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에서 터부시되는 주제 중 하나가 돈이다. “나는 돈이 좋아” “돈을 버는 게 가장 중요해” “다른 것보다 돈을 선택하겠어” 이런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은 돈보다는 뭔가 중요한 다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돈은 다른 가치에 비해 좀 천박하고 세속적이다. 그래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인은 돈에 욕심을 내고 돈을 추구하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본다.
정말 돈에 욕심을 내는 게 안 좋은 것일까. 일단 뭔가에 욕심을 내는 것 자체는 어떤가. 불교 등에서는 욕심을 버릴 것을 강조하는데, 뭔가를 욕심을 가지고 추구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 아닌가.
내 경험에서 보자면, 나는 학계에 종사했다. 학자 중에는 지위, 권력 등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냥 순수하게 학문의 길을 걷는 사람이 있고, 이와 반대로 지위, 권력, 돈 등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일에 힘쓰는 사람도 있다. 나는 처음에는 지위, 권세, 돈 등에 관심을 가지는 학자들을 진정한 학자가 아니라고 봤다.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냥 학자로서만 생활하는 사람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욕심 없이 안분지족하면서 지내는 사람이 훨씬 더 좋은 사람 같다. 뭔가 욕심을 내면서 욕망을 충족하고자 움직이는 사람은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안분지족하며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관심이 없고, 다른 이들에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지위에 욕심을 내는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잘 보여야 지위를 차지할 수 있기에 더 친절하다.
학계에는 분야마다 학회가 있다. 그런데 학회 회장, 부회장 같은 직위는 모두 무보수다. 무보수이지만 학회장이라는 명예를 얻으려고 뛰는 학자들에 의해 학회가 유지된다. 학회 사람들이 모두 지위에 욕심이 없으면 그 학회는 유지되지 못한다. 뭔가 욕심이 있는 사람,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에 의해 일이 성사되는 것이다. 따라서 욕망은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조선시대 선비와 관료들은 그야말로 안분지족했고 욕심이 없었다. 1748년 사간 황경원은 이런 말을 했다. “지금 나라 안의 삼베와 모시, 솜과 비단으로 족히 입을 수 있고 조와 쌀, 보리와 콩으로 족히 먹을 수 있고, 철의 달굼이 풍요로워 족히 기물을 만들 수 있고, 은의 이로움으로 족히 경제를 다스릴 수 있는데, 또 무엇에 쓰려고 굳이 천리 타국의 물화를 실어 올 필요가 있는가.” 조선은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다른 나라 물자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돈, 물질에 관심이 없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본이다. 하지만 그런 안분지족, 욕심 없는 삶이 결국 조선을 망하게 했다. 당시 조선이 서구 제국의 물질, 재물에 욕심을 냈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망하는 일은 없었을 테다. 욕망, 욕심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플라톤의 저작 ‘뤼시스’는 소크라테스와 뤼시스 간 대화록이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우리는 금과 은, 즉 돈이 중요하다고 말하긴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것이 있다. 그 다른 것을 구하기 위해 돈이 부차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즉 사람들이 돈을 원한다고 할 때 정말 돈 자체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돈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돈을 사용해 구할 수 있는 것, 바로 그게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바다. 돈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돈을 통해 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심리학과 경영학에서 사람들의 행동 동기를 파악하는 이론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이 있다(그림 참조).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은 다음과 같은 5단계로 돼 있다.
② 안전 욕구 먹고 입고 자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을 원하는 욕구다. 먹고사는 것이 계속해서 보장되기를 원한다.
③ 사회적 욕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④ 존중 욕구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싶은 욕구로,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관심을 받기를 원한다.
⑤ 자아실현 욕구 자아 성취를 원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평가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를 바란다.
이 욕구들 가운데 무엇을 바라는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그리고 이런 개인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것이 돈이다. 배가 고플 때 그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먹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고자 하는 자아실현 욕구가 있을 때 바이올린을 사서 배우려면 돈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을 때 돈이 있어야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다. 돈은 수단이다. 돈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자신의 욕구가 목적이다.
