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경제

‘직장인 로열티’도 변하는 거야

회사 자체보다 ‘하는 일’로 점차 이동 중…‘조직 로열티’ 높여야 높은 성과 가능

  • 조범상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bscho@lgeri.com

‘직장인 로열티’도 변하는 거야

‘직장인 로열티’도 변하는 거야
회사에 대한 직원의 로열티(loyalty·충성도)가 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이 한 번 취직한 조직에 뼈를 묻겠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열티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이직률 조사에서 대졸 취업자 가운데 60%가 첫 직장에서 4년 이내에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노동시장 유연성과 로열티 하락

얼마 전 인터넷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이직 의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가 회사를 옮길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직장에 오래 머물기보다 이직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쌓고 자신의 경력가치를 높이려는 직장인이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뿐 아니라, 직장인 사이에서 이직 내용과 횟수가 개인의 시장가치를 반영하는 잣대로 인식되기도 하는 것이 최근 경향이다. 이직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이러한 추세는 심지어 최근 어려운 취업문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단 붙고 보자는 ‘묻지마 취업’이 증가하면서, 신입사원조차 조직에 적응하고 조직의 일원으로서 성장하려고 노력하기보다 현재보다 여건이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할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지난해 말 그룹 공채를 통해 A사에 입사한 J씨는 “현재 직장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현재 업무도 열심히 하겠지만,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해 더 나은 업무 조건을 갖춘 회사로 이직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직에 대한 직장인의 시각이 변하면서 노동시장 유연성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직원의 로열티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회사 처지에서 직원의 이직은 위협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교육이나 배치 같은 회사의 장기적인 인력운용이 어려워질뿐더러, 대체인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금전적 손실까지 생기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회사 내부에 축적된 기술이나 시장 노하우가 빠져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일이 누적되면 회사의 경영 성과를 저해할 수도 있다. 최근 증가하는 산업기술 유출 범죄의 대부분이 함께 일했거나 일하는 내부 직원 소행이라는 조사결과는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반면 이직률이 낮고 직원의 로열티가 강한 회사는 직원들의 열정과 헌신을 바탕으로 더 높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윌리엄 오우치 교수가 특출한 성과를 올리는 미국과 일본 기업의 공통점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에선 한결같이 각 직원이 조직에 대해 갖는 로열티와 사기지수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열티가 높은 직원이 자발적이고 헌신적으로 고객 가치창조에 몰입할수록 고객 만족도가 높아지고, 이것이 회사 경영 성과를 향상하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로열티라는 변수가 회사 경영 차원에서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주제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노동시장이 한결 유연해진 상황에서 조직원에게 무조건 지금 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며 맹목적으로 충성하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인위적인 로열티 고양이 무리수로 이어질 개연성도 충분하다. 시대 흐름에 걸맞은 로열티를 새로 정의해야 하는 이유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에게 로열티란 회사에 대한 애착을 바탕으로 열정을 가지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성실하게 근무하는 것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시각이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과거 한국이 경제성장기를 구가할 때는 현재 다니는 직장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으로 여겨졌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회사가 도산하고 위기에 직면한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희석된 것이다.

조직원과 회사의 파트너십 구축

직장인 사이에서도 ‘회사가 어려우면 직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이 팽배해졌다. 이런 분위기가 ‘회사는 정년을 보장하고 조직원은 로열티를 갖고 근무한다’는 한국 사회의 ‘심리적 계약관계’를 뒤흔들어놓은 셈이다. 이후 신용카드 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혼돈은 더욱 심화됐다.

각 회사의 내부 조직구조도 변화했다. 회사 경영 성장이 정체되면서 조직의 규모 확장도 제한됐고, 따라서 각 조직원이 조직 내에서의 상위직급으로 진급할 수 있는 기회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었다. 고용시장이 유연해지면서 경력사원 채용이 크게 증가한 점도 같은 결과를 낳았다. 이런 일련의 변화를 겪으며 직장인 사이에서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는 것이 과연 로열티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자리 잡게 됐다.

