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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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동물병원 설립 선심성 논란

[이학범의 펫폴리] ‘반려동물병원 많은 곳에 세금 투입’ 비판 제기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4-02-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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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선거철이 되면 반려동물 관련 공약이 쏟아지곤 하는데요. 반려견 놀이터 조성, 취약계층 반려동물 진료비 지원, 반려동물 테마파크 설치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한 가지 정책이 추가됐습니다. 바로 ‘공공동물병원’입니다. 공공동물병원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말 그대로 지방자치단체가 공익 목적으로 세우는 동물병원을 일컫습니다.

    선거철 반려동물 관련 공약 중 하나로 ‘공공동물병원 설립’이 등장했다. [GettyImages]

    선거철 반려동물 관련 공약 중 하나로 ‘공공동물병원 설립’이 등장했다. [GettyImages]

    2022년 전남 담양군이 최초

    공공동물병원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약 3년 전입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당시 반려동물 정책 6개를 발표했는데, 그중 하나가 ‘공공동물병원 설립 및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공시제 도입’이었습니다. 우상호 의원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드는 월평균 비용은 14만5000원가량으로 많은 분이 이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며 “반려동물 보호자의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을 덜어주고 ‘공공동물병원’을 설립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다만 이 공약은 우상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최종 서울시장 후보에 오르지 못하면서 폐기됐습니다.

    그러다 2022년 전남 담양군에 전국 최초로 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가 설립됐습니다. 담양군은 개소식 당시 “유기동물 진료, 질병 예방 관리, 미용 및 중성화수술, 입양 상담, 내장형 칩 동물등록 등을 실시하며, 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65세 이상 독거노인 소유 반려동물에 대한 진료 및 예방접종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유기동물과 함께 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65세 이상 독거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기르는 반려동물도 진료하는 거죠. 지자체가 취약계층에 반려동물 진료비를 지원한 사례는 있었지만 직접 공공동물병원을 세워 진료·예방접종 등을 하는 건 처음이라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담양군에 이어 지난해 8월엔 전남 순천시 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 9월엔 경기 성남시 시립동물병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중 성남 시립동물병원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시립동물병원에선 인근 동물병원 평균가의 50~70%까지 진료비를 감면해주는데, 65세 이상 반려동물 보호자라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저소득 독거노인이 아닌 65세 이상 일반 시민이 기르는 반려동물에게까지 세금을 투입해 혜택을 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반응이 나왔습니다.



    지역별 설립 필요성 따져봐야

    전남 담양군엔 동물병원이 6개뿐인데, 그중 4개는 농장동물만 진료한다. [GettyImages]

    전남 담양군엔 동물병원이 6개뿐인데, 그중 4개는 농장동물만 진료한다. [GettyImages]

    현재는 경기 김포시, 화성시, 파주시도 반려동물 보건소 등 다양한 이름으로 공공동물병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 담양군에 공공진료소가 생겼을 땐 별다른 비판이 없었습니다. 담양군 전체에 동물병원이 6개뿐이고, 그중 4개는 농장동물만 진료하는 병원이었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병원이 거의 없다 보니 “지자체가 반려동물 진료를 위한 병원을 만드는 게 타당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죠. 마치 의사가 부족한 시골에 지자체가 보건소를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성남시, 김포시, 화성시, 파주시는 경우가 다릅니다. 1월 기준 성남시엔 119개의 동물병원이 있습니다. 김포시, 화성시, 파주시에도 각각 48개, 83개, 49개의 동물병원이 운영되고 있죠. 대부분 반려동물을 진료하는 병원입니다. 이 때문에 “세금으로 공공동물병원을 세워야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겁니다.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동물의료 개선 방안’엔 “반려동물을 진료할 동물병원이 없는 지역엔 지자체가 설립한 동물병원의 운영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구체적으론 “2024년 담양군 반려·유기동물 공공진료소, 성남 시립동물병원 등 지자체별 개설 사례를 분석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진료할 동물병원이 없는 지역’이라는 전제 조건이 무색하게 이미 동물병원이 많은 지역의 지자체가 선심성으로 공공동물병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공공동물병원의 역할과 필요성, 진료 대상과 범위에 대해 따져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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