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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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고용·소비 둔화 추세지만 과거 침체보다 덜 부진

경기침체 빠져도 소프트랜딩 가능성… 내년 금리인하 돌입에는 이견 없어

  • 한지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

    입력2023-12-19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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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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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시장은 미국 경기를 놓고 그때 그때 발표되는 지표나 자산 가격 변화에 따라 수시로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는 12월 7일(현지 시간) 기준 11포인트대로, 7월 말 고점(81포인트) 형성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5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경기둔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해가고 있다(그래프 참조). 11월에는 이런 변화를 “경기둔화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긴축 강도를 약화할 것”이라는 호재성 재료로 해석했지만, 12월 들어서는 동일한 논리가 1개월 이상 주가에 반영되다 보니 새로운 재료를 찾는 시장 특성상 경기 부진을 되레 악재성 재료로 받아들이려는 듯한 모습이다.

    이처럼 미국 경기 전망을 놓고 수시로 의견이 달라지는 이유는 아마도 연준의 금리인하 이슈와 관련이 깊기 때문일 것이다. 12월 현재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연준의 금리 경로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 Watch)상 2024년 3월부터 25bp(1bp=0.01%p)씩 5~6회 인하하는 것으로 형성돼 있다. 11월 잇달아 둔화세로 확인된 인플레이션 지표들이 “연준의 금리인상은 종료됐고 앞으로 인하할 일만 남았다”는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을 강화한 데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12월 1일 공개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에서도 ‘연준이 추가 긴축에 신중하다’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긴축 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원하는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지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도 ‘인플레이션’이 언급된 빈도가 74회로, 고점을 기록한 3월 108회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만약 연준이 100bp 이상 금리인하를 한다면

    반면 국내외 주요 경제학자는 2024년 하반기에나 총 2회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금융시장에서도 내년 5~6회 금리인하는 과도하다는 의견이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연준의 2024년 금리인하 사이클 돌입에 대해서는 연준도, 경제학자도, 시장 참여자도 모두 같은 의견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금리인하 폭을 놓고 아직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만약 연준이 25bp씩 4번, 즉 100bp 이상 금리인하를 단행한다면 그것은 2019년처럼 보험성 금리인하 성격이 아니라 2008년이나 2020년 같은 대형 충격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연준이 경기침체 등 대형 충격이 발생해야 정책을 선회했다는 것은 지난날 증시 역사가 말해준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가 발표한 논문 ‘착륙, 소프트 및 하드: 연준(Landings, Soft and Hard: The Federal Reserve), 1965-2022’를 살펴봐도 그렇다. 1965년 이후 연준의 긴축 사이클은 총 11회(2022년 사이클 제외)였고, 역사적으로 연준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경기둔화가 본격화됐다. 그 과정에서 증시도 부진한 흐름을 연출했으며, S&P500 지수의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은 평균 29.2%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은 기준금리가 고점을 형성한 이후, 즉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이후 S&P500 지수의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이 22.7%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연준이 금리인상을 종료하더라도 고금리 부작용 누적으로 ‘소비 둔화→기업 실적 둔화→증시 급락→금리인하 사이클 돌입’이라는 부정적 피드백 루프가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이 같은 패턴을 현 상황에 적용하면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시점으로 인식되는 7월 FOMC 정례회의 이후 12월 현재까지 S&P500 지수는 고점 대비 하락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연 고점을 향해 가는 모습이다. 따라서 향후 주식시장이 더 오르기보다 약세 흐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일차적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경기둔화 우려에도 연 고점 향해 가는 S&P500 지수

    하지만 과거 11회의 긴축 기간 중 1965~1966년, 1983~ 1984년, 1993~1995년처럼 소프트랜딩에 성공한 사례에 더 주목해야 한다. 해당 논문에서는 1% 미만의 국내총생산(GDP) 성장 혹은 전미경제연구소가 공식적인 침체 판단을 내리지 않은 사례를 소프트랜딩으로 규정했다. 과거 3차례 소프트랜딩 사례에서 시장금리가 고점을 찍은 후 S&P500 지수의 고점 대비 주가 하락률은 평균 4.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10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구인 건수 부진(873만, 시장 전망은 930만) 등 고용이나 소비가 둔화 추세로 접어든 것은 맞지만, 과거 침체 시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부진한 상태이며 2024년 미국 성장 전망(국제통화기금 전망 2.1%, 경제협력개발기구 전망 1.5%)을 감안할 때 소프트랜딩으로 귀결될 여지가 크다. 기업 실적도 이미 2~3분기(한국 2분기, 미국 3분기)에 턴어라운드하면서 과거 침체와는 다른 궤적을 보인다는 점도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결국 개인투자자가 앞으로 주안점을 둬야 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 경기는 고금리 및 인플레이션 부담 누적 등으로 골딜록스(높은 경제성장과 물가안정의 공존)를 구가하기보다 경기침체에 직면할 리스크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둘째, 경기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과거 침체 사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악화되고 있는 소비 경기, 고용시장 등을 감안하면 소프트한 침체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셋째, 소프트한 침체는 이미 2022년 연준이 고강도 긴축을 단행할 때부터 주가와 금리에 일정 부분 선반영된 측면이 있는 만큼, 미래 주가 방향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리라는 점이다. 넷째, 이러한 개인적 견해에도 아직까지 시장에서는 금리인하 경로에 대한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1개 분기 동안(내년 초)에는 현재와 같이 미국 경기 경로 및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을 둘러싼 논란과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는 논리는 노이즈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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