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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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9일 떠나는데 뒤통수가 따갑던걸

30대 기업 중 23곳 집중휴가제 시행 … 부장급 이상 간부사원은 ‘그림의 떡’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7-06-13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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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작 9일 떠나는데 뒤통수가 따갑던걸
    평균 3.4일. 2003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여름휴가 실태를 조사한 결과는 참혹했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된 현재는 이 같은 실태가 개선됐을까. 30대 기업(매출액 기준)의 여름휴가 사용 실태를 통해 이를 가늠해보자(표 참조).

    ‘9일 연속휴가’. 이것이 30대 기업의 가장 일반적인 여름휴가 형태였다. ‘9일 연속휴가가 일반적인 경향인가’라는 질문에 30개 기업 중 25개 기업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간의 휴가를 낸 뒤 앞뒤 주말을 합해 9일 동안 쉰다는 것. 여름휴가를 4일만 주는 기업도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하루씩 보태 9일 동안 업무에서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GS칼텍스 홍보팀 강태화 과장은 “하계휴가가 4일인데 앞뒤 주말과 연차 하루를 보태 9일을 연속해 쉬는 것이 대체적인 경향”이라고 전했다.

    7월 말~8월 초에 아예 공장 문을 닫고 전 사원이 동시에 휴가에 돌입하는 자동차업계(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지엠대우,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기업들은 연중 아무 때나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7~8월에 휴가를 떠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9일 연속휴가가 일반적인 경향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한 기업은 한국전력, 포스코, 교보생명, 한국가스공사, 신한은행 등 5개 기업. 포스코 관계자는 “휴가를 3일 내 주말까지 합해 5일 쉬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휴가를 길게 가면 영업점 업무를 다른 직원들이 나눠서 해야 하는 고충이 있기 때문에 하계휴가 5일을 한 번에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전했다.

    연중 휴가 권해도 여전히 7~8월이 대부분



    기왕 주어진 휴가를 모두 합쳐 한꺼번에 장기휴가를 다녀올 수는 없을까. 이런 휴가문화는 30대 기업에 낯선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게 장기휴가를 장려한다. 현대오일뱅크는 2002년부터 ‘리프레시 휴가제도’라는 이름으로 하계휴가 4일과 연차휴가를 합쳐 최장 2주일간 휴가를 쓰도록 장려한다. 홍보팀 고인수 과장은 “직원들의 바람을 수렴해 도입한 제도로 반응이 아주 좋다”며 “애초 염려했던 생산성 저하나 업무 차질 등의 문제는 생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대중공업은 생산직 직원들에게 장기간의 휴식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올해 처음 집중휴가제를 도입한다. 기존 9일에서 12일로 휴가기간을 사흘 더 늘린 것.

    한편 부장급 이상 직장인 가운데 상당수는 ‘9일 연속휴가’ 문화에서 열외(列外)인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체에 근무하는 윤모(32) 씨는 “부장 이상의 상사 중 9일 휴가를 가는 이는 매우 드물다”고 전했다. 롯데쇼핑에 근무하는 정모(31) 씨 또한 “부장 이하 직원들은 9일 휴가를 가지만, 부장 이상 상사들은 사흘 정도 다녀오는 게 일반적”이라면서 “업무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회사 눈치를 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에선 年 4주간 자유롭게 사용

    ‘한 달 휴가’와는 거리가 먼 30대 기업들. 그렇다면 장기근속휴가제도를 통해서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장기근속휴가제도를 아예 도입하지 않은 기업이 12개에 달했고, 나머지 기업도 길어야 15일(30년 근속인 경우)에 지나지 않았다. 10년 근속자에게 3일 이하의 ‘있으나 마나’ 한 휴가를 주는 기업도 9개나 됐다.

