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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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일기 쓰면 영어가 뚫린다

  • < 정철/정철언어연구소 소장 >

    입력2005-01-31 16: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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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년 전 얘기기다. 강의를 막 끝내고 쉬고 있는데 3개월이 넘게 수강중인 주부 한 분이 상담하러 왔다.

    상담의 내용인 즉, ”지난 봄에 아들을 영국으로 유학 보냈는데, 처음에 아이를 데리고 갔을 때 말이 안 통해 겪은 고생도 그렇고, 또 앞으로도 자주 아들 만나러 영국에 가려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처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실력이 늘었지만, 문제는 영어로 말할 때, 즐겨 쓰는 몇 가지 표현만 반복해서 쓸 뿐, 그 범위를 벗어나면 도무지 자신이 없고 응용력이 생기지 않는다” 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니 문법자동화도 꽤 기초가 잡혀 있고, 발음과 리듬도 그런 대로 쓸 만한 상태이나, 그것들을 자유롭게 응용하는 연습이 부족하였다. 그래서 나는 특별 처방으로 ‘영얼일기 쓰기‘를 추천했다.

    ”아니, 제가 감히 영어로 일기를 쓰다니요” 하며 엄두도 못 내는 부인을 격려해 가며, 약 30분간 영어로 일기 쓰는 방법을 지도해서 돌려보냈는데, 바로 그 다음 날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 쉬는 시간에, P부인이 상기한 얼굴로 강사실에 달려와서는 ”선생님, 이게 제가 어제 쓴 일기예요” 하면서 노트 한 권을 불쑥 내미는데 보니까, 대학노트에 깨알 같은 글씨로 무려 다섯 페이지나 되는 일기가 ‘영어로‘ 쓰여 있는 게 아닌가!

    자세히 읽어보니 ”I got up at six this morning and woke up my husband and my son. I cook breakfast and fed my husband and my son. After I finished washing the house. I went Jung Chul School. I studied very hard. It is fun. I had lunch with my classmates. We ate ppizza. It is deicious.”이런 식으로 군데 군데 어색한 곳과 틀린 곳은 좀 있지만 그런 대로 뜻은 통하는 영어였다.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P부인 하는 말이 ”저도 놀랐어요 처음에는 ‘내가 과연 영어로 글을 쓸 수가 있을까‘ 하고 반신반의했는데 일단 쓰기 시작하니까, 학원에서 연습한 것들이 하나하나 되살아나며 마치 누에고치에서 실이 뽑혀 나오듯 술술 나왔어요. 막힐 때마다 학원교재를 뒤지며 쓰다 보니 새벽 2시까지 일기를 썼지 뭐예요. 어젯밤에는 너무 기뻐 거의 한숨도 못 잤어요. 아니 ‘이거 정말 당신이 쓴 거야‘ ‘정말 엄마가 쓴거야‘ 하며 놀라지 뭐예요” 라며 너무 재미있고 자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때는 이때다” 하고 사정없이 칭찬과 격려를 해주었다.

    ”당신은 영어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혹시 전생에 영국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더 하면 영국 학교의 학부모회의에도 참석할 수 있겠다. 영어로 일기 쓰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하라…” 그랬더니….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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