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이트를 보니 경각심이 생기기도 하고 궁금증도 풀 수 있어서 좋아요. 그런데 출산하지 않은 여성도 유방암 발병률이 높다니까 조금 의아스럽기도 합니다.’(ysh) ‘21세 여대생입니다. 며칠 전부터 가슴이 아파 걱정이 돼서 이곳에 들어오게 됐어요. 앞으로도 이런 여성병에 대한 인식이 더욱 확산됐으면 좋겠어요.’(안○○)
7월20일 ‘사이버 유방센터’(www. yubang.com)의 ‘방명록’ 코너엔 네티즌들의 ‘찬사’가 가득했다. 지난해 12월 개설된 이 유방암 의료정보 사이트의 방문객은 이날 현재 5만5000여명. 대다수가 ‘쑥스럽고 창피해서’ 선뜻 병원 문턱 넘기를 꺼리는 여성 환자들이다.
“인터넷으로 진료예약을 하거나 전문의사와 충분한 온라인 상담을 하고 채팅을 통해 같은 암환자끼리 동병상련을 나누는 것은 오프라인 병원에선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두 명의 동료의사와 이 사이트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오세민 원장(48·서울 도곡동 오세민외과)은 “누구나 손쉽게 전문 의학정보를 접해볼 수 있다는 게 ‘사이버 병원’의 강점”이라고 했다. 의사를 직접 찾아가 상담할 시간도 부족하고 의사를 만나더라도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기 힘든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환자들에게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해주는 콘텐츠만 제대로 확보한다면 사이버 병원의 순기능은 충분하다는 얘기다.사이버 병원에 대한 ‘클릭’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야후 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이 검색엔진에 등록되거나 링크된 건강-의료정보 사이트만 해도 대략 6000여개. “지금도 한 달 평균 10건 정도의 대형 의료포털 사이트 등록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는 게 야후코리아 관계자의 답변.
인터넷 업계에서는 국내 인터넷 종 합병원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메디다스의 ‘건강샘’(www.healthkorea.net), SK가 운영하는 ‘헬스OK’(www.healthok.com) 등 20, 30개 대형 의료포털을 비롯해 종합-준종합병원과 개인의원 홈페이지까지 합하면 그 수가 무려 1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료정보의 디지털화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실제 지난 의료계 집단폐업 직후 연중무휴 온라인 상담이 가능한 이들 사이트에 대한 접속건수는 부쩍 늘었다.
문제는 질이다. 질병, 생활건강, 약품, 식이요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형 의료 포털과 유방-갑상선질환 등 특정 전문분야만 다루는 사이트의 경우는 비교적 정보의 정확성과 ‘건전성’이 잘 유지된다는 평가를 네티즌들로부터 받고 있는 편. 그러나 상당수 소규모 사이트의 경우 약품 및 건강식품 판매나 검증되지 않은 갖가지 건강 관련 정보들을 확실한 정보인 것처럼 과대광고하는 데 치중하는 폐해를 보이고 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저질 의료정보가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7월21일 검색엔진 ‘엠파스’에 들어가 사이버 병원들을 일제히 검색해 보았다. 6만6000여회의 접속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닥터하마클럽’(www.drhama.com). 이곳 방명록에는 스프레이식 성장호르몬제, 온열치료기 등 상업성 광고는 물론 ‘무좀 하루 만에 완치’ ‘마시는 것만으로도 당뇨증상이 사라지는 쭛쭛쭛차’ 등 시장통 약장수의 과장광고나 다름없는 수많은 글들이 올라 네티즌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인터넷 이용자의 집 근처 병원을 소개해주는 검색 코너를 운영 중인 한 사이트는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병원만 소개하고 있는가 하면, 아무런 의료정보도 없는 ‘빈껍데기’ 사이트마저 버젓이 링크돼 있었다.
아예 노골적으로 ‘판촉’을 하는 사이트마저 있다. 109만이란 폭발적 접속건수를 기록한 ‘닥터 클리닉’(www.drclinic.co.kr). ‘인터넷 명의’란 제목의 책을 4권짜리 시리즈로 낸 사이트 운영자 박모씨가 수십명의 각 과별 전문의(개원의) 홈페이지를 ‘명의’로 소개하며 링크해 놓았다. 박씨는 한술 더 떠 ‘(등록이나 링크되지 않은) 전문의 가입 환영’ ‘3만3000원에 의사 홈페이지를 만들어준다’는 광고문구와 자신의 핸드폰 번호까지 게재해 홍보에 목마른 개원의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사이트 게시판엔 ‘명의(?)’들에게 진료받은 뒤 불친절과 과잉진료를 항의하는 환자들의 사연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상태.
‘인터넷 처방전’까지 발급하려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아파요닷컴’(www.apayo.com)은 의약분업 계도기간이 끝나는 8월1일부터 감기 두통 등 가벼운 질환에 대해 온라인 상담을 한 회원들에게 무료 인터넷 처방전을 발급해 주기로 하고 공격적인 회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7월 말까지 가입한 회원에 한해 평생 무료 처방전을 발급해 준다는 것.
