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사람들 가운데는 정권을 되찾자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61년부터 97년까지 무려 36년간 영남에만 정권이 돌아갔는데, 또 TK(대구-경북)에, 영남에 정권이 돌아가 41년이 되면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 것이며, 장차 나라 안의 갈등은 또 어떻게 되겠는가. 책임 있는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15대 대통령선거를 1년여 앞둔 96년 9월초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김윤환상임고문(아호 허주)은 불쑥 ‘비영남 후보론’을 꺼내 정가에 커다란 파문을 던졌다.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후보를 만들었던 ‘킹 메이커’ 허주의 ‘비영남 후보론’은 지역감정을 우려하는 많은 국민으로부터 신선하고 용기있는 발언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그의 선택은 당내 민주계의 ‘이회창 불가론’을 격파, ‘이회창 대세론’을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덕분에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영남주자였던 이수성씨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3년 반의 세월이 흐른 뒤 허주의 입에서는 전혀 딴판의 얘기가 흘러나와 또다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영남을 주축으로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 중부권은 다 물 건너갔다. TK와 PK(부산-경남)가 협력해야 영남정권을 만들 수 있다. YS(김영삼전대통령)에 대한 피해의식은 없애야 한다. 각 지역민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대통령후보를 내고 싶은 것 아니냐. 영국 등에서도 지방의회가 중심이 돼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지역감정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해 비영남권인 중부권후보를 지원했으나 이회창총재는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수성씨를 (대선후보로) 만들었으면 영남정권을 만들 수 있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이 있다.”
허주의 ‘영남정권 창출론’에 정가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진정치인이 무책임하게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국민당을 만들었지만 분위기가 뜨지 않는데 따른 ‘극약처방’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그러나 정가의 실제 관심은 ‘영남정권 창출론’이 옳은지 그른지에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주장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쏠리는 듯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영남정권 창출론’ 또는 ‘영남후보론’이 극히 돌출적이고 허황된 발언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야권 인사들은 ‘영남후보론’이 총선 이후 정국에서 핵심적인 화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논리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2002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적 성격이 짙은 ‘4·13 총선’이 끝나면 여야 정당은 ‘정권사수’ 또는 ‘정권탈환’을 위한 ‘대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게 된다. 그리고 그 신호탄은 정계개편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새판짜기의 중심축은 일단 DJ(김대중대통령)가 될 듯하다. DJ는 민주당이 과반의석(273석 중 137석)을 얻지 못하는 한 남은 임기 3년의 안정적 국정운영과 정권재창출을 위해 현상 타개책을 모색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무소속 흡수지만 그것만으로 안정의석을 확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정당과의 정책연합에서 통합에 이르기까지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지난 2년간 공동정권을 운영했던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을 시도할 것임에 틀림없다. 민국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벌써부터 자민련 이한동총재와 민국당의 조순대표, 김윤환최고위원 등은 총선후 정계개편을 말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 3당을 엮어줄 수 있는 효과적인 고리는 내각제다. DJ가 ‘내각제 대 반(反)내각제’ 구도를 밀어붙일 의지만 있다면 ‘3당 연합’이나 ‘3당 합당’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4·13 총선’에서 승리, 이회창총재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 그렇게 될 확률은 더욱 크다.
그러나 문제는 내각제 개헌 자체가 성사 가능한 얘기냐는 데에 있다. 국민정서가 대통령제에 가까운데다 이회창총재가 이끄는 한나라당이 개헌저지선인 3분의 1 의석(92석)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여야는 내각제 개헌보다는 대선 레이스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정국을 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97년 대선에서 1000만표를 얻었고 제1야당 총재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는 이회창총재가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을 시작할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 내 반이회창세력이나 민주국민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도 이총재에 맞설 경쟁력 있는 ‘대항마’를 찾는데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때 이총재를 꺾을 수 있는 가장 파괴력 있는 무기로 ‘영남후보론’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총재의 지지기반인 영남권을 일부라도 허물지 않고서는 승산이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야권에서는 영남권 차세대 주자로 여러 정치인이 거론되고 있다. TK 출신으로는 민국당의 이수성고문과 한나라당 강재섭, 박근혜, 홍사덕의원 등이 거론된다. PK에서는 민국당 최고위원들인 박찬종, 이기택, 김광일씨 등이 입에 오르내린다.
이들 중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이수성, 박찬종씨는 대권 도전 의사가 확실한 인물들이다. 제1야당 총재를 지낸 이기택씨와 ‘YS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김광일씨 등도 민국당을 기반으로 ‘영남후보론’을 확산시켜 기회를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강재섭, 박근혜의원 등은 공천파동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지키고 있다. 박의원은 “야당이 갈라서는 것이 안타깝지만 당에 남아서 (총선) 결과를 보고 나서 (이총재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 강의원도 “정치는 명분과 시점이 중요한데 이 시점에서 탈당하는 것은 일시적 울분을 푸는 것으로 대의명분이 약하다”며 한나라당에 남았다.
