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파업을 끝내며 노조와 정부가 9월 말 결산 결과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이 8%가 안 되는 은행에 대해선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금융지주회사로 편입시키기로 합의함에 따라 앞으로 금융구조조정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다. 더위가 끝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면 합병이 가시화하지 않겠나.”
여느 은행장보다 평소 합병에 적극적이던 김정태 주택은행장의 전망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정부가 합병 과정에서 인원정리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로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이 재투입되면 여론에서 가만있겠냐”며 “찬바람이 불면 칼바람도 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행장의 분석처럼 7월 초 금융계를 뒤흔들었던 은행 총파업은 11일 파업 하루 만에 노-정이 합의도출에 성공함으로써 공적자금 투입 은행 및 여타 군소은행들의 부실을 조기에 정리, 새로운 금융질서를 짤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고 9월 말 경영실사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늦어도 연말까지는 부실금융기관들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 대한생명 등 제2금융권의 부실금융기관들도 한꺼번에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나설 경우 우량은행군에 속하는 다른 은행들도 합병전선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처럼 남의 움직임이나 주시하며 가만있다가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도태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합병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금융계의 관심은 과연 앞으로 어떤 은행과 어떤 은행, 또는 어떤 은행과 어떤 보험사 또는 증권사가 결합할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한빛 외환 조흥 서울은행으로 대표되는 공적자금 투입 대형 시중은행의 향배다. 이들 은행 가운데 현재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은행은 조흥은행. 조흥은행은 공적자금 추가투입 없이도 연말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0% 달성이 가능하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맞는지는 9월 말 경영평가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으나, 정부도 조흥은행에 대해선 일단 독자생존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우리 은행의 운이 좋다는 것은 외환위기 직후 주거래기업 중 쓰러질 기업은 모두 일찌감치 쓰러져 아직도 상당수 위험한 기업들을 주거래업체로 갖고 있는 여타 기업금융은행들과 달리 추가부실 발생 위험이 가장 적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위행장은 “아직 우리 은행의 한 주거래 중견그룹에 대해 시장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나 최악의 경우 이 기업이 쓰러진다 하더라도 워크아웃 성공기업인 아남반도체 보유주식을 매각하면 4000억원 이상의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는 만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위행장은 다른 공적자금 투입 은행들과의 합병 대신 다른 대형 보험사나 증권사와의 합병이라는 ‘미국식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세계 금융계에는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해 두 가지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식 금융지주회사 방식으로, 이는 은행 보험 증권 간 업종별 합병을 골자로 한다. 월가에서는 은행간 합병을 하더라도 소매전문은행과 기업금융 전문은행, 또는 투자전문은행 간 합병 등 서로 차별성이 뚜렷한 은행간 합병이 골간을 이룬다.
반면에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금융지주회사법을 통과시킨 후 일본 은행들은 크게 4개의 금융지주회사로 통폐합됐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먼저 합병을 선언한 후 최종합병 시점은 3, 4년 후로 잡고 있으며, 은행의 전 행장들이 공동회장을 맡는가 하면 인력감축을 거의 안한다는 방침이어서 ‘시간 벌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냉소적이다.
그동안 시장의 관심 대상이던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 공적투입 은행간 3자합병은 이런 일본식 지주회사 방식을 따른 것이었다. 정부는 최근 은행파업 때 노-정합의에서 금융지주회사 아래 통합하더라도 인력감축을 최소화하기로 해 앞으로 진행될 금융지주회사 합병이 일본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일본식 합병방식에 대해 그동안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강력 반발해왔다. 한 은행장은 “병든 은행끼리 합쳐봤자 상승 효과는 없고 환부만 커질 것”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비판할 정도였다. 또 다른 은행장도 “그런 방식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수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생존 가능성이 높은 공적자금 투입 은행에 대해선 강제합병을 안하겠다는 노-정합의가 타결되자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발빠르게 ‘미국식 금융지주회사 방식’을 통한 독자생존을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위행장은 “이제야 제대로 방향을 잡은 느낌”이라며 “교보생명 등 금융전업화를 희망하는 우량 제2금융권 또는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생명 등과의 합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식 금융합병은 이미 대우증권을 금융자회사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산업은행과 산하 금융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독자적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선언한 신한은행 등이 채택한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앞으로 금융구조조정의 한 축을 이룰 전망이다.
