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의원 : 삼성의 법률자문과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받은 액수가 상당하기 때문에 삼성의 변칙증여 문제와 관련해 법률적인 자문과 고문 역할을 해주신 게 아닌지 의구심이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영철 헌재소장 후보자 : 제가 삼성에서 일을 시작할 때는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9월5일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내용 중 일부다. 의원들은 이날 윤영철 후보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에 대한 변칙 증여 과정에 법적 조언을 하지 않았는지를 물고늘어졌지만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후배 법조인들은 당시 “윤영철 후보의 성품상 변칙증여에 자문해주었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면서도 “삼성 관련 재판을 맡는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삼성에 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어쨌든 이날 청문회는 삼성의 호화 법조인맥을 새삼 확인해주었다는 게 재계의 평가. 김기수 전 검찰총장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회장 시절 대한생명 법률고문을 맡은 적이 있긴 하지만 삼성처럼 법원과 검찰의 고위 인사 다수를 계열사에 포진시킨 그룹은 드물다는 것. 또 각 계열사 법무실 소속 변호사도 현재 30여명으로, 1∼3명 수준인 4대 그룹 법무실을 수적으로 압도한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삼성의 법무 수요가 많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한다. 이재용씨의 변칙증여 의혹에 대해 참여연대가 삼성전자와 삼성SDS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러나 삼성측은 “기업 규제 및 감독기관의 감독 강화 등에 따라 기업법무 업무가 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삼성 법무실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도 “그런 문제는 외부의 전문변호사에게 맡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며 그룹내 법조인과 이재용씨 변칙증여 의혹을 연결짓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은 현재 재용씨의 변칙증여 의혹과 관련한 소송 대리인을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장에 맡겨놓은 상태.
삼성의 거물 법조군단은 우선 삼성그룹 계열사 사외이사에 많이 포진해 있다. 김석수 전 대법관이 올 3월 주총에서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서정우 변호사가 삼성중공업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검찰 출신 사외이사로는 김종건 전 법제처장(삼성전기)과 송정호 전 법무연수원장(제일기획)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가운데 김석수 전 대법관과 서정우 변호사가 각각 삼성전자 주식 500주와 삼성중공업 주식 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사외이사가 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절차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등에서는 “사외이사들이 회사 주식을 공로주 형태로 받았다면 경영진 감독이라는 사외이사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삼성 사외이사의 또다른 인맥은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들. 황재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삼성전자), 최병윤 전 징세심사국장(삼성SDI), 박래훈 전 직세국장(삼성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올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황재성 전 청장의 경우 참여연대가 “삼성전자에 대한 법률 자문역을 수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김&장의 상근고문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적 자격에 위배된다”며 사외이사직 선임을 반대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삼성의 사외이사 등 드러난 얼굴보다 드러나지 않은 법조인맥의 면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각 계열사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는 인사들. 그러나 상장사라고 하더라도 고문 변호사 선임 내용은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한화갑 민주당 최고위원의 동생 한종술 변호사가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목포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87년 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에서 개업하다 96년 천안으로 옮긴 한변호사는 98년 말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로 위촉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삼성이 한최고위원을 의식한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또 삼성이 한변호사에게 자동차보험 관련 소송을 많이 맡기지 않겠느냐고 추론한다.
그러나 한변호사는 “한최고위원은 내가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면서 한최고위원과의 관련설을 일축했다. 그는 또 “94년부터 현대해상화재보험과 해동화재보험 등에서의 고문변호사 경력을 삼성화재가 평가했기 때문”이라면서 “천안 지역에 삼성화재 고문변호사가 2명 더 있기 때문에 소송을 독식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1년에 4건 정도 수임하고 있는데, 보수도 많지 않다”는 것.