이 사이트 대표인 민경찬씨(41)는 전직 의사(법의학)로, 의료법상 인터넷 처방전 발급을 금지한 조항이 없다는 점을 들어 처방전 발급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 “만일 길을 가다 응급환자를 만났는데도 일일이 법을 따지면서 처방전을 발행해야 하는가. 처방전 발급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에도 인-물적 실체가 없는 인터넷 처방전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유권해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인터넷 처방전 발급은 명백한 불법이다. 의료법상 ‘진료행위’란 반드시 병의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며 검진하는 것에 한정돼 있다”고 못박았다. 98년 5월 오픈 이후 70만명의 회원을 확보해 의사와 환자를 화상 진료로 묶는 ‘원격진료’ 서비스를 전격 실시하려던 ‘건강샘’도 이 때문에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대다수 의료사이트들은 아직 자체 수익창출 모델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의료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까.
“일단 사이트 방문자의 눈을 붙들어두는 것이 1차 목표다. 환자들로 이뤄진 거대한 회원 커뮤니티를 선점해둘 경우 언젠가 ‘돈벌이’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전자상거래나 투자자 유치, 대기업으로의 합병을 통한 부가가치 확대가 궁극적인 목적일 뿐이다.” 한 의료벤처 기업인이 토로하듯 유감스럽게도 이들 사이트의 주 타깃은 환자들이 아니다. 상업적 가능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상당수 의료사이트가 심각한 ‘철학적 빈곤’에 빠져 있는 것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회원으로 치과의료정보 사이트인 ‘드림덴트’(www. dentizen.co.kr)를 운영하고 있는 윤기수씨(39)는 “외국처럼 정부나 권위 있는 민간기관에서 사이트 정보의 질을 인증하는 사이트 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의료사이트 스스로도 엄선한 콘텐츠를 담아 공익성을 앞세워야 할 것”이라 지적한다.
현행법상 이들 사이트의 불완전하고 유해한 정보들을 제재할 방법이나 법적 장치는 전혀 없다. 환자와의 인터넷 상담내용에 의사가 법적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환자들이 검증 안 된 의료정보에 대한 맹신 때문에 자칫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의료사고로 이어지더라도 사이트를 폐쇄하면 그뿐이다.‘사이버냐, 사이비냐.’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이버 병원들의 옥석을 가리는 일은 전문 의학지식을 갖지 못한 환자와 그 가족의 몫으로 고스란히 떠넘겨지고 있다.
7월20일 ‘사이버 유방센터’(www. yubang.com)의 ‘방명록’ 코너엔 네티즌들의 ‘찬사’가 가득했다. 지난해 12월 개설된 이 유방암 의료정보 사이트의 방문객은 이날 현재 5만5000여명. 대다수가 ‘쑥스럽고 창피해서’ 선뜻 병원 문턱 넘기를 꺼리는 여성 환자들이다.
“인터넷으로 진료예약을 하거나 전문의사와 충분한 온라인 상담을 하고 채팅을 통해 같은 암환자끼리 동병상련을 나누는 것은 오프라인 병원에선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두 명의 동료의사와 이 사이트를 공동 운영하고 있는 오세민 원장(48·서울 도곡동 오세민외과)은 “누구나 손쉽게 전문 의학정보를 접해볼 수 있다는 게 ‘사이버 병원’의 강점”이라고 했다. 의사를 직접 찾아가 상담할 시간도 부족하고 의사를 만나더라도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기 힘든 의료 현실을 감안할 때 환자들에게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해주는 콘텐츠만 제대로 확보한다면 사이버 병원의 순기능은 충분하다는 얘기다.사이버 병원에 대한 ‘클릭’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야후 코리아에 따르면 현재 이 검색엔진에 등록되거나 링크된 건강-의료정보 사이트만 해도 대략 6000여개. “지금도 한 달 평균 10건 정도의 대형 의료포털 사이트 등록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는 게 야후코리아 관계자의 답변.
인터넷 업계에서는 국내 인터넷 종 합병원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메디다스의 ‘건강샘’(www.healthkorea.net), SK가 운영하는 ‘헬스OK’(www.healthok.com) 등 20, 30개 대형 의료포털을 비롯해 종합-준종합병원과 개인의원 홈페이지까지 합하면 그 수가 무려 1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료정보의 디지털화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았음을 방증하는 셈이다. 실제 지난 의료계 집단폐업 직후 연중무휴 온라인 상담이 가능한 이들 사이트에 대한 접속건수는 부쩍 늘었다.
