졌다.
흔히 독일 내 보수세력이나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이렇게 실업자가 많은데도 왜 외국에서 노동인력을 데려오려 하는가”라는 비판은 노동시장의 현실에 대한 ‘반쪽의 진실’만 말하고 있다. 현재 등록된 실업자수는 400만명 정도이나, 채워지지 않은 일자리도 40만개나 있으며, 실제 노동력이 필요한 일자리는 3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자라는 인력은 컴퓨터 분야뿐 아니라 기계공학과 항공공학, 생명공학 분야와 서비스업에도 해당된다. 앞으로는 양로원, 병원, 간병업무나 ‘실버산업’에도 노동력 부족현상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현재의 실업자들로는 채울 수가 없다는 것에 있다. 독일의 비어 있는 일자리는 새로운 직업적 자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독일 사회에서는 이민법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법이민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해소하고, 정치망명 승인절차의 재정부담을 줄이며, 독일 현실에 적합한 사회정책을 실시하려면 이민법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즉 새 이민법을 제정함으로써 독일을 위해 연간 얼마나, 어떤 조건의 인력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현재 독일 정부는 새 법안 제정을 위해 우선 이민위원회를 구성해 법률안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
정치 망명자와 취업 이민자에 대한 이민정책의 전환을 위해 가장 시급히 요구되는 사안 중 하나가 우선 지나치게 까다로운 전문인력 수용법(그린카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 현재의 수용법으로는 전문인력의 이민은 대학 졸업자로서 연 10만 마르크 이상의 소득이 있는 자에 한정돼 있다. 하지만 작은 컴퓨터 관련 회사들이 이 조건을 채우며 외국인을 고용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소형 인터넷 회사들의 기본급은 연 7만 마르크 정도며, 그 밖에는 자사의 주식옵션으로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 이민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최대의 난제는 사실 법개정의 문제가 아니다. 80년대부터 증가해 최근에는 거주 외국인들에게 심리적 불안감까지 조성하는 극우세력의 물리적 폭력과 독일 사회 저변에 깔린 외국인 적대 감정은 이민정책의 눈에 보이지 않는 근본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민당 정부는 극우정당인 NPD(나치를 추종하는 독일 국수주의 정당)를 금지하는 법제정을 서두르고 있지만, 법적 금지만으로는 별 효력이 없다는 것이 이민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이들은 법적 통제장치를 만들기 이전에 독일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일방적 편견부터 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외국인들은 독일인으로부터 일자리를 뺏고 망명자 수용법과 사회복지제도를 악용하는 범죄집단이라는 독일인의 피해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독일인과 소수 민족들 사이의 상호존중과 사회적 평화는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스스로 개방적 다문화 사회로 진전하지 않는다면 슈뢰더의 이민정책은 공허한 외침일 따름이다.” 독일이 매력적인 이민수용국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의 성패는 결국 독일 국민 스스로의 변화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게 세계인들의 보편적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