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1일 오전 서울 노원구청 민원실에서 일을 보고 나온 S그룹 직원 정모씨(40)는 바로 옆 ‘인터넷 광장’에 용기를 내어 들어갔다.
그는 인터넷도우미 안경철씨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해 이메일 보내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하루 2, 3명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아온 안씨는 숙달된 솜씨로 ‘이-메일의 세계’로 정씨를 안내했다.
“선생님, 컴퓨터는 이렇게 켭니다. 넷스케이프에 두 번 클릭하면 인터넷으로 들어가죠. daum.net에서 선생님의 무료 ID를 하나 받아보세요. 시키는 대로 기입만 하면 됩니다. 자, 선생님의 이메일 주소가 나왔습니다. ‘ㅎ·ㄴ글’할 줄 아시죠? 문서파일 불러와서 ‘이메일 편지 보내기’에… ‘어태치’는 이렇게… 자, 선생님이 보낸 편지가 제 이메일 주소로 도착했군요.”
PC방 학원서 2만원이면 인터넷 정복
몇 마디 물어볼 것도 없이 강의는 5분만에 싱겁게 끝났다. 이번엔 혼자 힘으로 같은 작업을 반복해 봤다. 정씨는 “오늘 이메일을 완전히 익혔다. 이렇게 쉬운 것 하나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마음고생을 했단 말인가”고 반문했다.
‘유명검색엔진에서 정보 찾는 법’ ‘이메일 주고 받는 법’. 이 두 가지만 익히면 ‘인터넷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고 안씨는 말한다. “넷맹에서 벗어나고 싶다고요? 10분이면 됩니다.”
인터넷을 못해 노심초사 긴장하고 사는 게 싫어 수많은 사람들이 요즘 ‘넷맹 탈출작전’에 뛰어들고 있다. ‘넷맹 엑소더스’의 시대가 온 것이다.
김수환추기경,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군부대의 60만 장병, 일산 신도시의 주부, 소년원의 비행청소년, 장애인, 경로당의 어르신, ‘늙다리 간부들’이 ‘넷맹 아님’을 선언하고 있다. PC방, 공-사설 학원에서 수천∼2만원으로 인터넷을 정복할 수 있고 ㈜칵테일 같은 업체는 ‘1대 1 인터넷교육’ CD상품을 내놓는 등 인터넷교육 공간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 방배동 PC방에서 1주일에 한 시간씩 두 달간 ㈜에듀텍(02-555-6644)이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교육을 받은 주부 최명희씨(44·사당동)는 요즘 인터넷 재미에 푹 빠졌다. “컴퓨터만 보면 겁부터 나는 넷맹이었어요. 그런데 이젠 홈페이지도 제 손으로 만듭니다.” 최씨가 즐겨 찾는 곳은 사이버 증권과 TV사이트. 최씨에겐 경품 응모하는 취미가 새로 생겼다. 지난 연말연시엔 친구, 친지들에게 전자카드를 듬뿍 뿌렸다고 한다.
2월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한국정보문화센터(02-552-3007). 윈도, 인터넷통신 등 컴퓨터 기초교육과정을 수강하는 사람 40명 중 10여명이 60세 이상이었다. 19일 일정에 수강료는 1만원이면 OK. 담당자 황승진씨는 “인터넷 배우는데 나이는 이제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80세의 김영규 할아버지는 지난해 11월 ‘고령자 홈페이지 우수작품 시연회’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출품했다. 그는 요즘도 홈페이지를 찾는 방문객과 이런저런 사이버 대화를 나누며 소일한다.
넷맹 탈출이 그러나 꼭 건전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섹티즌’이란 말이 유행이다. ‘섹스’와 ‘네티즌’의 합성어다. 음란사이트를 검색하기 위해 인터넷을 익힌 부류를 총칭하는 말이다. 대다수 인터넷 전문가들은 O양 비디오가 인터넷에 오르는 등 매머드급 음란사이트 파동이 잇따른 것이 인터넷 대중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다는데 동조한다.
7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근 인터넷 포털업체 ‘네띠앙’에 입사한 김수진씨(여·25)의 ‘인터넷으로 성공하기 작전’은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따라 걷는 길이다. “대학교 1학년 때 486컴퓨터로 인터넷과 처음 접했습니다. 프로그램 하나 다운받는데 30~40분 걸리는 남모르는 고통을 꿋꿋하게 참아냈죠. 그 결과 상업적 홈페이지를 기획하는 직업을 얻게 됐는데 아주 만족스러워요.”
넷맹 탈출에 가까스로 성공한 직장인들은 이미 한참을 앞서가고 있는 이런 젊은 세대를 보며 또 한번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인터넷교육기관인 ‘네트로21’의 한 관계자는 이는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인터넷교육체계가 일정 성과를 거둔 점은 분명하지만 아직 ‘중간’이 없다는 것이다.
“넷맹을 위한 교육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웹마스터과정 등 고급교육과정도 많습니다. 문제는 초보수준을 벗어나 인터넷을 좀더 깊게 활용하려는 중간층에게 알맞은 ‘맞춤형 교육’이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정보검색사과정’의 경우 속성으로 일주일만 배우면 엄청나게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기관에선 사업성을 따지다 보니 장기 코스뿐입니다. 직장인들은 결국 이런 교육에서 자꾸 소외되어 인터넷 능력의 업그레이드가 안되는 겁니다.”