문제는 질이다. 질병, 생활건강, 약품, 식이요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형 의료 포털과 유방-갑상선질환 등 특정 전문분야만 다루는 사이트의 경우는 비교적 정보의 정확성과 ‘건전성’이 잘 유지된다는 평가를 네티즌들로부터 받고 있는 편. 그러나 상당수 소규모 사이트의 경우 약품 및 건강식품 판매나 검증되지 않은 갖가지 건강 관련 정보들을 확실한 정보인 것처럼 과대광고하는 데 치중하는 폐해를 보이고 있다.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 저질 의료정보가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7월21일 검색엔진 ‘엠파스’에 들어가 사이버 병원들을 일제히 검색해 보았다. 6만6000여회의 접속건수를 기록하고 있는 ‘닥터하마클럽’(www.drhama.com). 이곳 방명록에는 스프레이식 성장호르몬제, 온열치료기 등 상업성 광고는 물론 ‘무좀 하루 만에 완치’ ‘마시는 것만으로도 당뇨증상이 사라지는 쭛쭛쭛차’ 등 시장통 약장수의 과장광고나 다름없는 수많은 글들이 올라 네티즌들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인터넷 이용자의 집 근처 병원을 소개해주는 검색 코너를 운영 중인 한 사이트는 서울과 수도권의 대형병원만 소개하고 있는가 하면, 아무런 의료정보도 없는 ‘빈껍데기’ 사이트마저 버젓이 링크돼 있었다.
아예 노골적으로 ‘판촉’을 하는 사이트마저 있다. 109만이란 폭발적 접속건수를 기록한 ‘닥터 클리닉’(www.drclinic.co.kr). ‘인터넷 명의’란 제목의 책을 4권짜리 시리즈로 낸 사이트 운영자 박모씨가 수십명의 각 과별 전문의(개원의) 홈페이지를 ‘명의’로 소개하며 링크해 놓았다. 박씨는 한술 더 떠 ‘(등록이나 링크되지 않은) 전문의 가입 환영’ ‘3만3000원에 의사 홈페이지를 만들어준다’는 광고문구와 자신의 핸드폰 번호까지 게재해 홍보에 목마른 개원의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 사이트 게시판엔 ‘명의(?)’들에게 진료받은 뒤 불친절과 과잉진료를 항의하는 환자들의 사연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상태.
‘인터넷 처방전’까지 발급하려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아파요닷컴’(www.apayo.com)은 의약분업 계도기간이 끝나는 8월1일부터 감기 두통 등 가벼운 질환에 대해 온라인 상담을 한 회원들에게 무료 인터넷 처방전을 발급해 주기로 하고 공격적인 회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7월 말까지 가입한 회원에 한해 평생 무료 처방전을 발급해 준다는 것.
이 사이트 대표인 민경찬씨(41)는 전직 의사(법의학)로, 의료법상 인터넷 처방전 발급을 금지한 조항이 없다는 점을 들어 처방전 발급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 “만일 길을 가다 응급환자를 만났는데도 일일이 법을 따지면서 처방전을 발행해야 하는가. 처방전 발급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의약분업 실시 이후에도 인-물적 실체가 없는 인터넷 처방전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유권해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인터넷 처방전 발급은 명백한 불법이다. 의료법상 ‘진료행위’란 반드시 병의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직접 대면하며 검진하는 것에 한정돼 있다”고 못박았다. 98년 5월 오픈 이후 70만명의 회원을 확보해 의사와 환자를 화상 진료로 묶는 ‘원격진료’ 서비스를 전격 실시하려던 ‘건강샘’도 이 때문에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
대다수 의료사이트들은 아직 자체 수익창출 모델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은 무엇 때문에 의료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까.
“일단 사이트 방문자의 눈을 붙들어두는 것이 1차 목표다. 환자들로 이뤄진 거대한 회원 커뮤니티를 선점해둘 경우 언젠가 ‘돈벌이’에 도움이 될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전자상거래나 투자자 유치, 대기업으로의 합병을 통한 부가가치 확대가 궁극적인 목적일 뿐이다.” 한 의료벤처 기업인이 토로하듯 유감스럽게도 이들 사이트의 주 타깃은 환자들이 아니다. 상업적 가능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상당수 의료사이트가 심각한 ‘철학적 빈곤’에 빠져 있는 것이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회원으로 치과의료정보 사이트인 ‘드림덴트’(www. dentizen.co.kr)를 운영하고 있는 윤기수씨(39)는 “외국처럼 정부나 권위 있는 민간기관에서 사이트 정보의 질을 인증하는 사이트 인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의료사이트 스스로도 엄선한 콘텐츠를 담아 공익성을 앞세워야 할 것”이라 지적한다.
현행법상 이들 사이트의 불완전하고 유해한 정보들을 제재할 방법이나 법적 장치는 전혀 없다. 환자와의 인터넷 상담내용에 의사가 법적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 환자들이 검증 안 된 의료정보에 대한 맹신 때문에 자칫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의료사고로 이어지더라도 사이트를 폐쇄하면 그뿐이다.‘사이버냐, 사이비냐.’ 공익성과 수익성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사이버 병원들의 옥석을 가리는 일은 전문 의학지식을 갖지 못한 환자와 그 가족의 몫으로 고스란히 떠넘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