조흥은행과 대비되는 게 한빛 외환은행의 행보다. 한빛 외환은행은 정부가 당초 추진해온 일본식 지주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두 은행 모두 BIS 비율을 1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한빛은행의 경우 최소 8000억원, 외환은행은 5000억원대의 증자를 해야 하나 정상적 방식으로 증자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한빛은행의 경우 증자를 위해 만기가 없는 대신 금리가 살인적으로 높은 14%의 이른바 ‘영구채’ 발행을 검토했으나 여론 및 정부당국의 반대로 실현되기 힘든 상황이다. 외환은행 또한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한국은행의 출자를 희망하나 현재 주가가 워낙 낮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따라서 두 은행 내부에서는 양 은행간 합병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우울한 판단이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생명 등을 함께 합쳐 상승효과를 보완하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은 문제는 서울은행과 평화은행 및 일부 부실 지방은행 처리문제. 서울은행의 경우 7월 말 끝나는 도이체방크의 실사결과가 나와봐야 진로 전망이 가능하다. 서울은행측은 현재 정부가 1조원만 더 투입해주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금융계에서는 제일은행의 전례를 볼 때 3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이처럼 추가투입돼야 할 공적자금 규모가 커질 경우 정부는 제일은행의 경우처럼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도이체방크측에 매각할지, 아니면 한빛은행 등과 한 금융지주회사로 묶을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서울은행의 운명은 바뀔 전망이다.
평화은행은 중앙종금 등 종금사 또는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과의 연대전선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은행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중앙종금 최고위층은 얼마 전 평화은행측에 합병의사를 물은 적이 있으며, 광주은행장도 평화은행장을 극비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져 독자생존이 힘든 군소 금융기관간 금융지주회사 설립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이 밖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간 합병 등 여타 지방은행간 합병 추진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독자생존을 밝힌 신한은행 외에 느슨한 형태의 합병 초기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하나-한미은행, 신한 및 한미은행과의 강력한 합병의지를 갖고 있는 주택이나 국민은행도 적극적 합병 전선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금융계 전망대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께는 국내 금융계에도 거센 합병바람이 몰아닥칠 전망이다.
여느 은행장보다 평소 합병에 적극적이던 김정태 주택은행장의 전망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정부가 합병 과정에서 인원정리를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로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이 재투입되면 여론에서 가만있겠냐”며 “찬바람이 불면 칼바람도 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행장의 분석처럼 7월 초 금융계를 뒤흔들었던 은행 총파업은 11일 파업 하루 만에 노-정이 합의도출에 성공함으로써 공적자금 투입 은행 및 여타 군소은행들의 부실을 조기에 정리, 새로운 금융질서를 짤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는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이 통과되고 9월 말 경영실사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공적자금을 투입한 뒤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늦어도 연말까지는 부실금융기관들을 모두 정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이 과정에 대한생명 등 제2금융권의 부실금융기관들도 한꺼번에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이런 방식으로 부실금융기관 정리에 나설 경우 우량은행군에 속하는 다른 은행들도 합병전선에 적극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처럼 남의 움직임이나 주시하며 가만있다가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도태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합병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금융계의 관심은 과연 앞으로 어떤 은행과 어떤 은행, 또는 어떤 은행과 어떤 보험사 또는 증권사가 결합할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우선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한빛 외환 조흥 서울은행으로 대표되는 공적자금 투입 대형 시중은행의 향배다. 이들 은행 가운데 현재 가장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은행은 조흥은행. 조흥은행은 공적자금 추가투입 없이도 연말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10% 달성이 가능하다고 장담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맞는지는 9월 말 경영평가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으나, 정부도 조흥은행에 대해선 일단 독자생존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우리 은행의 운이 좋다는 것은 외환위기 직후 주거래기업 중 쓰러질 기업은 모두 일찌감치 쓰러져 아직도 상당수 위험한 기업들을 주거래업체로 갖고 있는 여타 기업금융은행들과 달리 추가부실 발생 위험이 가장 적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위행장은 “아직 우리 은행의 한 주거래 중견그룹에 대해 시장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나 최악의 경우 이 기업이 쓰러진다 하더라도 워크아웃 성공기업인 아남반도체 보유주식을 매각하면 4000억원 이상의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는 만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위행장은 다른 공적자금 투입 은행들과의 합병 대신 다른 대형 보험사나 증권사와의 합병이라는 ‘미국식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세계 금융계에는 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해 두 가지 흐름이 존재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식 금융지주회사 방식으로, 이는 은행 보험 증권 간 업종별 합병을 골자로 한다. 월가에서는 은행간 합병을 하더라도 소매전문은행과 기업금융 전문은행, 또는 투자전문은행 간 합병 등 서로 차별성이 뚜렷한 은행간 합병이 골간을 이룬다.
