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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 민둥산에 심은 자작나무, SK ‘그린경영’으로 울창

26일 최종현 SK 선대회장 서거 23주기…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반세기 전 민둥산에 심은 자작나무, SK ‘그린경영’으로 울창

충북 충주시 인등산. [사진 제공 · SK]

충북 충주시 인등산. [사진 제공 · SK]

경기 양주시에 위치한 한국교육공예저작권협회는 충북 충주시 인등산에서 수거한 나뭇잎과 잔가지 등을 활용해 색종이, 미술교구, 목공예품을 만들어 파는 사회적기업이다. 이 협회는 최근 1년간 산림 부산물을 수거하기 위해 주민 10여 명을 고용했고, 목공예 제품 판매로 연매출 6000만 원을 올렸다. 인등산은 SK임업이 조림하고 있다.

한국교육공예저작권협회 외에도 오감통통숲앤아이와 사단법인 이음숲, 숲노리누리협동조합 등이 SK 숲을 무상으로 대여받아 숲 체험 및 숲 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SK가 진행한, 숲을 활용한 사회적 가치 제고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뽑힌 산림형 사회적기업이다. SK는 이들 업체에 SK 소유 4개 숲을 일대일로 연결해줬다.

이처럼 사회적기업에 숲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 건 50여 년 전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시작한 조림사업 덕분이다. 8월 26일 서거 23주기를 맞는 최 선대회장은 생전에 직접 나무를 심으며 산을 가꿨다.

최 선대회장은 1960~1970년대 무분별한 벌목으로 민둥산이 늘어나는 점을 안타까이 여겨 1972년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설립해 한국 최초로 기업형 조림사업을 시작했다. 충남 천안시 광덕산(500ha)을 시작으로 충주시 인등산(1200ha), 충북 영동군 시항산(2340ha) 등 황무지 임야 총 4100ha(1240만2500평)를 사들여 울창한 숲으로 탈바꿈시켰다. 서울 남산의 45배에 달하는 규모다.

자칫 임야가 투기 대상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를 방지하고자 의도적으로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임야를 조림지로 택했다. 이곳에 심은 나무 중 호두나무와 자작나무 등 고급 활엽수종만 400만 그루가 넘는다. 최 선대회장은 조림사업으로 얻은 수익금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기꺼이 내놨다. 앞서 사재를 털어 세운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금으로 활용한 것.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 출신인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은 2008년 최 선대회장 10주기를 맞아 SK가 펴낸 추모서적 ‘최종현, 그가 있어 행복했다’에 “지금은 거대한 숲으로 변한 묘목들처럼 재단의 도움을 받아 공부한 어린 학생들이 이제는 사회 각 영역에서 커다란 나무로 성장했다. 그분의 호흡 긴 생명철학과 혜안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고 썼다.

최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은 아들 최태원 회장에게로 그대로 이어졌다. 현재 SK그룹이 국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선도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최 선대회장의 역할이 컸다. 최태원 회장 역시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경영 DNA를 십분 발휘해 SK그룹이 추구하는 사회적가치의 큰 숲을 가꿔나가고 있다.
‘SK숲’은 사회적기업들이 노약자, 장애인 등을 고용해 숲과 환경의 가치를 전파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셜비즈니스로 구분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SK숲은 ‘탄소중립’ 실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탄소배출권 확보 1호 기업

벌거숭이였던 인등산이 울창한 ‘인재의 숲’으로 변했다. 원 안은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과 박계희 여사가 1977년 인등산에서 함께 나무를 심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 · SK]

벌거숭이였던 인등산이 울창한 ‘인재의 숲’으로 변했다. 원 안은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과 박계희 여사가 1977년 인등산에서 함께 나무를 심는 모습이다. [사진 제공 · SK]

SK㈜의 100% 자회사인 SK임업은 2012년 강원 고성군에 있는 축구장 70배 크기의 황폐지에 자작나무 등 나무 25만 그루를 심어 조림(A/R)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시작했다. 숲이 흡수한 온실가스를 측정해 탄소배출권을 인정받는 사업이다 2013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종 인가를 받았다. 이로써 SK는 숲 조성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한 국내 1호 기업이 됐다.

SK는 인등산 등 전국 조림지 4곳에서 산림탄소상쇄사업도 벌이고 있다. 산림 조성을 통한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객관적으로 인증받는 것이다. SK 관계자는 “향후 30년간 매년 3만7000t 탄소가 흡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숲은 탄소 흡수 외에 대기와 수질 정화, 토사 붕괴 방지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그룹사 전체에 친환경 전략 독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월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월 22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 · SK]

이처럼 숲 사업은 SK그룹이 추진하는 ESG 경영의 한 축이자 ‘그린경영’의 일환으로 꼽힌다. 최태원 회장은 이를 바탕으로 그룹 사업 전체에 친환경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최 회장은 2018년 CEO세미나에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데 이어, 지난해 CEO세미나에서도 “모든 관계사가 각자 사정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과 친환경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7월에는 확대경영회의에 참석해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ESG 경영 관련)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며 친환경사업 확대를 지시했다.

이에 그룹 및 관계사들의 움직임 역시 빨라지고 있다. SK㈜ 등 8개 관계사는 지난해 한국 기업 최초로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RE100’에 가입했다. 또한 SK 최고경영진은 이번 확대경영회의에서 2050년 이전까지 넷제로(net zero: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 조기 달성을 공동 결의했다. 탄소 감축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SK 독자 조직인 탄소감축인증센터도 구축했다.

관계사들 역시 ‘따로 또 같이’ 다양한 형태로 그린 비즈니스에 동참하고 있다. SK㈜는 지난해 12월 SK이노베이션, SK E&S 등 에너지 관련 관계사들과 수소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을 출범했다. 추진단은 그룹 내 에너지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대량 생산에서부터 유통, 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Value-Chain) 구축에 나섰다. SK 측은 2025년까지 총 18조 원을 투입해 글로벌 1위 수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 성장 가속화’를 내걸고 10월 전기차 배터리와 석유개발사업 부문을 각각 독립회사로 물적분할하기로 했다. SK건설은 5월 창립 23년 만에 사명을 SK에코플랜트로 변경하고 친환경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1위 폐기물 처리업체 EMC홀딩스를 1조 원에 인수한 데 이어 수소연료전지와 해상풍력 등 친환경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SK 관계자는 “기업이익은 처음부터 사회의 것이었음을 강조하고 나무와 인재를 키우는 일에 매진했던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이 오늘날 SK의 ESG 경영을 비옥하게 만드는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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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1303호 (p26~29)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