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룽지 총리가 제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아셈회의) 참석차 한국을 다녀간 이후 국내 통신업계가 전에 없이 들뜬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주룽지 총리가 10월18일 회담을 갖고 중국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기 때문. 양국 정상의 합의는 세계 최대 잠재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이 국내 통신업체들의 사정권에 들어왔다는 의미.
중국은 그동안 GSM(유럽형 이동전화) 방식을 사용해왔으나 더 이상 가입자를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노키아 등이 GSM 방식 기술 공여를 꺼려 GSM 기술 확보에 실패한 점도 중국 정부가 CDMA 상용화 기술이전을 약속하며 접근하는 미국 한국 업체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따라서 중국의 CDMA 도입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국내 통신업체들은 일찍부터 중국시장의 가치를 알고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현지 합작법인 설립, 유력인사 초청 및 협력증진 방안 마련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삼성. 삼성은 방한중인 주룽지 총리 내외가 10월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것에 한껏 고무된 상태.
이동통신 가입자 6600만명 ‘초거대시장’
이건희 회장은 이날 주룽지 총리 내외를 맞아 중국의 이동통신 분야 CDMA 사업 추진에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를 보장한 데 대해 특별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삼성은 이미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 쑤저우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가동중이며 앞으로 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의 중국내 생산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총리는 이날 특히 삼성전자의 IMT-2000 시스템 시연을 참관하면서 단말기 상호간에 동영상이 구현되는 모습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후문.
삼성은 이미 시스템 부문에서 상하이벨, 단말기 부문에서 선전커지엔과 합작 계약을 체결하고 CDMA 기술이전 및 2.5세대 이동통신 (cdma2000 1x)의 생산 판매 개발을 위한 현지체제를 구축하는 등 중국 공략을 위한 거점을 마련한 상태. 또 최근에는 306만달러를 투자해 베이징삼성통신기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곳을 활용, 현지에 적합한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및 단말기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LG전자는 유선 인프라가 취약한 중국 중서부 지역에 대해서는 각 지역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무선가입자망(WLL)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중앙 정부에서 실시하는 이동전화사업에는 중국의 유력 통신장비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장비 공급에 나선다는 계획. LG전자는 이를 위해 올 6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흥통신과 3000만 달러 규모의 CDMA 시스템 합작법인 중흥-LG이동통신유한공사를 설립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작년 말 광둥성(省) 광저우전통신설비창, 광둥전신과학기술연구원 등과 CDMA 무선가입자망(WLL) 시스템 생산 및 판매 합작법인인 LG-TOPS를 설립했다.
현대전자는 차오훙전신과 함께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현대측은 차오훙전신이 올 8월 중국 신식(新息)산업부(한국의 정보통신부에 해당)가 지정한 2.5세대 및 3세대 CDMA방식 연구사업체로 선정돼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대중국 공략도 활발하다. 한국통신은 10월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제2의 이동전화사업자 차이나유니콤(연합통신)과 통신 서비스 전반에 걸쳐 협력키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10월25일 SK텔레콤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최대 이동전화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과 ‘임대국제로밍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국제로밍서비스는 CDMA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업자와 GSM 방식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국제 로밍 계약을 통해 상대 서비스 이용자에게 자신의 나라에서 이동전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단말기를 빌려주는 서비스.
국내 통신업체들이 이처럼 중국에 공을 들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 때문. 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말 현재 중국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6600만명 수준. 이미 미국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지만 인구 대비 보급률은 고작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올해 말에는 7500만명으로 늘어나고 내년 말에는 1억1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세계 통신업체들로서는 마지막 엘도라도를 찾아낸 셈이다.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관실 정진규 사무관은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시장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내 통신장비 업체 입장에서 중국은 마지막 남은 거대시장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중국 시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사무관은 이어 “400개의 CDMA 상용화 기술 특허 중 한국 업체가 250개 정도를, 나머지는 퀄컴 등 미국 업체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중국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과 주룽지 총리의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어떤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어떤 기술을 채용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 우선 국내 업체들이 가장 고대하고 있는 차이나유니콤의 CDMA 장비 입찰 일정도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 정부는 11월 말경 입찰이 실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그동안 수차례 입찰 시기를 미뤄왔던 전례에 비춰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
중국이 2세대 기술을 도입할 것인지, 아니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2.5세대를 채택할 것인지도 관심 대상이다. 정부에서는 2세대가 유력하다고 분석하지만 전격적으로 2.5세대를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국내 업체들의 진출 전략, 마케팅 기법 등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이동통신사업에 대한 복안도 경계 대상. 중국은 그동안 지멘스와 공동으로 TD-SCDMA를 IMT-2000 기술표준으로 제안해왔다. 이를 통해 자국의 통신산업 경쟁력 강화 의도를 내보인 것.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의 동기식 CDMA에 우호적인 손짓을 보내는 것도 퀄컴이나 에릭슨 등 동기-비동기를 포괄하는 세계 통신업체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중국 시장에 대해 무작정 장밋빛 환상에 들떠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산업자원부측에서는 “김영삼 정부 시절 중국과의 5대 협력사업(항공기 통신 원자력발전 고선명TV 자동차)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정보통신부가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고언도 나오고 있다. 중국을 만만하게 보고 지나치게 드라이브를 거는 느낌이 없지 않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중국 통신시장에 대한 기대는 이미 해묵은 것으로 너무 달아오르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LG전자 중국사무소 전명언 차장은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가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 예상대로 2002∼2003년에 흑자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
한국개발연구원 박정동 박사는 “중국은 항상 불확실성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중국 수출 물품을 선적해놓았는데, 갑자기 취소 통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물건이 건너간 후 돈을 받기 전까지는 마음 놓을 수 없는 게 중국이라는 얘기다.
