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01

2021.08.06

“법률 플랫폼 가입하면 매변노” vs “법조 브로커? 어불성설”

박범계 장관도 가세한 법조계 ‘로톡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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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1-08-1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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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홈페이지 화면. [로톡 홈페이지 캡처]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홈페이지 화면. [로톡 홈페이지 캡처]

    “변호사로서 플랫폼업체의 부당한 대우로 피해받은 이를 여럿 접했다. 사실상 ‘법조 브로커’인 법률 플랫폼을 방기하면 변호사도 착취 대상으로 전락하고 법조 시장이 혼란해질 수 있다.”(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반대하는 변호사)

    “법률 서비스 플랫폼이 ‘법조 브로커’라는 주장은 이치에 안 맞는다. 만약 대한변협이 징계할 경우 즉각 이의를 신청하고 행정소송도 불사할 것이다.”(법률 서비스 플랫폼 가입 변호사)


    ‘변호사가 아닌 자와 동업 금지’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둘러싼 법조계 갈등이 첨예하다. 8월 4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는 “변호사 아닌 사람이 사건을 소개·알선할 목적으로 변호사를 홍보하는 광고나 영업에 변호사가 참여하는 것을 규율”하는 것을 뼈대로 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시행했다. 변호사가 ‘로톡’ 등 국내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변호사법’ 제23조에 따라 변호사는 “광고의 방법·내용이 공공성·공정한 수임 질서를 해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서 대한변협이 정한 광고”를 할 수 없다.

    인터넷 기반의 법률 서비스 플랫폼은 가입 변호사에게 광고·홍보 기능을 제공한다. 플랫폼에서 광고를 본 이용자는 변호사와 시간별 전화 상담 및 방문 상담을 할 수 있다. 2012년 창업한 스타트업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로톡’이 업계 선두주자로, 변호사 2855명(8월 3일 자체 추산)이 가입했다. 5월 27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소속 변호사들에게 보낸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안내 및 준수 요청’ 제하 공문에서 로톡과 로앤굿, 로시콤을 예로 들며 법률 서비스 플랫폼 탈퇴를 권고한 바 있다.

    변호사 단체 측은 법률 서비스 플랫폼의 활동이 변호사법 제34조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윤우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은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이 끝까지 탈퇴하지 않을 경우 징계할 수밖에 없다”며 “대다수 변호사는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반대한다. 일각에선 법률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를 매국노에 견줘 ‘매변노’라고 일컬으며 분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 서울변회 회장은 “로톡 등 플랫폼업체가 단순 광고업체를 자처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사실상 ‘법조 브로커’로 활동하는 것이라 보고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2015년과 2016년에도 로톡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고발당했지만 모두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2014년 론칭 후 계속 합법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한변협이 최근 개정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을 청구·신청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대한변협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및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만약 로톡 가입 변호사가 징계받을 경우 행정소송 등을 지원할 것이다.”

    로앤컴퍼니 측에 따르면 3월 말 3966명이던 회원 변호사는 8월 3일 기준 2855명으로 줄었다. 대한변협과 서울변회 측은 “자신이 플랫폼에 가입된 사실을 모르는 변호사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3개월가량 조사를 통해 탈퇴를 권고할 예정”(이윤우 수석대변인), “사례별로 조사위원회·징계위원회를 거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징계 수위에 대해선 당장 말하긴 어렵다. 규정 위반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면 합당한 절차에 따라 조치할 것”(김정욱 회장)이라는 방침이다.

    일선 변호사들의 의견은 어떨까. 1년 전 로톡에 가입했다는 한 변호사는 “로톡이 사건 수임에 직접 관여하거나 건별로 수익을 내는 것도 아니다. ‘법조 브로커’라는 대한변협 측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법조 광고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는 자신에게 맞는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른바 ‘인맥’이 부족한 젊은 변호사에겐 사건을 수임할 좋은 기회”라고 짚었다. 반면 최근 개업한 또 다른 변호사는 “법률 서비스뿐 아니라 각종 플랫폼업체가 법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대한변협 조치를 단순히 변호사 ‘밥 그릇 지키기’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로톡은 합법”

    8월 3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로톡이 변호사 단체 측 문제 제기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법무과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8월 3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로톡이 변호사 단체 측 문제 제기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법무과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뉴시스]

    논란이 확산하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진화에 나섰다. 박 장관은 8월 3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대한)변협이 로톡 서비스와 관련해 우려하는 문제점 중 일부는 (실제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로톡 측에 점검·개선을 강구할 수 있는지, (변호사 단체의 문제 제기에) 응할 생각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법무과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6월 15일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 석상에서 “로톡 등 법률 플랫폼 서비스는 합법”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김정욱 회장은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 지나치게 우호적 태도를 내비친 듯한데,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현재 관련 업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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