삼성이 최근 들어 각 계열사 법무실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 삼성은 7월 말 법복을 벗은 서울지법 판사 출신 이현동 변호사와 서울지검 검사 출신의 엄대현 변호사를 삼성전자 법무실 변호사로 채용했다. 이들의 합류로 삼성전자 법무실 소속 변호사는 5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법무실장은 94년 영입된 송웅순 변호사. 이 밖에 각 계열사 법무실에도 1∼2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으로 옮긴 이유에 대해 대개 기업법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삼성화재 법무실장 김광석 이사는 “7년 2개월의 검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는데,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작년에 삼성에 합류했다”면서 “검사 시절 만족도가 100점 만점 기준으로 60점이라고 한다면 현재 만족도는 80점”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삼성에 합류한 엄대현 변호사는 “기업법무는 갈수록 수요가 늘고 있어 삼성을 선택했다”면서 “현재 회사법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법무란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다가 법률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률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법률가가 직접 기업활동에 참여해 문제를 미리 방지하거나, 국내외적 법률환경에 맞는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을 돕고, 대외적으로 기업활동에 바람직한 법률환경을 조성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삼성그룹 법무실 소속 변호사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인사는 삼성전자 신흥철 변호사. 신변호사는 법관 임관성적 3위의 ‘수재판사’로 법원내에서 촉망받았으나 97년 8월 제주지법 판사를 끝으로 옷을 벗고 같은해 9월 삼성에 입사했다. 서울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95년 12월, 12·12 및 5·18과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주인공.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김용철 상무는 법조인 출신이면서도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어 화제다. 83년 사법시험 25회에 합격한 후 서울지검 등에서 특수부 검사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97년 9월 삼성으로 옮겨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삼성으로 옮긴 후 재무팀 이사로 발령받았다는 점. 그는 이후 회계학원을 열심히 다녀 이제는 완전한 재무통으로 자리잡았다. 그룹 비서실에 근무했던 한 임원은 “그에게 법적인 문제로 자문하면 ‘나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삼성에 오지 않았다’고 화를 낼 정도로 그의 변신은 완벽하다”고 전했다. 그는 올 1월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 법무실은 인형무 변호사가 80년 법률고문으로 채용되면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건희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동기인 그는 그룹내에서 상당한 파워를 행사하며 경영진에게 법적인 측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동기로는 김대중 정부 초기 민정비서관을 역임한 이범관 대검 공안부장도 있다.
법조계에서 삼성의 법조인맥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처럼 화려한 인맥 때문일 것이다.
윤영철 헌재소장 후보자 : 제가 삼성에서 일을 시작할 때는 그런 문제가 일어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사건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9월5일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내용 중 일부다. 의원들은 이날 윤영철 후보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에 대한 변칙 증여 과정에 법적 조언을 하지 않았는지를 물고늘어졌지만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후배 법조인들은 당시 “윤영철 후보의 성품상 변칙증여에 자문해주었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면서도 “삼성 관련 재판을 맡는 후배 법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삼성에 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어쨌든 이날 청문회는 삼성의 호화 법조인맥을 새삼 확인해주었다는 게 재계의 평가. 김기수 전 검찰총장이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회장 시절 대한생명 법률고문을 맡은 적이 있긴 하지만 삼성처럼 법원과 검찰의 고위 인사 다수를 계열사에 포진시킨 그룹은 드물다는 것. 또 각 계열사 법무실 소속 변호사도 현재 30여명으로, 1∼3명 수준인 4대 그룹 법무실을 수적으로 압도한다.
이와 관련, 재계에서는 삼성의 법무 수요가 많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한다. 이재용씨의 변칙증여 의혹에 대해 참여연대가 삼성전자와 삼성SDS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러나 삼성측은 “기업 규제 및 감독기관의 감독 강화 등에 따라 기업법무 업무가 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삼성 법무실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도 “그런 문제는 외부의 전문변호사에게 맡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라며 그룹내 법조인과 이재용씨 변칙증여 의혹을 연결짓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은 현재 재용씨의 변칙증여 의혹과 관련한 소송 대리인을 국내 최대 법무법인 김&장에 맡겨놓은 상태.