최근 중국의 IT산업을 시찰하고 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종근 박사는 “중국 통신시장은 관련 법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양해각서를 휴지조각처럼 인식하는 중국 통신업계의 둘쭉날쭉한 계약 방식에 당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계약서를 영문과 중문으로 작성하고 내용도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잘 알려진 대로 CDMA 기술은 차세대 이동통신에서 동기식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중국의 CDMA 도입 방침은 IMT-2000 기술표준을 놓고 적어도 1개 업체에 대해 동기식을 선택하도록 한 정부와 장비업계(특히 삼성전자)에 큰 원군이 되고 있다. 정부와 장비업계는 그동안 산업의 균형 발전과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동기식을 고수해왔다. 반면 사업 참여 희망 업체들은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시장성을 내세워 비동기식을 주장해왔다.
어떤 의미에선 국내 통신업체의 성공적인 중국시장 진출 여부가 정부의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 방침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된 셈이다. 국내 통신업체의 중국시장 진출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속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중국은 그동안 GSM(유럽형 이동전화) 방식을 사용해왔으나 더 이상 가입자를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여기에 노키아 등이 GSM 방식 기술 공여를 꺼려 GSM 기술 확보에 실패한 점도 중국 정부가 CDMA 상용화 기술이전을 약속하며 접근하는 미국 한국 업체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 따라서 중국의 CDMA 도입은 시간문제로 여겨졌다.
국내 통신업체들은 일찍부터 중국시장의 가치를 알고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공을 들여왔다. 현지 합작법인 설립, 유력인사 초청 및 협력증진 방안 마련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발빠르게 움직인 곳은 삼성. 삼성은 방한중인 주룽지 총리 내외가 10월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공장을 방문한 것에 한껏 고무된 상태.
이동통신 가입자 6600만명 ‘초거대시장’
이건희 회장은 이날 주룽지 총리 내외를 맞아 중국의 이동통신 분야 CDMA 사업 추진에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를 보장한 데 대해 특별히 감사의 뜻을 전하고 “삼성은 이미 5000만 달러를 투자해 중국 쑤저우에 반도체 생산 라인을 가동중이며 앞으로 메모리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의 중국내 생산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주총리는 이날 특히 삼성전자의 IMT-2000 시스템 시연을 참관하면서 단말기 상호간에 동영상이 구현되는 모습에 높은 관심을 표명했다는 후문.
삼성은 이미 시스템 부문에서 상하이벨, 단말기 부문에서 선전커지엔과 합작 계약을 체결하고 CDMA 기술이전 및 2.5세대 이동통신 (cdma2000 1x)의 생산 판매 개발을 위한 현지체제를 구축하는 등 중국 공략을 위한 거점을 마련한 상태. 또 최근에는 306만달러를 투자해 베이징삼성통신기술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이곳을 활용, 현지에 적합한 차세대 이동통신 시스템 및 단말기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LG전자는 유선 인프라가 취약한 중국 중서부 지역에 대해서는 각 지역 통신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무선가입자망(WLL)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중앙 정부에서 실시하는 이동전화사업에는 중국의 유력 통신장비업체와의 합작을 통해 장비 공급에 나선다는 계획. LG전자는 이를 위해 올 6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흥통신과 3000만 달러 규모의 CDMA 시스템 합작법인 중흥-LG이동통신유한공사를 설립키로 계약을 체결했다. LG전자는 이에 앞서 작년 말 광둥성(省) 광저우전통신설비창, 광둥전신과학기술연구원 등과 CDMA 무선가입자망(WLL) 시스템 생산 및 판매 합작법인인 LG-TOPS를 설립했다.
