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4

2011.09.19

시급 4350원? 난 10만 원 번다

머리와 미모 등 이용 대학생 이색 알바…직장인만큼 짭짤한 수입 올리기도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송지은 인턴기자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4학년

    입력2011-09-19 10:5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급 4350원? 난 10만 원 번다

    과외교사를 모집하는 전단지가 서울 중앙대 앞에 붙어 있다.

    여름방학이면 대학생들은 다음 학기 등록금, 자취방 월세를 마련해야 해 마음이 급하다. 이들이 뛰어드는 곳이 바로 ‘알바(아르바이트)’ 시장. 최저임금인 시급 4350원을 받으며 길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편의점에서 카운터 보는 일만 대학생 알바라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 갖가지 방법으로 직장인 못지않게 짭짤한 수입을 올리는 대학생들이 있다.

    #‘과외와 차원이 다르다’ 스펙 활용형

    대학생 이모(24) 씨는 요즘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이씨가 전문으로 하는 토론·면접 과외가 방학을 맞아 특수를 누리기 때문이다. 이씨가 하는 과외는 여느 대학생이 한 달에 30만~40만 원 받고 하는 과외와는 차원이 다르다. 서울 대치동, 압구정동 일대에서 하는 면접 과외의 경우 시간당 10만 원은 기본.

    학생당 한 달에 8회 정도 과외를 하기 때문에 한 명만 가르쳐도 160만 원(2시간×8회×10만 원)은 보장받는다. 과외 특성상 고정 수입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수시 입시를 앞두고 면접 과외 수요가 많아지는 여름방학에는 한 달에 1000만 원 가까운 돈을 벌 수 있다. 부유층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 과외다 보니 남들이 들으면 신기해할 만한 에피소드도 많다. 이씨의 경험담이다.

    “350만 원을 받고 면접 과외를 해주던 학생이 있었어요. 어느 날 학생 어머니가 저를 부르더니 ‘다른 학생 과외하면 얼마 받느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300만 원 정도 받는다고 했더니 ‘그럼 지금 주는 350만 원에 300만 원을 더 얹어줄 테니 다른 아이들 과외를 다 끊고 우리 아이만 봐달라’는 거였어요. 저에게 과외를 받는 아이들이 같은 대학에 지원할지도 모르니, 돈을 더 내더라도 자기 아이만 봐줬으면 하는 거였죠.”



    시급 4350원? 난 10만 원 번다

    직업모델 대신 옷을 입어 보는 피팅모델.

    #‘예쁜 옷 마음껏 입고 용돈 번다’ 미모형

    7월, 아르바이트 전문 인터넷 포털사이트 알바천국(www.alba.co.kr)에선 6월부터 7월 중순까지 알바천국에 등록한 94개 직종 18만6714건의 아르바이트를 분석해 시급이 가장 높은 아르바이트를 발표했다. 1위를 차지한 것이 피팅모델. 평균 1만4885원이었다.

    대학생 한모(21) 씨는 경력 2년 차 피팅모델이다. 대학 1학년 때 예쁜 옷도 마음껏 입고 용돈도 벌 수 있다는 점에 끌려 피팅모델 관련 사이트에 가입한 것이 일을 시작한 계기다. 몸매가 잘 드러나는 옷을 입고 앞면, 측면, 뒷모습까지 찍은 사진을 피팅모델 구인광고를 낸 쇼핑몰에 e메일로 보냈다. 해당 쇼핑몰 옷을 입어보는 등의 간단한 면접을 본 뒤, 시급 1만 원의 알바를 시작했다. 식당에서 9시간 정도는 서빙해야 일당 4만 원을 받을 수 있는 또래 친구에 비해 하루에 4시간만 즐겁게 촬영해도 4만 원을 벌 수 있었다.

    경력이 쌓이자 시간당 급여가 2만 원까지 올랐다. 요즘같이 시간이 많은 방학이면 거의 매일 출근한다.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 이 옷 저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다 보면 8만 원 정도는 거뜬히 번다. 한 달이면 100만 원가량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하루 종일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이 없는 오후에는 다른 쇼핑몰이나 사진작가 클럽 모델로도 활동해 추가 수입을 얻는다.

    # ‘밤이면 거리로 나선다’ 올빼미형

    시급 4350원? 난 10만 원 번다

    술집주인들은 20대 미모의 여성을 고용해 손님을 유인해 비싼 술을 팔기도 한다.

