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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Food in the City

쫄깃한 식감… 고기 다루는 솜씨도 최고

전주의 돼지고기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쫄깃한 식감… 고기 다루는 솜씨도 최고

쫄깃한 식감… 고기 다루는 솜씨도 최고

선지로 속을 꽉 채운 피순대(위)와 매운 양념족발.

맛의 다양성만 놓고 보면 전주는 서울과 견줄 만하다. 전라도가 전주와 나주의 첫 글자를 딴 지명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전주는 오랫동안 전라도의 행정, 문화 중심지였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전주를 “천 마을 만 부락에서 삶에 이용할 물건이 다 갖춰졌고, 관아가 있는 곳에는 민가가 빽빽하고 물화가 쌓여 있어 한양과 다름없는 큰 도회지”라고 했다. 남도의 풍부한 물산이 모여든 덕에 다양한 음식을 선보일 수 있는 물적 토대가 마련됐고 그것을 바탕으로 세련된 음식과 서민 음식이 동시에 발전해왔다.

전주 하면 대부분 전주비빔밥이나 콩나물해장국을 떠올리지만 전주에 며칠만 있어 보면 전주 사람의 깊은 육고기 사랑을 알 수 있다. 전주의 대중적인 돼지고기 문화는 1960년대 이후 본격화한 것이다. 전주 남문시장은 1894년 동학혁명 이전부터 장이 서던 유서 깊은 곳이다. 60년대 이전에는 ‘전북의 현금 80%가 전주에 있고, 전주의 현금 60%가 남문장에 있다’고 할 정도로 남문장 규모와 위세는 대단했다. 시장 먹자골목에는 전주를 대표하는 콩나물국밥집 가운데 하나인 ‘현대옥’을 비롯해 현지인과 외지인이 모두 좋아하는 맛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유독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 ‘조점례 남문 피순대’ 집이다.

아침 7시 문을 열 때부터 밤 12시 문을 닫을 때까지 사람들로 복작거리는 이곳의 주 메뉴는 순댓국과 피순대다. 전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피순대 문화가 남아 있다. 전라도는 지역에 따라 소창, 대창, 막창 등 다양한 순대껍질을 사용하지만 순대 속만은 선지가 그 중심에 있다. 곡성에서는 100% 선지만 넣은 순대를 ‘똥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선지에 비해 채소와 밥 비율이 조금씩 높아진다. ‘조점례 남문 피순대’는 선지와 채소, 다진 고기 같은 재료의 섞임이 기막히다. 선지를 좋아하는 전라도 사람과 선지를 적게 먹는 외지인도 부담 없을 정도로 적당한 선을 지키는 것이 비결이다. 깊은 국물맛의 순댓국과 초콜릿 같은 짙은 갈색의 순대 한 점은 전주의 대중적인 돼지고기 문화의 깊이를 보여준다.

피순대와 더불어 전주의 돼지고기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은 매운 양념족발이다. 전주 시내에 넓게 퍼진 양념족발을 대표하는 곳은 ‘가운데집’이다. 시내에서 벗어난 용산다리 앞 천변에 있는 몇 개의 식당 중 ‘가운데 있는 집’이란 뜻의 이 집은 1968년 시작했는데, 양념족발은 단족(앞발뼈, 뒷발뼈 마디를 자른 것)만 사용한다. 살코기는 별로 없고 거의 콜라겐으로만 이뤄진 껍질이 주를 이룬다. 단족발을 매콤한 양념에 재운 뒤 숯불에 구워내는 양념족발은 쫄깃한 식감과 향긋한 숯불향, 매콤 달콤 소스가 어우러져 별미다. 전주 사람들은 생삼겹살 같은 생고기보다 양념을 한 고기 요리를 즐겨먹는다.

내장과 족발이 아닌 돼지고기 살코기로 유명한 집도 많다. 그중 전주의 밤 음식 문화를 대표하는 야식집 ‘오원집’과 ‘진주집’은 1980년대 장사를 시작했다. 두 집 대표 메뉴인 ‘돼지구이 한 접시’는 삼겹살 부위에 양념을 발라 연탄불에 구워주는 방식이다. 80년대 소갈비의 본격화와 더불어 돼지불고기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주머니 사정상 소갈비가 부담스러운 서민에게 돼지불고기는 대체재 구실을 톡톡히 했다. 곡성과 담양, 나주, 광주 등 전라도에는 돼지불고기로 유명한 지역이 많다. 전주는 예나 지금이나 전라도 음식이 모여들고,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관문이다.



주간동아 909호 (p77~77)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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