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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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가득 펼쳐진 요리의 세계

존 파브로 감독의 ‘아메리칸 셰프’

  • 강유정 영화평론가·강남대 교수 noxkang@daum.net

    입력2015-01-12 09: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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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는 게 대세다. 잘나가는 식당 이야기냐고? 요즘 방송가 이야기다. 새해를 맞아 새롭게 론칭한 프로그램을 보면 먹는 것과 관련한 것이 무척 많다. 과거엔 요리 선생님이 조리법을 가르쳐주는 게 일반적이었다면, 요즘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먹거리 쇼’다. 서울 강남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요리사 등 요리 고수들이 일반인의 냉장고에 들어 있는 식재료를 이용해 그럴듯한 음식을 만들고 출연자에게 평가받는 프로그램도 있다. 바야흐로 먹거리 홍수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아메리칸 셰프’는 꽤 적합한 시기에 찾아온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내용은 셰프의 환골탈태로 요약할 수 있다. 일찍부터 천재 요리사로 평가받던 주인공 칼의 레스토랑에 악명만큼이나 영향력도 어마어마한 평론가가 찾아오기로 한다. 새로운 메뉴를 내놓으려고 동분서주하는 칼에게 식당 주인은 어깃장을 놓는다. “만약 롤링스톤스 공연에 갔어. 그런데 믹 재거가 ‘새티스팩션((I Can’t Get No) Satisfaction)’을 안 부르면 어떨 것 같아?” 이 대화를 우리 식으로 바꾸면 이렇게 될 것이다. “조용필 콘서트에 갔어. 그런데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안 불러주면 기분이 어떻겠나?”

    사장 말이 절반은 맞다. 조용필 콘서트를 일생에 단 한 번 찾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히트곡이 단비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동료 음악가나 평론가에게 그 노래는 빤한 자기복제에 불과할 수 있다. 칼이 놓인 상황이 바로 그렇다. 10년 동안 최고 인기를 누리며 많은 수익을 남기는 셰프로 살아오는 사이 그의 창의성은 바닥나고, 대중이 좋아하는 맛만 따르게 된 상태. 트렌드를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트렌드를 따라가는 장사꾼이 된 그에게, 아니나 다를까 평론가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혹평을 쏟아낸다. 격분한 칼도 그에게 맹공격을 퍼붓는다. 이 장면은 고스란히 촬영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전국에 퍼져나가고, 결국 칼은 유명 셰프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다.

    하지만 그는 복이 많은 사람이다. 그의 변신을 응원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스태프로 일해줄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예상하다시피 칼은 상업 레스토랑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푸드트럭 사장으로 거듭난다.

    인생의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반전드라마라는 점에서 ‘아메리칸 셰프’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존 파브로 감독은 이 상투적 이야기를 제법 맛깔나게 그려낸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화려한 배우들이다. 파브로 감독은 전작 ‘아이언맨’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부터 스칼릿 조핸슨에 이르기까지 현재 가장 화려하고 바쁜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데 성공했다. 또 요리 재료 손질 과정과 다양한 음식 이미지로 입맛을 돋우고, 멕시코풍으로 흥겹게 흐르는 음악으로 여흥도 더했다. 그 덕에 뻔하지만 지겹지 않은 이야기가 됐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칼이 비평가를 향해 소리친 대사가 잊히지 않는다. “이 요리를 만들기 위해 우리 스태프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알아? 말로 토해내는 잔인한 것들. 당신들 말 때문에 우린 너무 아프단 말이야”라는 울분 말이다.

    스크린 가득 펼쳐진 요리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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