하지만 내심 ‘차기’에 관심이 있는 두 사람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박의원은 “총선에서 유권자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거기에 맞추는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총선 후의 행보에 여운을 남겼다.
이들 영남권 주자는 총선 이후 ‘이회창 불가론’과 ‘영남후보론’의 입장에 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경우 이합집산이 새로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총단결’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누구를 대표주자로 내세울 것인지에 합의하기도 어렵거니와 TK와 PK간 세 싸움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정가에서는 이들의 ‘영남정권 창출론’은 결국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김영삼전대통령(YS)이 나서는 ‘영남정권 창출론’이라면 사정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YS는 최근 야당의 분열사태를 보고도 어느 편도 들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는 어찌 될지 모르는 총선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상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 후 한나라당과 민국당에서 살아남은 민주계들을 이끌고 영남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계개편을 막후에서 주도하려는 의도라는 것.
민주계의 한 인사는 “민국당의 ‘영남정권 창출론’은 아직 미풍에 불과하지만 YS가 나서면 태풍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영남=이회창 지지’라는 등식은 완전히 깨지고 정계에 엄청난 변화가 오리라는 주장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비호남 후보론’의 한 지류로 ‘영남후보론’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비호남 후보론’의 원류는 실세인 한화갑의원. 그는 98년 가을부터 줄곧 “다음 대통령후보로 호남 인사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야간에도 정권교체가 돼야 하고, 지역간에도 정권교체 되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펴 당 안팎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영남후보론’이다. 지역감정 타파라는 대의명분이 있는데다 강력한 경쟁자인 이회창총재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당의 ‘영남후보론’은 애당초 이수성전총리와 김중권전청와대비서실장, 노무현부총재 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전총리가 민국당에 뛰어든 이후 노부총재와 김전실장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당내에서 이인제선대위원장, 김근태부총재와 함께 ‘50대 트로이카’의 한 명으로 꼽히는 노부총재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의 벽을 뚫고 부산 북-강서을에서 당선될 경우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그 스스로도 자신을 “지역통합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을 감수해 온 인물”로 표현하며 대권 도전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전실장 역시 경북 봉화-울진에서 금배지를 달 경우 상당한 세를 얻을 전망이다.
15대 대통령선거를 1년여 앞둔 96년 9월초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의 김윤환상임고문(아호 허주)은 불쑥 ‘비영남 후보론’을 꺼내 정가에 커다란 파문을 던졌다.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후보를 만들었던 ‘킹 메이커’ 허주의 ‘비영남 후보론’은 지역감정을 우려하는 많은 국민으로부터 신선하고 용기있는 발언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그의 선택은 당내 민주계의 ‘이회창 불가론’을 격파, ‘이회창 대세론’을 만드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덕분에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영남주자였던 이수성씨는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3년 반의 세월이 흐른 뒤 허주의 입에서는 전혀 딴판의 얘기가 흘러나와 또다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제 영남을 주축으로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 중부권은 다 물 건너갔다. TK와 PK(부산-경남)가 협력해야 영남정권을 만들 수 있다. YS(김영삼전대통령)에 대한 피해의식은 없애야 한다. 각 지역민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대통령후보를 내고 싶은 것 아니냐. 영국 등에서도 지방의회가 중심이 돼 정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지역감정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해 비영남권인 중부권후보를 지원했으나 이회창총재는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수성씨를 (대선후보로) 만들었으면 영남정권을 만들 수 있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이 있다.”
허주의 ‘영남정권 창출론’에 정가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진정치인이 무책임하게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국민당을 만들었지만 분위기가 뜨지 않는데 따른 ‘극약처방’이라는 풀이도 나왔다.
그러나 정가의 실제 관심은 ‘영남정권 창출론’이 옳은지 그른지에 있는 것 같지 않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주장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쏠리는 듯하다.
왜 그럴까. 그것은 ‘영남정권 창출론’ 또는 ‘영남후보론’이 극히 돌출적이고 허황된 발언이라 여기는 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수의 야권 인사들은 ‘영남후보론’이 총선 이후 정국에서 핵심적인 화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논리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2002년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적 성격이 짙은 ‘4·13 총선’이 끝나면 여야 정당은 ‘정권사수’ 또는 ‘정권탈환’을 위한 ‘대선 레이스’에 시동을 걸게 된다. 그리고 그 신호탄은 정계개편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새판짜기의 중심축은 일단 DJ(김대중대통령)가 될 듯하다. DJ는 민주당이 과반의석(273석 중 137석)을 얻지 못하는 한 남은 임기 3년의 안정적 국정운영과 정권재창출을 위해 현상 타개책을 모색해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무소속 흡수지만 그것만으로 안정의석을 확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정당과의 정책연합에서 통합에 이르기까지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찾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지난 2년간 공동정권을 운영했던 자민련과의 공조 복원을 시도할 것임에 틀림없다. 민국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벌써부터 자민련 이한동총재와 민국당의 조순대표, 김윤환최고위원 등은 총선후 정계개편을 말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 민국당 3당을 엮어줄 수 있는 효과적인 고리는 내각제다. DJ가 ‘내각제 대 반(反)내각제’ 구도를 밀어붙일 의지만 있다면 ‘3당 연합’이나 ‘3당 합당’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4·13 총선’에서 승리, 이회창총재의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 그렇게 될 확률은 더욱 크다.
