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아미’가 안현모·김영대를 만나게 했다 [SynchroniCITY]

인생은 타인과 어울림을 통해 즉흥적으로 만들어진다, 재즈처럼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아미’가 안현모·김영대를 만나게 했다 [SynchroniCITY]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사진 제공 · 안현모]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사진 제공 · 안현모]

현모 우리가 함께할 운명이었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영대 지난해 빌보드 뮤직 어워드 중계를 통해 우리 처음 만났죠. 그런데 ‘아미’는 우리의 조합을 훨씬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다는 것 아세요? 몇 년 전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안현모와 김영대가 빌보드 중계를 함께하는 걸 보고 싶다. 소취합니다!’라는 글이 보이는 거예요. 이미 사람들의 마음에서 우리가 만났다는 거죠. 

현모 와, 대박. 아미의 엄청난 집단적 무의식의 강력한 파워가 미래를 내다보게 만든 건지도? 어쩌면 그 소취도 싱크로니시티의 한 형태 아닐까요? 결론은, 우리는 아미가 맺어준 인연이군요. 아미가 바라면 다 이루어진다! 

영대 근데 정작 중계를 할 때는 이른 아침이라 졸리고 긴장돼 잘 몰랐는데, 끝나고 주변에서 그런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평론가로서 꿈을 이뤘다’고. 그러고 보니 저는 학창 시절부터 평론가가 되는 꿈을 꿨고, 시상식 중계 같은 건 정말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니까 그 말도 과장은 아니에요. 



현모 오! 정말 감격의 순간이었네요. 

영대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나에게 가 ‘네가 커서 빌보드 중계를 하게 된대’라고 말하면 저는 안 믿을 것 같아요. 현모 님은 일하면서 ‘아, 내가 꿈을 이뤘다’ 이런 기분 느껴보셨어요? 

현모 저는 영부인이 꿈이었어요. ㅎㅎㅎ 그래서 저는 죽기 전까지 못 느껴볼 거 같아요. 

영대 혹시 아나요? 인생 모르는 겁니다. 

현모 하하하하, 저 목젖 울리면서 웃었어요. 제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영부인이 아니라 대통령이 꿈이었을 텐데.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 김영대]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사진 제공 · 김영대]

영대 지난해 빌보드 중계의 기억을 떠올리다 생각난 영화가 있어요. 영화 ‘소울’. 

현모 보셨군요! 안 그래도 ‘영대 님은 더 재미있게 봤겠다’고 생각했어요. 재즈 뮤지션에 대한 영화니까. 영대 님은 아이디도 ‘too jazzy’잖아요. 어떠셨어요?
영대 삶의 궁극적 목적이 뭘까, 혹은 꿈이란 어떤 의미일까를 말하는 영화 같아요. 일생일대의 연주 기회만 얻으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인물이 나오죠. 지금의 저는 바뀌었지만 평론가를 꿈꾸던 어린 시절의 저도 그랬던 것 같아요. 

현모 공감하며 보셨겠네요. 저는 반대로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이 가진 음악적 재능과 그로 인한 맹목적이다시피 한 목표 추구가 너무 부러웠어요. 피아노 건반에 손가락을 대는 순간 긴장이 다 사라지고 온전히 자신만의 어떤 ‘존(zone)’으로 이동하잖아요. 확실한 한 가지 재능을 타고난 것도, 그 재능으로 듣는 이까지 황홀경에 빠뜨리는 모습도 부럽더라고요. 그건 정말 특별한 거예요. 

영대 ‘내 삶의 목적이 뭘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시나요? 

현모 영화에도 나오지만 인생의 목적이 반드시 직업으로 규정되라는 법은 없잖아요. 저도 이 땅에서 제 목적이 꼭 직업적인 것이라고 말할 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인공이 직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재능을 가졌다는 게 부러웠나 봐요. 

영대 근데요. 궁극의 목표라고 생각된 그 순간에 도달해보면 그것이 그냥 현재에 불과하다는 깨달음이 오더라는 거죠. 빌보드 중계 끝나고 제가 그냥 졸리기만 했던 것처럼. 

현모 경험에 입각한 깨달음이네요. 영화에서 그 교훈이 가장 시각적으로 전달됐던 그림이 바로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잎사귀를 느끼는 장면이었어요. 근데 저는 안타깝게도 그게 마스크를 쓰지 않으니 느낄 수 있는 행복감으로 보였어요. 극장 안 우리는 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도 띄어 앉아 있고…. 앞만 보면서 달리지 말고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라는 게 영화의 메시지인데, 정작 우리는 그 소중함이 박탈된 삶을 살고 있잖아요. ‘22’라는 캐릭터가 뉴욕 거리를 활보하며 춤추고 환풍구 위에 서서 즐거워하고 그러는 게 꿈만 같더라고요. 


영화 ‘소울’ 포스터
(왼쪽)와 재즈를 연주 
중인 영화 ‘소울’의 
주인공들. [사진 제공 · 네이버 영화]

영화 ‘소울’ 포스터 (왼쪽)와 재즈를 연주 중인 영화 ‘소울’의 주인공들. [사진 제공 · 네이버 영화]

영대 그나저나 이 영화는 음악도 진짜 좋지 않아요? ‘소울’은 OST만으로도 가치 있는 것 같아요. 

현모 맞아요!! 저 요새 운전하면서 계속 들어요! 특히 신디사이저로 연주된 명상적 음악이요. 그거 들으면서 운전하면 정말 이대로 우주로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에요.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지구로 가는 음악(Earthbound)’ 아시죠? 영화 ‘인터스텔라’도 떠오르더라고요. 

영대 음악감독이 트렌트 레즈너로 같아서인지, 영화 ‘소셜 네트워크’와도 비슷해요. 재즈를 활용한 영화는 보통 겉핥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소울’에서 재즈는 음악이나 묘사가 정말 진짜예요. 존 바티스트가 만든 재즈곡도 매우 인상적이고요. 특히 주인공의 아빠가 어린 주인공을 클럽에 데려가면서 “‘즉흥연주’는 흑인들이 미국 문화에 기여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라고 말한 게 진짜 좋았어요. 이런 말을 재즈 다큐도 아닌 픽사 애니메이션에서 듣다니! 

현모 재즈가 ‘즉흥연주’임이 곳곳에서 나오죠. 주인공이 피아노에 앉아 색소폰 연주자에게 뭘 연주하냐고 물으니까 색소폰 주자는 그냥 눈짓만 주며 따라오라는 식으로 연주를 시작해버리죠. 주인공은 거기에 맞춰 즉흥적으로 연주하고요. 

영대 즉흥연주는 커다란 줄기만 암묵적으로 약속할 뿐 나머지는 다른 연주자와 교감을 통해 이뤄져요. 뭔가 인생과 같죠! 정해진 것 없는, 반드시 순간순간 다른 사람과의 어울림과 연결을 통해 만들어지는. 

현모 마치 우리 코너와도 같네요! 그럼 싱크로니시티도 재즈 아닌가요? 우리가 글로 재즈를 연주하는 거였네요~!! 엇 영대님, 지금 저한테 보내신 이 문자메시지는 뭐예요? 초대장을 보내셨네요? 

(계속)





주간동아 1278호 (p56~57)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