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의 무더위 속에서 필라델피아는 더위와는 또 다른 열기로 한껏 달아올랐다. 제37차 공화당 전당대회가 7월31일부터 8월3일까지 필라델피아의 퍼스트 유니온 센터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각 주에서 모인 2066명의 대의원과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서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을 부통령 후보로, 그리고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4년마다 열리는 미국의 전당대회는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명하는 행사다. 대회 기간 대의원과 상원의원들, 각계의 유명인사들이 당의 정책을 설명하고 대통령 후보를 치켜세우는 연설을 계속해서 분위기를 달군다. 그리고 대회 마지막날 폐회 직전에 대통령 후보가 후보 자리를 수락하는 연설을 하면서 전당대회는 막을 내리게 된다.
사실 공화-민주 양당의 전당대회는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고 ‘수락’하는 본래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이미 각 주의 예비선거 결과를 통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로 결정된 지금, 대통령 후보를 선정한다는 전당대회의 취지는 다만 명분일 뿐이다. 이 명분 아래 실제로는 각 주의 대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 선거에 대한 결속력을 다지는 자리가 전당대회다.
전세계에서 1만50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린 필라델피아의 공화당 전당대회 역시 전국 공화당원들의 축제의 장이었다. 전당대회가 열린 퍼스트 유니온 센터 안은 패널과 깃발을 흔드는 대의원들의 함성, 카우보이로 분장한 텍사스 출신의 지지자들, 바삐 뛰어다니며 인터뷰 대상을 찾는 각국 기자들, 브라스밴드의 연주와 노랫소리, 그리고 부모를 따라온 꼬마들의 울음소리까지 합쳐져 마치 거대한 시장바닥 같았다.
필라델피아 전당대회에는 아들의 선거유세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걸프전에 승리하고서도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칸소주지사 클린턴에게 고배를 마셨던 부시 전 대통령은 아들이 자신을 대신한 설욕전을 벌여주기를 분명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또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낸시 레이건,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부부, 예비선거에서 부시와 접전을 벌인 존 매케인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엘리자베스 돌 등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해 78세의 포드 전 대통령은 무더위 속에서 치러진 전당대회가 힘겨웠는지 대회 도중 펜실베이니아대학 부속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정치인들 외에도 마이클 J. 폭스, 무하마드 알리,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공화당을 지지하는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필라델피아에 등장했다. 이러한 유명인사들의 모습과 밤낮으로 열린 갖가지 행사들, 거기에다가 시위대의 행렬과 구경꾼까지 합세해 고색창연한 필라델피아 거리는 일찍이 없었던 활기로 북적거렸다. 미국 최고(最古)의 도시 필라델피아는 이번 기회에 낙후된 흑인도시의 면모를 일신하고 미 동부의 관광명소로 떠오르기 위해 호텔을 신축하고 중심가의 거리를 새로 단장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까지의 지지율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약간 앞서고 있는 공화당과 부시 후보는 전당대회를 통해 여러모로 일신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동안 민주당과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던 공화당 지도부는 “대통령이던 아빠 덕으로 대통령이 되려 한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포장만 요란하고 속은 비어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 등 클린턴의 선제공격에 발끈한 모습이었다. 전당대회 첫날 부시 후보의 부인 로라 부시가 “내 남편은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고 연설한 것은 누가 보기에도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부시 후보 역시 “공약은 많았지만 실천은 없었던 8년이었다”고 클린턴 시대를 비판했다.
공화당의 두번째 변화는 미국 내의 소수민족과 흑인, 히스패닉 등 ‘마이너리티’를 향한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쳤다는 점이다. 최근 ‘뉴스위크’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소수민족 60%가 민주당과 앨 고어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27%로 민주당 지지 세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화당 내에서도 인종간의 불균형이 뚜렷해 공화당 대의원 중 흑인의 비율은 4%에 불과하다.
전당대회 연설자로 나선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은 부시 후보가 텍사스에서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포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부시 후보의 사촌 조지 P. 부시는 스페인어로 지지연설을 했다. 이러한 공화당의 소수민족 끌어안기 제스처는 온정적 보수주의, 사회보장과 교육기회 확충, 세금 감면 등 공화당의 기존 슬로건들보다 한층 더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전당대회 외에도 필라델피아 거리에서는 갖가지 ‘비공식 집회’들이 연일 열렸다. 특히 전당대회가 열린 퍼스트 유니온 센터 근처와 시내 중심가는 각지에서 모여든 시위대와 경찰 간의 몸싸움으로 4일 내내 소란스러웠다. 시위대의 요구는 빈민에 대한 복지 확충, 사형제도 폐지, 정치범 석방, 푸에르토리코의 비에크 섬에 주둔해 있는 미 해군 철수 등 다양했다. 시위대는 인간사슬을 엮어 경찰의 연행에 대항하는가 하면, 철야농성과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시경찰은 지난해 시애틀의 세계무역기구(WTO) 총회에서 벌어졌던 격렬한 시위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재현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대회 이틀째인 8월1일, 시내의 브로드 스트리트를 점거한 시위대 300여명이 연행된 사례를 제외하면 대규모의 충돌은 없던 편이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는 거리의 시위대에 대해 “분노를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전당대회의 열기는 다섯 개 주에서 연속적인 선거유세를 벌이며 필라델피아에 입성한 조지 W. 부시의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절정에 달했다. 연설 서두에서 “어머니 바버라 부시의 흰머리는 사실 내가 다 만든 것”이라는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인 부시는 “위대한 미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레이건과 부시가 보여주었던 강력한 리더십과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며 “프랭클린과 제퍼슨, 그리고 조지 워싱턴의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조지 W. 부시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4년마다 열리는 미국의 전당대회는 각 당의 대통령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명하는 행사다. 대회 기간 대의원과 상원의원들, 각계의 유명인사들이 당의 정책을 설명하고 대통령 후보를 치켜세우는 연설을 계속해서 분위기를 달군다. 그리고 대회 마지막날 폐회 직전에 대통령 후보가 후보 자리를 수락하는 연설을 하면서 전당대회는 막을 내리게 된다.