돈 욕심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이것은 돈을 통해 자기가 어떤 욕구를 충족하려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를 달성하고자 돈 욕심을 낸다면 주변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욕구, 존중 욕구를 달성하고자 돈 욕심을 낸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이 단계에서 돈에 욕심을 내는 건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정말 돈에 욕심을 내는 게 안 좋은 것일까. 일단 뭔가에 욕심을 내는 것 자체는 어떤가. 불교 등에서는 욕심을 버릴 것을 강조하는데, 뭔가를 욕심을 가지고 추구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은 일 아닌가.
내 경험에서 보자면, 나는 학계에 종사했다. 학자 중에는 지위, 권력 등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냥 순수하게 학문의 길을 걷는 사람이 있고, 이와 반대로 지위, 권력, 돈 등에 관심을 가지고 그런 일에 힘쓰는 사람도 있다. 나는 처음에는 지위, 권세, 돈 등에 관심을 가지는 학자들을 진정한 학자가 아니라고 봤다.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그냥 학자로서만 생활하는 사람이 더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욕심 있어야 발전
학계에서 조금 경험이 늘어나자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위, 권세, 돈 등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더 열심히 일했다. 연구 실적도 더 많았고, 학계 활동도 더 많이 했다. 그런 것에 관심 없는 학자들은 다른 일은 하지 않은 채 연구에만 시간을 할애할 수 있으니 더 많은 연구 실적, 더 좋은 연구 실적을 낼 것 같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욕심이 없는 학자는 연구 욕심도 없다. 교수가 될 때까지는 열심히 하지만, 그 후에는 그냥 단순히 강의하는 교수가 된다. 지위 등에 관심이 없고 주변 교수들과 교류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연구만 하다가 석학이 된 경우는 없었다. 이에 반해 욕심이 있는 학자는 정교수가 된 후에도 열심히 뭔가를 했다. 정말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람은 욕심 있는 교수들이었다.겉으로 보기에는 욕심 없이 안분지족하면서 지내는 사람이 훨씬 더 좋은 사람 같다. 뭔가 욕심을 내면서 욕망을 충족하고자 움직이는 사람은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안분지족하며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사람은 다른 이들에게 관심이 없고, 다른 이들에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지위에 욕심을 내는 사람이 다른 이들에게 잘 보여야 지위를 차지할 수 있기에 더 친절하다.
학계에는 분야마다 학회가 있다. 그런데 학회 회장, 부회장 같은 직위는 모두 무보수다. 무보수이지만 학회장이라는 명예를 얻으려고 뛰는 학자들에 의해 학회가 유지된다. 학회 사람들이 모두 지위에 욕심이 없으면 그 학회는 유지되지 못한다. 뭔가 욕심이 있는 사람, 욕망을 추구하는 사람에 의해 일이 성사되는 것이다. 따라서 욕망은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조선시대 선비와 관료들은 그야말로 안분지족했고 욕심이 없었다. 1748년 사간 황경원은 이런 말을 했다. “지금 나라 안의 삼베와 모시, 솜과 비단으로 족히 입을 수 있고 조와 쌀, 보리와 콩으로 족히 먹을 수 있고, 철의 달굼이 풍요로워 족히 기물을 만들 수 있고, 은의 이로움으로 족히 경제를 다스릴 수 있는데, 또 무엇에 쓰려고 굳이 천리 타국의 물화를 실어 올 필요가 있는가.” 조선은 살아가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다른 나라 물자에 욕심을 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돈, 물질에 관심이 없고 고고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본이다. 하지만 그런 안분지족, 욕심 없는 삶이 결국 조선을 망하게 했다. 당시 조선이 서구 제국의 물질, 재물에 욕심을 냈다면 그렇게 허망하게 망하는 일은 없었을 테다. 욕망, 욕심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회적 욕구와 존중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돈에 욕심을 내는 건 장려해야 한다. [GETTYIMAGES]
문제는 돈 욕심
문제는 욕심을 내는 것 자체가 아니라, 돈 욕심을 내는 것이다. 사람이라면 돈이 아닌, 뭔가 더 가치 있는 것에 욕심을 내야 하는 게 아닐까. 돈처럼 물질적이고 천박한 것에 욕심을 내는 게 문제다. 그런데 경제학의 시조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이런 글을 남겼다. “인간이 가장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존경과 우대를 받는 것이고, 가장 싫어하는 것은 무시와 경멸을 당하는 것이다. 인간은 지혜와 덕이 아니라 부와 권세를 가진 사람을 존경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업신여기기 때문에 인간은 부와 권세를 얻으려는 것이다.” 즉 인간은 부나 돈 자체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존중해주기를 원하는 것이고, 그 수단이 부와 돈이다.