    회사에서도 밤에 일하면 야근수당이 붙듯, 대학생 알바도 예외는 아니다. 2월부터 홍대 인근의 한 바(Bar)에서 알바를 시작한 여대생 A씨(21)는 오후 9시에 출근해 새벽 3시에 퇴근한다. 주5일 일하면 주급으로 35만 원을 기본으로 받는다. 여기에 손님에게 비싼 양주를 팔면 커미션으로 양주값의 15%를 받을 수 있다. 20만 원짜리 양주를 팔면 A씨에게 3만 원이 오는 식이다.

    A씨보다 좀 더 적극적인 임무(?)를 맡은 대학생도 있다. 밤에 예쁘게 꾸미고 클럽에 가서 알바하는 술집으로 손님을 유인해 오는 것이 그들의 일. 술집 주인은 여학생에게는 보리차에 탄산을 섞은 샷을 주고, 손님에게는 비싼 양주를 판매한다.

    클럽에 사람이 몰리는 밤 시간대에 자유롭게 일하면 일당 5만 원에 그날 판 양주 커미션 30%를 받을 수 있다. 한밤중에 독립적으로 일해야 하고, 같이 술을 마시는 척하다 보면 성추행 등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 단점. 그러나 짧은 시간에 높은 수익을 올리려는 욕심에 일부 여대생은 오늘도 밤거리로 나선다.

    # ‘애인 되어 드릴게요’ 일일 애인 대행

    포털사이트 카페나 애인 대행 사이트에 자기 프로필을 등록하고 일일 애인이 돼주는 알바로 고소득을 올리는 대학생도 있다. 고객이 프로필을 보고 온라인으로 연락해오면 오프라인에서 만나 애인인 ‘척’하며 시간을 보낸다. 시급은 2만~10만 원으로 다양하다. 하루 종일 애인 대행을 하면 20만~30만 원은 벌 수 있다. 애인 대행 인터넷 카페에 자신을 서울 소재 여대 학생이라고 소개한 B씨(22)는 “시간당 4만 원 주시면 동창모임, 놀이공원 데이트 같이 가드려요”라는 ‘광고글’을 올렸다.

    하지만 자칫하다간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순수하게 ‘애인 대행’을 신청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만남을 여러 번 지속하면, 고객이 ‘진짜 애인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성매매로 연결되기도 한다. 자신을 ‘20대 여대생’이라 밝힌 어떤 학생은 한 포털사이트 질문방에 “애인 대행 알바를 하다 그만두려 하는데 일을 할 때 만났던 사람이 계속 연락하고 만나자며 괴롭힌다”는 내용의 고민 글을 올리기도 했다.

    # ‘키보드 두드려 용돈 벌기’ 댓글 알바

    시급 4350원? 난 10만 원 번다

    틈틈이 올리는 댓글로 용돈을 벌기도 한다.

    흔히 포털사이트에서 심하게 한쪽 편에 유리한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알바냐?” 라는 놀림을 받는다. 그런데 이 ‘알바’가 정말 있다. 보통 ‘알음알음’으로 구하는 알바이기 때문에 처음 진입은 어렵지만, 한 번 시작하면 자리에 앉아 키보드 두드리는 것만으로도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대학생 C씨(25)도 2009년 여름, 친구 소개로 석 달 정도 댓글 알바를 했다. ‘디씨인사이드’의 인강갤(인터넷 강의 갤러리)에 글이나 댓글로 특정 강사를 홍보하는 일이었다. 글은 하나에 1000원, 댓글은 하나에 500원이 적용됐다. 여기저기 댓글을 20개 달면 일급 1만 원을 받는 식이다.

    댓글로 고교생들의 학습 상담이나 고민 상담을 해주며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대학생 D씨(23)는 친구 소개로 동영상 강의 전문 사이트 ‘이투스’에서 댓글로 학생들을 멘토링하는 일을 했다. 댓글 하나 작성하는 데 20분 정도가 걸렸지만, 하루동안 일하면 3만 원은 확보할 수 있었다. 단, 학생의 질문이 매일 올라오는 것은 아니라서 소득은 일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D씨는 틈틈이 댓글을 올려 한 달 동안 40만 원을 벌었다.

    시급 4350원? 난 10만 원 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