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68)은 서구 모더니즘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올린 미(美)의 이상에 ‘한순간’에 도달했다. 그는 지난 2월10일 시작된 18년만의 미국 회고전 ‘백남준의 세계’에서 레이저로 현대 미술의 상징인 구겐하임미술관을 ‘정복’했다. 11일자 뉴욕타임스는 이번 전시에 2면을 할애, 그에게 존경을 표하는 리뷰를 실었으며 개막과 함께 열린 3일간의 리셉션은 한국과 미국의 작가 및 미술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알려진대로 백남준은 5년전 구겐하임미술관으로부터 대규모의 기획전을 제의받고 새로운 매체로 레이저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신작 ‘야곱의 사다리’는 단순히 레이저라는 빛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작품일 뿐 아니라, 절대적 미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거장다운 회답으로서 구겐하임 미술관에 설치된 것이기도 했다.
구겐하임미술관은 20세기 미국 미술의 기초를 다진 솔로몬 구겐하임의 요구로 미국의 대표적 모더니즘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59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7층 높이의 전시장을 나선형으로 돌아 올라가는(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상상하면 된다) 이 미술관의 형태는 절대적 미(천장)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이를 추구하는 모더니즘의 이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뿐만 아니라 건축물 자체의 개성이 너무 강렬해 미술품을 압도한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백남준은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로 녹색의 레이저 광선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거울에 반사시키는 ‘야곱의 사다리’로 땅과 천장을 연결해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창조했다. 바닥에는 100개의 TV모니터가 빛나고 있으며 천장에는 땅에서 쏘아올린 레이저가 수학적이고 절대적인 미를 상징하는 원을 그려내고 있다. 이로써 하늘과 땅은 하나가 된다. 백남준은 레이저가 “숭고하고도 달콤한 매체”라면서 그의 신작들이 “21세기도 더 재미있는 세계가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엄하면서도 위트가 가득한 이 작품은 통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미술전문지 아트뉴스 1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작품을 유기적으로 전시할 수 있게 해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감사한다”고 의미있는 인사를 했다. 백남준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부수고, 길에서 관객들을 선동하던 60, 70년대처럼 거칠진 않았지만 여전히 ‘과격’하고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예술의 관념을 뒤집는다.
10일 미술관계자들을 위한 프리뷰에 참석한 백남준의 건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96년 이후 중풍과 싸우고 있는 그의 얼굴은 많이 부어있었고 줄곧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낙천적이었다. 건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지, 왜냐하면 볼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잖아”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백내장 수술을 받은 그의 시력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는 또 “무당의 내 사주가 좋았던 모양이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의 중심이라고 일컬어지는 구겐하임미술관이 새 밀레니엄의 첫 번째 작가로 그를 선택함으로써 이뤄지게 됐다. 이는 지금부터 40년 전인 1959년 이미 비디오-미디어-를 예술의 매체로 이용했던 예술가에 대한 존경이자 “미래의 예술이 테크놀로지와 정보미디어의 형태로 나아갈 것” (미술평론가 이용우)이라는 21세기의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존 한하르트 구겐하임 필림미디어아트 수석큐레이터는 “백남준은 우리에게 어떻게 미디어를 이용하는지를 처음으로 보여준 작가이며 70년대에 이미 인터넷의 개념을 설정한 작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남준은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통해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의 관객들을 하나로 묶는 시도를 보여준 바 있다.
구겐하임미술관 7층 특별전시실에 마련된 각종 자료들과 60년대 작업들(‘마그넷 TV’ 등)은 현재 미술의 방향을 예감한 것이어서 새삼 놀라운 느낌을 준다. 즉 백남준은 이미 30, 40년 전 이데올로기로서 대중매체의 속성을 간파했으며 미술과 관객 사이의 인터랙티브, 예술과 과학의 결합, 테크놀로지의 인간화 등을 고민했던 것이다. ‘백남준의 세계’는 현재 미술의 한 흐름이 분명히 그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백남준의 세계’는 구겐하임 전시가 끝나는 4월 26일 이후 한국으로 옮겨 공개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미 백남준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2012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백남준은 기자회견 말미에 우리말로 “우리 나라가 20세기엔 고생도 많이 했지만 21세기엔 동북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과 미술계가 백남준이 한국인인 것을 ‘우연’ 이상으로 보지 않으려는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그는 혼잣말처럼 “어차피 늙고 죽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이왕이면 이렇게 늙고 죽는 게 좋겠지”라고도 말했다. 그의 행복한 표정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감동적인 퍼포먼스이기도 했다.