현대전자는 차오훙전신과 함께 합작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현대측은 차오훙전신이 올 8월 중국 신식(新息)산업부(한국의 정보통신부에 해당)가 지정한 2.5세대 및 3세대 CDMA방식 연구사업체로 선정돼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
통신 서비스 업체들의 대중국 공략도 활발하다. 한국통신은 10월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제2의 이동전화사업자 차이나유니콤(연합통신)과 통신 서비스 전반에 걸쳐 협력키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10월25일 SK텔레콤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최대 이동전화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과 ‘임대국제로밍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임대국제로밍서비스는 CDMA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업자와 GSM 방식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국제 로밍 계약을 통해 상대 서비스 이용자에게 자신의 나라에서 이동전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단말기를 빌려주는 서비스.
국내 통신업체들이 이처럼 중국에 공을 들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 시장의 엄청난 잠재력 때문. 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말 현재 중국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6600만명 수준. 이미 미국 일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지만 인구 대비 보급률은 고작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올해 말에는 7500만명으로 늘어나고 내년 말에는 1억10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세계 통신업체들로서는 마지막 엘도라도를 찾아낸 셈이다.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관실 정진규 사무관은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시장만으로는 안정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국내 통신장비 업체 입장에서 중국은 마지막 남은 거대시장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중국 시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사무관은 이어 “400개의 CDMA 상용화 기술 특허 중 한국 업체가 250개 정도를, 나머지는 퀄컴 등 미국 업체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한국이 중국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과 주룽지 총리의 이번 합의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어떤 시기에 어떤 방법으로 어떤 기술을 채용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 우선 국내 업체들이 가장 고대하고 있는 차이나유니콤의 CDMA 장비 입찰 일정도 최종 확정되지 않은 상태. 정부는 11월 말경 입찰이 실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그동안 수차례 입찰 시기를 미뤄왔던 전례에 비춰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
중국이 2세대 기술을 도입할 것인지, 아니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2.5세대를 채택할 것인지도 관심 대상이다. 정부에서는 2세대가 유력하다고 분석하지만 전격적으로 2.5세대를 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국내 업체들의 진출 전략, 마케팅 기법 등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이동통신사업에 대한 복안도 경계 대상. 중국은 그동안 지멘스와 공동으로 TD-SCDMA를 IMT-2000 기술표준으로 제안해왔다. 이를 통해 자국의 통신산업 경쟁력 강화 의도를 내보인 것.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의 동기식 CDMA에 우호적인 손짓을 보내는 것도 퀄컴이나 에릭슨 등 동기-비동기를 포괄하는 세계 통신업체들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한다.
이런 사정 때문에 “중국 시장에 대해 무작정 장밋빛 환상에 들떠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산업자원부측에서는 “김영삼 정부 시절 중국과의 5대 협력사업(항공기 통신 원자력발전 고선명TV 자동차)이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정보통신부가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고언도 나오고 있다. 중국을 만만하게 보고 지나치게 드라이브를 거는 느낌이 없지 않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중국 통신시장에 대한 기대는 이미 해묵은 것으로 너무 달아오르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LG전자 중국사무소 전명언 차장은 “비관도 낙관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각보다 가격이 좋은 것도 아니고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 예상대로 2002∼2003년에 흑자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것.
한국개발연구원 박정동 박사는 “중국은 항상 불확실성을 갖고 있는 나라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중국 수출 물품을 선적해놓았는데, 갑자기 취소 통보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물건이 건너간 후 돈을 받기 전까지는 마음 놓을 수 없는 게 중국이라는 얘기다.
최근 중국의 IT산업을 시찰하고 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종근 박사는 “중국 통신시장은 관련 법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양해각서를 휴지조각처럼 인식하는 중국 통신업계의 둘쭉날쭉한 계약 방식에 당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계약서를 영문과 중문으로 작성하고 내용도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잘 알려진 대로 CDMA 기술은 차세대 이동통신에서 동기식으로 발전한다. 따라서 중국의 CDMA 도입 방침은 IMT-2000 기술표준을 놓고 적어도 1개 업체에 대해 동기식을 선택하도록 한 정부와 장비업계(특히 삼성전자)에 큰 원군이 되고 있다. 정부와 장비업계는 그동안 산업의 균형 발전과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동기식을 고수해왔다. 반면 사업 참여 희망 업체들은 세계적인 기술 흐름과 시장성을 내세워 비동기식을 주장해왔다.
어떤 의미에선 국내 통신업체의 성공적인 중국시장 진출 여부가 정부의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 방침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된 셈이다. 국내 통신업체의 중국시장 진출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속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