반면에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금융지주회사법을 통과시킨 후 일본 은행들은 크게 4개의 금융지주회사로 통폐합됐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먼저 합병을 선언한 후 최종합병 시점은 3, 4년 후로 잡고 있으며, 은행의 전 행장들이 공동회장을 맡는가 하면 인력감축을 거의 안한다는 방침이어서 ‘시간 벌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일본의 이런 움직임에 냉소적이다.
그동안 시장의 관심 대상이던 한빛 조흥 외환은행 등 공적투입 은행간 3자합병은 이런 일본식 지주회사 방식을 따른 것이었다. 정부는 최근 은행파업 때 노-정합의에서 금융지주회사 아래 통합하더라도 인력감축을 최소화하기로 해 앞으로 진행될 금융지주회사 합병이 일본식을 따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런 일본식 합병방식에 대해 그동안 공적자금 투입은행들은 강력 반발해왔다. 한 은행장은 “병든 은행끼리 합쳐봤자 상승 효과는 없고 환부만 커질 것”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비판할 정도였다. 또 다른 은행장도 “그런 방식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수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생존 가능성이 높은 공적자금 투입 은행에 대해선 강제합병을 안하겠다는 노-정합의가 타결되자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발빠르게 ‘미국식 금융지주회사 방식’을 통한 독자생존을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위행장은 “이제야 제대로 방향을 잡은 느낌”이라며 “교보생명 등 금융전업화를 희망하는 우량 제2금융권 또는 정부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생명 등과의 합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식 금융합병은 이미 대우증권을 금융자회사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산업은행과 산하 금융계열사들을 중심으로 하는 독자적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선언한 신한은행 등이 채택한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앞으로 금융구조조정의 한 축을 이룰 전망이다.
조흥은행과 대비되는 게 한빛 외환은행의 행보다. 한빛 외환은행은 정부가 당초 추진해온 일본식 지주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 평가다. 두 은행 모두 BIS 비율을 1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선 한빛은행의 경우 최소 8000억원, 외환은행은 5000억원대의 증자를 해야 하나 정상적 방식으로 증자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한빛은행의 경우 증자를 위해 만기가 없는 대신 금리가 살인적으로 높은 14%의 이른바 ‘영구채’ 발행을 검토했으나 여론 및 정부당국의 반대로 실현되기 힘든 상황이다. 외환은행 또한 대주주인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한국은행의 출자를 희망하나 현재 주가가 워낙 낮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따라서 두 은행 내부에서는 양 은행간 합병이 불가피한 게 아니냐는 우울한 판단이 시간이 갈수록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두 은행이 합병할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한생명 등을 함께 합쳐 상승효과를 보완하는 방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남은 문제는 서울은행과 평화은행 및 일부 부실 지방은행 처리문제. 서울은행의 경우 7월 말 끝나는 도이체방크의 실사결과가 나와봐야 진로 전망이 가능하다. 서울은행측은 현재 정부가 1조원만 더 투입해주면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나, 금융계에서는 제일은행의 전례를 볼 때 3조원 이상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이처럼 추가투입돼야 할 공적자금 규모가 커질 경우 정부는 제일은행의 경우처럼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전제로 도이체방크측에 매각할지, 아니면 한빛은행 등과 한 금융지주회사로 묶을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서울은행의 운명은 바뀔 전망이다.
평화은행은 중앙종금 등 종금사 또는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과의 연대전선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은행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중앙종금 최고위층은 얼마 전 평화은행측에 합병의사를 물은 적이 있으며, 광주은행장도 평화은행장을 극비리에 만난 것으로 알려져 독자생존이 힘든 군소 금융기관간 금융지주회사 설립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이 밖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간 합병 등 여타 지방은행간 합병 추진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독자생존을 밝힌 신한은행 외에 느슨한 형태의 합병 초기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하나-한미은행, 신한 및 한미은행과의 강력한 합병의지를 갖고 있는 주택이나 국민은행도 적극적 합병 전선에 나설 것이 확실하다. 금융계 전망대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께는 국내 금융계에도 거센 합병바람이 몰아닥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