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31

2012.04.02

위헌을 합헌으로 심각한 상황 아는가

헌재재판관 1인 공석 방치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2-04-02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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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관의 8인 체제가 장기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조대현 전 재판관이 퇴임한 후 현재까지 재판관 1인이 결원 상태인 것(9인 체제). 야당에서 후임으로 조용환 후보자를 내세웠지만 부결되고 여야 갈등이 길어지면서 8개월간 재판관 1인의 결원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관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다만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토록 돼 있다(헌법 제111조 제2항, 제3항).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헌법 제112조제2항). 즉, 중립을 지켜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그 구성에서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관여한다는 점, 그 업무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이지만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또 매우 고유하고 독특한 업무를 담당한다는 점 등 때문에 선거관리위원회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기본적으로 법원과 유사하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변경되지 않는 한 지속적으로 하나의 기준으로서 효력을 발휘한다.

    다시 말해 헌법재판소는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하나의 재판부다. 다만 재판부가 실제로 심판을 진행할 때는 7인 이상이 참여하면 된다(헌법재판소법 23조 제1항).

    헌법재판소는 결정에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하는 몇 가지 판단에 대해 특별 정족수 규정을 뒀다. 법률 위헌 여부와 탄핵, 정당 해산 등을 심판하거나 헌법소원에 관한 인용 결정을 하는 경우, 또 종전에 헌법재판소가 판시한 헌법 또는 법률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 제113조 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이로 인해 위헌 법률 심사에서 위헌 의견 5인, 합헌 의견 4인일 경우 수적으로 위헌 의견이 더 많더라도 합헌 결정이 난다. 법률의 위헌 여부를 결정할 때는 6인 이상 찬성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권한쟁의의 경우에만 출석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이 이뤄진다.



    이 같은 정족수 규정에 비춰볼 때 헌법재판관 1인이 결원이라는 것은 심판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8인의 헌법재판관 중 5인이 위헌 의견을 내고, 3인이 합헌 의견을 낸 경우 남은 1인의 의견에 따라 위헌 여부가 결정된다. 이럴 때는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 없다. 법률 존폐는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미래를 규율하기 때문이다. 결국 헌법재판관 1인이 없는 상태에서 심판 결정을 강행하면 왜곡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 같은 헌법재판관 결원 사태에 대비한 규정이 전혀 없는 것은 입법론적으로 큰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9인 전원이 하나의 재판부로 기능하는 것임에도 헌법재판관 1인이 결원된 채 방치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뿐 사태의 심각성을 얘기하지 않으니 엄연한 직무유기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에 헌법재판관을 선출해달라고 요구하는 지경에 이른 것을 정치 후진국의 한 단면으로만 치부하기엔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

    위헌을 합헌으로 심각한 상황 아는가

    2011년 7월 이후 헌법재판소는 8인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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