플라톤의 저작 ‘뤼시스’는 소크라테스와 뤼시스 간 대화록이다.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우리는 금과 은, 즉 돈이 중요하다고 말하긴 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것이 있다. 그 다른 것을 구하기 위해 돈이 부차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즉 사람들이 돈을 원한다고 할 때 정말 돈 자체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돈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돈을 사용해 구할 수 있는 것, 바로 그게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바다. 돈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일 뿐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돈을 통해 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심리학과 경영학에서 사람들의 행동 동기를 파악하는 이론 중 가장 유명한 것으로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이 있다(그림 참조).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은 다음과 같은 5단계로 돼 있다.
① 생리적 욕구 지금 당장 먹고 입고 자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사항을 충족하고 싶어 하는 욕구다.
② 안전 욕구 먹고 입고 자는 것이 앞으로도 계속 장기적으로 유지될 것을 원하는 욕구다. 먹고사는 것이 계속해서 보장되기를 원한다.
③ 사회적 욕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한다.
④ 존중 욕구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받고 싶은 욕구로, 다른 사람의 인정이나 관심을 받기를 원한다.
⑤ 자아실현 욕구 자아 성취를 원한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평가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면서 자기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기를 바란다.
이 욕구들 가운데 무엇을 바라는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그리고 이런 개인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것이 돈이다. 배가 고플 때 그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먹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바이올린 연주자가 되고자 하는 자아실현 욕구가 있을 때 바이올린을 사서 배우려면 돈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을 때 돈이 있어야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다. 돈은 수단이다. 돈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자신의 욕구가 목적이다.
생리적 욕구 충족을 위한 돈 욕심은 추악
돈에 욕심을 내는 건 좋은 일일까, 안 좋은 일일까. 그건 그 사람의 욕구가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생리적 욕구 단계에 있는 사람은 당장 먹고살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일단 내가 먹고살아야 하니 다른 이들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다른 이들은 어찌되든 내가 돈을 버는 게 중요하다.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단계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나 가족만을 위해 돈을 모으고 쓴다. 다른 이들의 돈을 빼앗기도 하고, 다른 이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람들이 욕하는 부자, 인색한 부자, 돈만 아는 추악한 사람은 모두 이 단계에서 돈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사회적 욕구 단계, 존중 욕구 단계의 사람들은 다르다. 이 단계의 사람들은 다른 이들과 관계가 중요하다. 다른 이들과 잘 지내려 하고 또 도움을 주고자 한다. 그러려면 돈을 써야 한다. 다른 이들의 돈을 빼앗으려 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돈을 베풀려 한다. 자비로운 부자, 사람 좋은 부자는 이 단계의 사람들이다.돈 욕심이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이것은 돈을 통해 자기가 어떤 욕구를 충족하려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를 달성하고자 돈 욕심을 낸다면 주변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욕구, 존중 욕구를 달성하고자 돈 욕심을 낸다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이 단계에서 돈에 욕심을 내는 건 오히려 장려해야 할 일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유튜브와 포털에서 각각 ‘매거진동아’와 ‘투벤저스’를 검색해 팔로잉하시면 기사 외에도 동영상 등 다채로운 투자 정보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