그러나 문제는 내각제 개헌 자체가 성사 가능한 얘기냐는 데에 있다. 국민정서가 대통령제에 가까운데다 이회창총재가 이끄는 한나라당이 개헌저지선인 3분의 1 의석(92석)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결국 여야는 내각제 개헌보다는 대선 레이스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정국을 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97년 대선에서 1000만표를 얻었고 제1야당 총재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는 이회창총재가 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경쟁을 시작할 수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 내 반이회창세력이나 민주국민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도 이총재에 맞설 경쟁력 있는 ‘대항마’를 찾는데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때 이총재를 꺾을 수 있는 가장 파괴력 있는 무기로 ‘영남후보론’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총재의 지지기반인 영남권을 일부라도 허물지 않고서는 승산이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야권에서는 영남권 차세대 주자로 여러 정치인이 거론되고 있다. TK 출신으로는 민국당의 이수성고문과 한나라당 강재섭, 박근혜, 홍사덕의원 등이 거론된다. PK에서는 민국당 최고위원들인 박찬종, 이기택, 김광일씨 등이 입에 오르내린다.
이들 중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이수성, 박찬종씨는 대권 도전 의사가 확실한 인물들이다. 제1야당 총재를 지낸 이기택씨와 ‘YS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김광일씨 등도 민국당을 기반으로 ‘영남후보론’을 확산시켜 기회를 노리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강재섭, 박근혜의원 등은 공천파동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지키고 있다. 박의원은 “야당이 갈라서는 것이 안타깝지만 당에 남아서 (총선) 결과를 보고 나서 (이총재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 강의원도 “정치는 명분과 시점이 중요한데 이 시점에서 탈당하는 것은 일시적 울분을 푸는 것으로 대의명분이 약하다”며 한나라당에 남았다.
하지만 내심 ‘차기’에 관심이 있는 두 사람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박의원은 “총선에서 유권자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에 따라 거기에 맞추는 것이 정치라고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총선 후의 행보에 여운을 남겼다.
이들 영남권 주자는 총선 이후 ‘이회창 불가론’과 ‘영남후보론’의 입장에 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경우 이합집산이 새로 이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총단결’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누구를 대표주자로 내세울 것인지에 합의하기도 어렵거니와 TK와 PK간 세 싸움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정가에서는 이들의 ‘영남정권 창출론’은 결국 실패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김영삼전대통령(YS)이 나서는 ‘영남정권 창출론’이라면 사정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YS는 최근 야당의 분열사태를 보고도 어느 편도 들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는 어찌 될지 모르는 총선 결과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상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총선 후 한나라당과 민국당에서 살아남은 민주계들을 이끌고 영남정권 재창출을 위한 정계개편을 막후에서 주도하려는 의도라는 것.
민주계의 한 인사는 “민국당의 ‘영남정권 창출론’은 아직 미풍에 불과하지만 YS가 나서면 태풍으로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영남=이회창 지지’라는 등식은 완전히 깨지고 정계에 엄청난 변화가 오리라는 주장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비호남 후보론’의 한 지류로 ‘영남후보론’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비호남 후보론’의 원류는 실세인 한화갑의원. 그는 98년 가을부터 줄곧 “다음 대통령후보로 호남 인사가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여야간에도 정권교체가 돼야 하고, 지역간에도 정권교체 되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펴 당 안팎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영남후보론’이다. 지역감정 타파라는 대의명분이 있는데다 강력한 경쟁자인 이회창총재의 허를 찌를 수 있는 카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당의 ‘영남후보론’은 애당초 이수성전총리와 김중권전청와대비서실장, 노무현부총재 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전총리가 민국당에 뛰어든 이후 노부총재와 김전실장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당내에서 이인제선대위원장, 김근태부총재와 함께 ‘50대 트로이카’의 한 명으로 꼽히는 노부총재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의 벽을 뚫고 부산 북-강서을에서 당선될 경우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그 스스로도 자신을 “지역통합과 화합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을 감수해 온 인물”로 표현하며 대권 도전의 꿈을 키우고 있다. 김전실장 역시 경북 봉화-울진에서 금배지를 달 경우 상당한 세를 얻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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