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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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정치테마주’

[김성일의 롤링머니] 과거 선거에서 테마주 매매로 손실 입은 99.6%는 개인투자자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연금·투자연구소장

    입력2024-04-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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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0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일부 기업 주가가 폭등하거나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화천기계는 지난 1년간 주당 3000~4000원 선에서 거래되다가 3월 25일 종가 기준으로 9010원까지 급등했다(그래프 참조). 특히 3월 3일 조국혁신당 창당 소식이 전해진 이후 3월 4일 주당 4725원에서 3월 25일 고점인 9010원까지 90.7%나 올랐다.

    화천기계는 풍력가공기 등 공작기계를 생산·판매하는 기업으로, 남광 전 감사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UC버클리대 로스쿨 동문이라는 이유로 관련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대주주였던 권영일 회장이 3월 19∼20일 양일간 보유 지분 50만 8540주를 전량 매도한 이후 매도세가 몰리면서 며칠 만에 단기 고점인 9010원에서 6120원(3월 29일)까지 32.1% 폭락했다. 조국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화천기계와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관련 주식으로 인식한 것이다.

    또한 동신건설과 에이텍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래몽래인과 덕성은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관련주로 거론되며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재명·한동훈·조국 테마주 등장

    정치테마주란 기업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가 학연·지연·혈연 등으로 선거 후보와 관련 있다고 여겨지면서 주가가 급등락하는 종목을 말한다. 처음에는 ‘정치인’에 한정됐던 정치테마주 아이템이 ‘정책 공약’으로 확장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최근 국회를 세종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하자 세종 일대 부지와 관련 회사 주가가 일제히 상승한 ‘세종시 테마주’가 대표적이다.

    16대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의 ‘충청권 수도 이전 계획’ 공약에 따라 충청권에 연고를 둔 기업 주가가 들썩였다. 17대 때는 이명박 후보의 ‘4대강 사업’과 연관될 수 있는 각종 건설 관련주에 관심이 집중됐다. 18대 때는 박근혜 후보의 친동생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이 떠올랐고, 19대에는 각 당 후보와 학연·지연·혈연 등 인맥으로 연결된 테마주가 형성됐다.



    20대 대선 당시 언론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두 후보의 정치테마주로 언급됐던 83개 종목을 분석해보면 대선 후보와 기업 경영진 간 공통 지인(44%), 경영진과 사적 인연(18%), 학연(16%) 등이 원인으로 거론됐을 뿐, 해당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이런 정치테마주는 선거일이 가까워지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19대 대선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17년 2월 2일 갑작스레 대선 불출마를 발표하자 반기문 테마주 13개 종목이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전무이사가 반 전 총장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졌던 성문전자, 반 전 총장의 외조카가 사장인 것으로 전해졌던 지엔코 등이 대표적이다.

    18대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선을 석 달 앞둔 2012년 9월 14일 안철수 후보가 대표로 있던 안랩은 주가가 1년 전 3만 원대에서 12만9300원까지 올랐다. 주요 임원이 안랩 출신으로 알려진 또 다른 테마주 써니전자도 500원대 ‘동전주’에서 1만 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선거를 한 달여 앞둔 11월 23일 안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뒤 안랩 주가는 74.9%, 써니전자 주가는 90.3%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대 대선 주자의 윤곽이 조기에 드러난 2016년 9월부터 11월까지 정치테마주 16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평균 주가는 최고가 대비 35% 하락했다. 지수 등락과 비교해 고점 대비 최소 6.5%에서 최대 44.6%까지 내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테마주의 주가 변동폭도 평균 130.1%에 달했다. 이 같은 투기장의 최대 참여자이자 피해자는 단연 개미(개인투자자)였다.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비중이 97%에 달한 가운데 10명 중 7명은 큰 손실을 봤다. 5000만 원 이상을 투자한 ‘큰손’ 개미의 손실 비율은 93%였다.

    20대 대선 정치테마주 역시 이전 정치테마주와 마찬가지로 관련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 등락이나 정치적 이벤트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했다. 이 중에는 2021년 연초 대비 962%나 가격이 급등한 종목도 있었으며, 정치테마주로 거론되자마자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가 바로 거래가 정지된 종목도 존재했다.

    비이성적 과열과 쏠림 현상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2017년 4월 1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치테마주는 상한가 굳히기, 초단기 매매, 허수성 호가, 가장/통정성 매매, 풍문 유포 등 비정상적인 주문 유형이 많았다. 그리고 매매 손실이 발생한 투자자의 99.6%는 개인투자자였다. 정치테마주 현상은 금융당국의 지속적 단속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이유는 투자자의 비이성적 과열과 이에 따른 쏠림 현상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한국의 정치테마주 현상과 동일한 사례를 찾기가 힘들다고 한다. 정치테마주에 편승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챙길 수 있다는 비이성적 과열과 그런 현상을 조장하는 문화가 한국에 특이하게 많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사기와 작전이 판치는 단기테마시장에 평범한 투자자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는 것이다. 어설프게 한몫 챙기려다 오히려 큰 손실을 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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