로열티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해석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는 노동인력의 세대교체다. 이전 베이비붐 세대는 안정적 성향이 강하고 팀플레이를 중시했다면, 1990년대 학번 이후 이른바 ‘X세대’와 그다음 세대는 상대적으로 개인의 성장과 성취를 추구하며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강하다. 특히 최근 신입사원들은 ‘즐거움(fun)’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일하면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면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경영학의 스승(Guru)이라고 부르는 컨설턴트 톰 피터스는 “이제 더는 로열티가 회사에 대한 맹목적 충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로열티의 대상이 회사보다 자신이 속한 팀이나 하는 일로 변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매슈 비드웰 교수 역시 “이 시대 조직원의 로열티는 회사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로열티의 고유한 속성 가운데 하나인 ‘열정을 갖고 성실히 일하는 것’은 시대 변화에도 변함없이 조직원이 지녀야 할 일종의 미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평생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의 가치를 더하는 조직원의 로열티 대상은 회사 그 자체보다 ‘내가 하는 일’로 옮겨가는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로열티 개념이 이처럼 변화한다면, 회사로선 이 ‘새로운 종류의 로열티’를 회사 경쟁력으로 연계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말로 하면, 일에 대한 로열티를 회사 경영 성과로 연결하는 작업이 경영의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떠오른 셈이다.

이를 위해 염두에 둬야 할 첫 번째 원칙은 무엇보다 회사가 중시하는 인재상과 조직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로열티 확보의 시작이라는 점이다. 지원자의 실력과 스펙도 중요하지만, 추구하는 경력과 직무적성, 조직문화와의 적합성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검토요소가 됐다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원자의 직무이력과 경력목표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뚜렷한 경력목표 없이 직무가 자주 바뀐 지원자의 경우, 회사 경영 성과를 달성하는 일보다 개인의 성장과 시장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문화와의 적합성도 간과할 수 없다. 조직에 융화하지 못하는 직원이 외로운 섬처럼 고립되면 회사 경영 성과에 기여하지 못한 채 이탈할 수도 있다.

놓쳐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원칙은 조직원의 성장욕구를 회사 안에서 실현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요즘 젊은 직장인은 무엇보다 자신의 성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들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진급이나 임금인상 같은 회사 안에서의 성취 못지않게 회사 밖에서의 성취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편이다. 회사 내부에서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킬 기회가 없다고 판단하면 일에 몰입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직을 결심하기도 한다.

따라서 조직원이 몰입할 수 있고 자신이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게 업무를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성을 고려한 업무 배치와 개인 역량 향상을 위한 업무 확장 또는 직무 순환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새로운 직무를 경험할 수 있게 하거나 특정 문제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 활동을 장려하는 등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만한 다양한 기회를 주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회사 내에서 자기 꿈을 실현할 방법을 찾고 그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갈수록 조직원은 자신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조직원과 회사 간 연결고리를 찾고 그것을 단단하게 만드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파트너십은 회사가 각 조직원을 공동목표를 향해 함께 뛰는 동반자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데서 형성된다. 경영진이 기업의 비전과 목표를 각 조직원에게 전달해 조직원이 이를 내재화하는 한편, 개인의 목표나 추구하는 가치를 회사의 그것과 연계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직장인 로열티’도 변하는 거야
여전히 회사 경영 중요한 요소

회사 경영 성과에 따라 발생한 이익을 공유하는 일도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로열티 확보에 중요한 요소다. 자신의 노력이 회사 성과에 기여하고 그 성과가 자신에게 보상으로 이어진다면 업무 몰입도와 소속감이 동시에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많은 회사가 연차 중심의 보상체계를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로 전환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깔렸다.

로열티를 군대에서나 강조해야 옳은 일종의 구호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시대 상황이 변한 만큼 조직원에게 “이직은 피하는 게 좋고 회사를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근속에 바탕을 둔 과거 로열티 개념은 분명 대부분 희석됐지만, 로열티는 여전히 회사 경영에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이나 페덱스(Fedex) 같은 우량기업이 ‘고객도 중요하지만 우리 직원이 더 중요하다. 충성스러운 직원이 충성스러운 고객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로열티는 외부 세계와 경쟁해 이기고자 하는 사람 사이에서 형성되는 애사심과 관련 있다”는 잭 웰치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직원이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열정을 품고 자기 업무에 몰입할 때 회사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가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길 원한다면, 능력뿐 아니라 회사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직원을 선발하고 그들에 대한 교육과 개발 작업에 투자해야 한다. 직원의 잠재력이 폭발할 수 있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작업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일에 대한 로열티’를 조직에 대한 로열티로 연결해내는 회사만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한국 사회에도 도래한 셈이다. 이름 하여 21세기 경영이다.



주간동아 908호 (p28~30)

조범상 LG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bscho@lgeri.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