알려진대로 백남준은 5년전 구겐하임미술관으로부터 대규모의 기획전을 제의받고 새로운 매체로 레이저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신작 ‘야곱의 사다리’는 단순히 레이저라는 빛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작품일 뿐 아니라, 절대적 미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대한 거장다운 회답으로서 구겐하임 미술관에 설치된 것이기도 했다.
구겐하임미술관은 20세기 미국 미술의 기초를 다진 솔로몬 구겐하임의 요구로 미국의 대표적 모더니즘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59년에 완성한 작품이다. 7층 높이의 전시장을 나선형으로 돌아 올라가는(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을 상상하면 된다) 이 미술관의 형태는 절대적 미(천장)의 존재에 대한 믿음과 이를 추구하는 모더니즘의 이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뿐만 아니라 건축물 자체의 개성이 너무 강렬해 미술품을 압도한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백남준은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로 녹색의 레이저 광선을 지그재그 모양으로 거울에 반사시키는 ‘야곱의 사다리’로 땅과 천장을 연결해 완전히 새로운 공간을 창조했다. 바닥에는 100개의 TV모니터가 빛나고 있으며 천장에는 땅에서 쏘아올린 레이저가 수학적이고 절대적인 미를 상징하는 원을 그려내고 있다. 이로써 하늘과 땅은 하나가 된다. 백남준은 레이저가 “숭고하고도 달콤한 매체”라면서 그의 신작들이 “21세기도 더 재미있는 세계가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엄하면서도 위트가 가득한 이 작품은 통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미술전문지 아트뉴스 1월호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작품을 유기적으로 전시할 수 있게 해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에게 감사한다”고 의미있는 인사를 했다. 백남준은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부수고, 길에서 관객들을 선동하던 60, 70년대처럼 거칠진 않았지만 여전히 ‘과격’하고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예술의 관념을 뒤집는다.
10일 미술관계자들을 위한 프리뷰에 참석한 백남준의 건강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96년 이후 중풍과 싸우고 있는 그의 얼굴은 많이 부어있었고 줄곧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낙천적이었다. 건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좋지, 왜냐하면 볼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잖아”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백내장 수술을 받은 그의 시력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는 또 “무당의 내 사주가 좋았던 모양이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 미술의 중심이라고 일컬어지는 구겐하임미술관이 새 밀레니엄의 첫 번째 작가로 그를 선택함으로써 이뤄지게 됐다. 이는 지금부터 40년 전인 1959년 이미 비디오-미디어-를 예술의 매체로 이용했던 예술가에 대한 존경이자 “미래의 예술이 테크놀로지와 정보미디어의 형태로 나아갈 것” (미술평론가 이용우)이라는 21세기의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존 한하르트 구겐하임 필림미디어아트 수석큐레이터는 “백남준은 우리에게 어떻게 미디어를 이용하는지를 처음으로 보여준 작가이며 70년대에 이미 인터넷의 개념을 설정한 작가”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남준은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통해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의 관객들을 하나로 묶는 시도를 보여준 바 있다.
구겐하임미술관 7층 특별전시실에 마련된 각종 자료들과 60년대 작업들(‘마그넷 TV’ 등)은 현재 미술의 방향을 예감한 것이어서 새삼 놀라운 느낌을 준다. 즉 백남준은 이미 30, 40년 전 이데올로기로서 대중매체의 속성을 간파했으며 미술과 관객 사이의 인터랙티브, 예술과 과학의 결합, 테크놀로지의 인간화 등을 고민했던 것이다. ‘백남준의 세계’는 현재 미술의 한 흐름이 분명히 그로부터 시작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백남준의 세계’는 구겐하임 전시가 끝나는 4월 26일 이후 한국으로 옮겨 공개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미 백남준은 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존 케이지 탄생 100주년(2012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백남준은 기자회견 말미에 우리말로 “우리 나라가 20세기엔 고생도 많이 했지만 21세기엔 동북아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과 미술계가 백남준이 한국인인 것을 ‘우연’ 이상으로 보지 않으려는 것과 묘한 대조를 이루는 장면이었다. 그는 혼잣말처럼 “어차피 늙고 죽는 건 어쩔 수 없는데 이왕이면 이렇게 늙고 죽는 게 좋겠지”라고도 말했다. 그의 행복한 표정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감동적인 퍼포먼스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