삼성의 거물 법조군단은 우선 삼성그룹 계열사 사외이사에 많이 포진해 있다. 김석수 전 대법관이 올 3월 주총에서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서정우 변호사가 삼성중공업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검찰 출신 사외이사로는 김종건 전 법제처장(삼성전기)과 송정호 전 법무연수원장(제일기획)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가운데 김석수 전 대법관과 서정우 변호사가 각각 삼성전자 주식 500주와 삼성중공업 주식 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사외이사가 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절차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등에서는 “사외이사들이 회사 주식을 공로주 형태로 받았다면 경영진 감독이라는 사외이사 본래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삼성 사외이사의 또다른 인맥은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들. 황재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삼성전자), 최병윤 전 징세심사국장(삼성SDI), 박래훈 전 직세국장(삼성중공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올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황재성 전 청장의 경우 참여연대가 “삼성전자에 대한 법률 자문역을 수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김&장의 상근고문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적 자격에 위배된다”며 사외이사직 선임을 반대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삼성의 사외이사 등 드러난 얼굴보다 드러나지 않은 법조인맥의 면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각 계열사 고문 변호사를 맡고 있는 인사들. 그러나 상장사라고 하더라도 고문 변호사 선임 내용은 공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파악하기 힘들다.
다만 한화갑 민주당 최고위원의 동생 한종술 변호사가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목포고와 연세대를 졸업하고 87년 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에서 개업하다 96년 천안으로 옮긴 한변호사는 98년 말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로 위촉됐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삼성이 한최고위원을 의식한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한다. 또 삼성이 한변호사에게 자동차보험 관련 소송을 많이 맡기지 않겠느냐고 추론한다.
그러나 한변호사는 “한최고위원은 내가 삼성화재 고문변호사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면서 한최고위원과의 관련설을 일축했다. 그는 또 “94년부터 현대해상화재보험과 해동화재보험 등에서의 고문변호사 경력을 삼성화재가 평가했기 때문”이라면서 “천안 지역에 삼성화재 고문변호사가 2명 더 있기 때문에 소송을 독식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1년에 4건 정도 수임하고 있는데, 보수도 많지 않다”는 것.
삼성이 최근 들어 각 계열사 법무실을 강화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는 대목. 삼성은 7월 말 법복을 벗은 서울지법 판사 출신 이현동 변호사와 서울지검 검사 출신의 엄대현 변호사를 삼성전자 법무실 변호사로 채용했다. 이들의 합류로 삼성전자 법무실 소속 변호사는 5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법무실장은 94년 영입된 송웅순 변호사. 이 밖에 각 계열사 법무실에도 1∼2명의 변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으로 옮긴 이유에 대해 대개 기업법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삼성화재 법무실장 김광석 이사는 “7년 2개월의 검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는데,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작년에 삼성에 합류했다”면서 “검사 시절 만족도가 100점 만점 기준으로 60점이라고 한다면 현재 만족도는 80점”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삼성에 합류한 엄대현 변호사는 “기업법무는 갈수록 수요가 늘고 있어 삼성을 선택했다”면서 “현재 회사법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법무란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다가 법률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률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법률가가 직접 기업활동에 참여해 문제를 미리 방지하거나, 국내외적 법률환경에 맞는 경영전략을 세우는 것을 돕고, 대외적으로 기업활동에 바람직한 법률환경을 조성하는 일련의 활동을 말한다.
삼성그룹 법무실 소속 변호사 가운데 눈길을 끄는 인사는 삼성전자 신흥철 변호사. 신변호사는 법관 임관성적 3위의 ‘수재판사’로 법원내에서 촉망받았으나 97년 8월 제주지법 판사를 끝으로 옷을 벗고 같은해 9월 삼성에 입사했다. 서울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95년 12월, 12·12 및 5·18과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주인공.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김용철 상무는 법조인 출신이면서도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어 화제다. 83년 사법시험 25회에 합격한 후 서울지검 등에서 특수부 검사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97년 9월 삼성으로 옮겨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삼성으로 옮긴 후 재무팀 이사로 발령받았다는 점. 그는 이후 회계학원을 열심히 다녀 이제는 완전한 재무통으로 자리잡았다. 그룹 비서실에 근무했던 한 임원은 “그에게 법적인 문제로 자문하면 ‘나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삼성에 오지 않았다’고 화를 낼 정도로 그의 변신은 완벽하다”고 전했다. 그는 올 1월 상무로 승진했다.
삼성 법무실은 인형무 변호사가 80년 법률고문으로 채용되면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건희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동기인 그는 그룹내에서 상당한 파워를 행사하며 경영진에게 법적인 측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서울사대부고 동기로는 김대중 정부 초기 민정비서관을 역임한 이범관 대검 공안부장도 있다.
법조계에서 삼성의 법조인맥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처럼 화려한 인맥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