사실 공화-민주 양당의 전당대회는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고 ‘수락’하는 본래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이미 각 주의 예비선거 결과를 통해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로 결정된 지금, 대통령 후보를 선정한다는 전당대회의 취지는 다만 명분일 뿐이다. 이 명분 아래 실제로는 각 주의 대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통령 선거에 대한 결속력을 다지는 자리가 전당대회다.
전세계에서 1만5000여명의 취재진이 몰린 필라델피아의 공화당 전당대회 역시 전국 공화당원들의 축제의 장이었다. 전당대회가 열린 퍼스트 유니온 센터 안은 패널과 깃발을 흔드는 대의원들의 함성, 카우보이로 분장한 텍사스 출신의 지지자들, 바삐 뛰어다니며 인터뷰 대상을 찾는 각국 기자들, 브라스밴드의 연주와 노랫소리, 그리고 부모를 따라온 꼬마들의 울음소리까지 합쳐져 마치 거대한 시장바닥 같았다.
필라델피아 전당대회에는 아들의 선거유세에 관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 애쓰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걸프전에 승리하고서도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칸소주지사 클린턴에게 고배를 마셨던 부시 전 대통령은 아들이 자신을 대신한 설욕전을 벌여주기를 분명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또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낸시 레이건,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부부, 예비선거에서 부시와 접전을 벌인 존 매케인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엘리자베스 돌 등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해 78세의 포드 전 대통령은 무더위 속에서 치러진 전당대회가 힘겨웠는지 대회 도중 펜실베이니아대학 부속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정치인들 외에도 마이클 J. 폭스, 무하마드 알리, 아널드 슈워제네거 등 공화당을 지지하는 연예인, 운동선수들이 필라델피아에 등장했다. 이러한 유명인사들의 모습과 밤낮으로 열린 갖가지 행사들, 거기에다가 시위대의 행렬과 구경꾼까지 합세해 고색창연한 필라델피아 거리는 일찍이 없었던 활기로 북적거렸다. 미국 최고(最古)의 도시 필라델피아는 이번 기회에 낙후된 흑인도시의 면모를 일신하고 미 동부의 관광명소로 떠오르기 위해 호텔을 신축하고 중심가의 거리를 새로 단장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현재까지의 지지율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약간 앞서고 있는 공화당과 부시 후보는 전당대회를 통해 여러모로 일신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동안 민주당과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던 공화당 지도부는 “대통령이던 아빠 덕으로 대통령이 되려 한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포장만 요란하고 속은 비어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 등 클린턴의 선제공격에 발끈한 모습이었다. 전당대회 첫날 부시 후보의 부인 로라 부시가 “내 남편은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고 연설한 것은 누가 보기에도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부시 후보 역시 “공약은 많았지만 실천은 없었던 8년이었다”고 클린턴 시대를 비판했다.
공화당의 두번째 변화는 미국 내의 소수민족과 흑인, 히스패닉 등 ‘마이너리티’를 향한 적극적인 구애 작전을 펼쳤다는 점이다. 최근 ‘뉴스위크’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소수민족 60%가 민주당과 앨 고어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27%로 민주당 지지 세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공화당 내에서도 인종간의 불균형이 뚜렷해 공화당 대의원 중 흑인의 비율은 4%에 불과하다.
전당대회 연설자로 나선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은 부시 후보가 텍사스에서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포용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부시 후보의 사촌 조지 P. 부시는 스페인어로 지지연설을 했다. 이러한 공화당의 소수민족 끌어안기 제스처는 온정적 보수주의, 사회보장과 교육기회 확충, 세금 감면 등 공화당의 기존 슬로건들보다 한층 더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전당대회 외에도 필라델피아 거리에서는 갖가지 ‘비공식 집회’들이 연일 열렸다. 특히 전당대회가 열린 퍼스트 유니온 센터 근처와 시내 중심가는 각지에서 모여든 시위대와 경찰 간의 몸싸움으로 4일 내내 소란스러웠다. 시위대의 요구는 빈민에 대한 복지 확충, 사형제도 폐지, 정치범 석방, 푸에르토리코의 비에크 섬에 주둔해 있는 미 해군 철수 등 다양했다. 시위대는 인간사슬을 엮어 경찰의 연행에 대항하는가 하면, 철야농성과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필라델피아 시경찰은 지난해 시애틀의 세계무역기구(WTO) 총회에서 벌어졌던 격렬한 시위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재현되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대회 이틀째인 8월1일, 시내의 브로드 스트리트를 점거한 시위대 300여명이 연행된 사례를 제외하면 대규모의 충돌은 없던 편이었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는 거리의 시위대에 대해 “분노를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들이 왜 분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전당대회의 열기는 다섯 개 주에서 연속적인 선거유세를 벌이며 필라델피아에 입성한 조지 W. 부시의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에서 절정에 달했다. 연설 서두에서 “어머니 바버라 부시의 흰머리는 사실 내가 다 만든 것”이라는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인 부시는 “위대한 미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서는 레이건과 부시가 보여주었던 강력한 리더십과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며 “프랭클린과 제퍼슨, 그리고 조지 워싱턴의 도시 필라델피아에서 조지 W. 부시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