    장기휴가제도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견됐다. SK㈜ 는 2000년부터 부장급 이상 직원에게 6개월에서 1년까지 안식휴가를 갈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지만, 현재까지 이 휴가를 챙긴 사람은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올해는 아예 신청자가 없다. SK㈜ 관계자는 “우리 회사 직원 수가 매출 규모에 비해 충분하지 않아 업무를 인수인계할 사람이 없어 활용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무더위 속에서 9일간 떠나는 여름휴가. 이 정도면 만족할 만한 재충전의 시간일까.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최석호 교수(레저경영연구원 원장)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주5일 근무제로 근로시간이 줄고 여가시간이 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면서 “주5일 근무제는 장시간 효율적으로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보상해주는 장기간의 연속 휴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주5일 근무제 시대에 ‘충분한 휴가’로 1년에 4주간 자유롭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영국의 휴가제도를 추천했다. 영국의 직장인들은 보통 여름 2주, 부활절 1주, 크리스마스 1주 등으로 매년 4주간의 휴가를 떠난다.

    ▼ 30대 기업 여름휴가 및 장기근속휴가 현황 (매출액 기준)
    기업 여름휴가(연차 제외) 9일 연속휴가가

    일반적인가
    장기근속휴가
    삼성전자 근속연수 따라 5~10일 10년부터 5년 단위로 3, 5, 7, 10, 15일
    현대자동차 5일 없음
    한국전력 연차 외에 없음 X 5년부터 5년 단위로 2, 3, 5일
    엘지전자 4일 10년 3일, 20년 5일
    삼성생명 근속연수 따라 5~12일 10년부터 5년 단위로 3, 5, 7, 10, 15일
    SK㈜ 4일 없음
    포스코 근속연수 따라 10~12일 X 15년 3일, 20·25·30년 5일
    국민은행 5일 15년마다 5년 단위로 6일씩
    GS칼텍스 4일 20년 3일, 30년 6일
    기아자동차 5일 없음
    SK네크웍스 연차 외에 없음 10·15년 1일, 20·25년 3일
    에쓰오일 4일 없음
    KT 연차 이외 없음 없음
    교보생명 5일 X 없음
    우리은행 직급 따라 1~5일 15년부터 5년마다 3, 5, 7, 9일
    대한생명 5일 10·15년 3일, 20·25년 5일, 30년 10일
    한국가스공사 연차 외에 없음 X 10년부터 5년 단위로 5, 7, 8일
    현대중공업 12일(올해부터 집중휴무제 도입) 15년부터 5년 단위로 2, 4, 5, 8일
    SK텔레콤 5일 10년 근속 후 1~3개월에서 장기휴가 선택
    삼성물산 근속연수 따라 5~11일 10년 3일, 15년 5일
    엘지필립스LCD 4일 없음
    롯데쇼핑 4일 20년부터 5년마다 5일
    현대오일뱅크 4일 ○(최장 2주까지

    연속휴가 가능)
    없음
    삼성화재 근속연수 따라 5~12일 10년부터 5년 단위로 3, 5, 7, 10, 15일
    대한항공 연차 외에 없음 없음
    현대모비스 5일 없음
    지엠대우 5일 없음
    엘지화학 5일 없음
    신한은행 5일 X 10년부터 10년 단위로 10, 8, 6일
    신세계 5일 10년 3일, 20년 7일, 25년 10일, 30년 15일


    회장님은 ‘노(No)휴가’족

    자택서 독서·경영구상이 여름휴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휴가 실태는 어떨까. “안 간다”로 요약된다. ‘주간동아’가 2004년 8명의 CEO에게 ‘여름휴가 동안 읽은 책’을 물은 적이 있는데(450호) 이때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신헌철 SK㈜ 사장, 정우택 삼성물산 사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노기호 엘지화학 사장, 김순택 삼성SDI 사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남중수 KTF 사장 전원이 “여름휴가를 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삼성 측은 “이건희 회장은 연중 한남동 자택에 칩거하며 경영구상을 할 뿐 특별히 시간 내 여름휴가를 가진 않는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워커홀릭 회장님’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매년 여름 제주도에서 열리는 신입사원 수련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사흘에서 일주일 정도 자택에서 책을 읽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보낸다. 최태원 SK 회장 또한 여름철에 해외 현장을 방문하거나 국내에서 경영전략 구상에 골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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