인터넷교육은 이제 ‘넷맹 탈출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그는 인터넷도우미 안경철씨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해 이메일 보내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하루 2, 3명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아온 안씨는 숙달된 솜씨로 ‘이-메일의 세계’로 정씨를 안내했다.
“선생님, 컴퓨터는 이렇게 켭니다. 넷스케이프에 두 번 클릭하면 인터넷으로 들어가죠. daum.net에서 선생님의 무료 ID를 하나 받아보세요. 시키는 대로 기입만 하면 됩니다. 자, 선생님의 이메일 주소가 나왔습니다. ‘ㅎ·ㄴ글’할 줄 아시죠? 문서파일 불러와서 ‘이메일 편지 보내기’에… ‘어태치’는 이렇게… 자, 선생님이 보낸 편지가 제 이메일 주소로 도착했군요.”
PC방 학원서 2만원이면 인터넷 정복
몇 마디 물어볼 것도 없이 강의는 5분만에 싱겁게 끝났다. 이번엔 혼자 힘으로 같은 작업을 반복해 봤다. 정씨는 “오늘 이메일을 완전히 익혔다. 이렇게 쉬운 것 하나 때문에 지난 1년 동안 마음고생을 했단 말인가”고 반문했다.
‘유명검색엔진에서 정보 찾는 법’ ‘이메일 주고 받는 법’. 이 두 가지만 익히면 ‘인터넷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고 안씨는 말한다. “넷맹에서 벗어나고 싶다고요? 10분이면 됩니다.”
인터넷을 못해 노심초사 긴장하고 사는 게 싫어 수많은 사람들이 요즘 ‘넷맹 탈출작전’에 뛰어들고 있다. ‘넷맹 엑소더스’의 시대가 온 것이다.
김수환추기경,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군부대의 60만 장병, 일산 신도시의 주부, 소년원의 비행청소년, 장애인, 경로당의 어르신, ‘늙다리 간부들’이 ‘넷맹 아님’을 선언하고 있다. PC방, 공-사설 학원에서 수천∼2만원으로 인터넷을 정복할 수 있고 ㈜칵테일 같은 업체는 ‘1대 1 인터넷교육’ CD상품을 내놓는 등 인터넷교육 공간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 방배동 PC방에서 1주일에 한 시간씩 두 달간 ㈜에듀텍(02-555-6644)이 제공하는 무료 인터넷교육을 받은 주부 최명희씨(44·사당동)는 요즘 인터넷 재미에 푹 빠졌다. “컴퓨터만 보면 겁부터 나는 넷맹이었어요. 그런데 이젠 홈페이지도 제 손으로 만듭니다.” 최씨가 즐겨 찾는 곳은 사이버 증권과 TV사이트. 최씨에겐 경품 응모하는 취미가 새로 생겼다. 지난 연말연시엔 친구, 친지들에게 전자카드를 듬뿍 뿌렸다고 한다.
2월10일 오후 서울 삼성동 한국정보문화센터(02-552-3007). 윈도, 인터넷통신 등 컴퓨터 기초교육과정을 수강하는 사람 40명 중 10여명이 60세 이상이었다. 19일 일정에 수강료는 1만원이면 OK. 담당자 황승진씨는 “인터넷 배우는데 나이는 이제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80세의 김영규 할아버지는 지난해 11월 ‘고령자 홈페이지 우수작품 시연회’에 자신의 홈페이지를 출품했다. 그는 요즘도 홈페이지를 찾는 방문객과 이런저런 사이버 대화를 나누며 소일한다.
넷맹 탈출이 그러나 꼭 건전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 ‘섹티즌’이란 말이 유행이다. ‘섹스’와 ‘네티즌’의 합성어다. 음란사이트를 검색하기 위해 인터넷을 익힌 부류를 총칭하는 말이다. 대다수 인터넷 전문가들은 O양 비디오가 인터넷에 오르는 등 매머드급 음란사이트 파동이 잇따른 것이 인터넷 대중화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었다는데 동조한다.
7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근 인터넷 포털업체 ‘네띠앙’에 입사한 김수진씨(여·25)의 ‘인터넷으로 성공하기 작전’은 요즘 많은 대학생들이 따라 걷는 길이다. “대학교 1학년 때 486컴퓨터로 인터넷과 처음 접했습니다. 프로그램 하나 다운받는데 30~40분 걸리는 남모르는 고통을 꿋꿋하게 참아냈죠. 그 결과 상업적 홈페이지를 기획하는 직업을 얻게 됐는데 아주 만족스러워요.”
넷맹 탈출에 가까스로 성공한 직장인들은 이미 한참을 앞서가고 있는 이런 젊은 세대를 보며 또 한번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인터넷교육기관인 ‘네트로21’의 한 관계자는 이는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우리의 인터넷교육체계가 일정 성과를 거둔 점은 분명하지만 아직 ‘중간’이 없다는 것이다.
“넷맹을 위한 교육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웹마스터과정 등 고급교육과정도 많습니다. 문제는 초보수준을 벗어나 인터넷을 좀더 깊게 활용하려는 중간층에게 알맞은 ‘맞춤형 교육’이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정보검색사과정’의 경우 속성으로 일주일만 배우면 엄청나게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기관에선 사업성을 따지다 보니 장기 코스뿐입니다. 직장인들은 결국 이런 교육에서 자꾸 소외되어 인터넷 능력의 업그레이드가 안되는 겁니다.”
인터넷교육은 이제 ‘넷맹 탈출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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