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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님’ 리더십 성공신화 일궜다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 AFC 정상 등극…선수들과 어울리며 끈끈한 조직력 구축

  •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큰 형님’ 리더십 성공신화 일궜다

한국 프로축구 성남 일화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다. 성남은 11월 1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이란의 조바한을 3대 1로 제압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성남은 이 대회가 챔피언스리그로 명칭을 바꾼 이후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아시아 최고의 클럽으로 우뚝 섰다. 2009년 포항 스틸러스에 이어 K리그 클럽이 2년 연속 아시아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성남의 우승에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FC서울, 전북 현대, 수원 삼성 등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았던 성남은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고 아시아 최고의 클럽이 됐다. 선수층이 두텁지는 않지만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함께 K리그에서 정규리그 5위로 플레이오프에도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신태용 감독은 코치 경험 없이 곧바로 사령탑에 올라 2년 만에 팀을 아시아 정상에 올려놓는 지도력을 과시했다. 성남의 우승 비결과 신 감독의 리더십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우여곡절 많았던 우승 레이스

성남의 아시아 도전은 순탄치 않았다. 2009년 K리그에서 3위를 해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은 성남은 모기업 지원이 줄어들면서 새로운 선수 영입에 실패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팀은 비시즌 선수를 대거 영입해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성남은 김정우의 입대 등으로 생긴 공백을 전혀 메우지 못했다. 주전급 선수를 데려오는 데도 실패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성남이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빡빡한 스케줄로 체력에 문제를 드러내며 시즌 초반 힘든 시기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성남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초반부터 강세를 보였다.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5승1패,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K리그에서도 시즌 초반부터 6위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힘을 과시했다. 그러나 잘나가던 성남에도 위기는 찾아왔다. 팀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공격수 파브리시오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을 옮긴 것. 계약 종료 상황에서 성남은 그의 엄청난 몸값을 감당할 수 없었다. 파브리시오는 성남에 입단할 당시 16억여 원의 파격적인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 감독은 “잡고 싶지만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파브리시오가 떠났지만 성남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마땅한 대체 선수를 발굴하지 못했고, 전력이 누수된 채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신 감독은 무리해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조재철, 송호영 등 젊고 가능성 있는 공격수를 파브리시오 자리에 투입했다. 여기에 시즌 초반 부상으로 고생한 조동건을 완벽하게 재활시켜 공격라인에 힘을 보탰다. 경험보다 패기를 선택한 신 감독의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조재철, 송호영, 조동건은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 이후부터 제 몫을 하며 팀의 공격력을 끌어올렸다. 신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성남의 정상 도전은 순탄치 않았다. 8강전에서 만만치 않은 수원을 만났다. 수원은 감독 교체 이후 가파른 상승세에 있던 팀. 8강 1차전 홈경기에서 4대 1로 승리한 성남은 2차전 원정에서 수원의 맹공에 0대 2로 패했지만 골 득실차에서 1골 앞서 간신히 4강행을 이뤄냈다. 신 감독은 당시 경기를 마친 뒤 “수원의 맹공에 마땅히 펼 수 있는 작전이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남은 4강전을 앞두고는 AFC로부터 경고의 메시지를 받았다. 경기를 앞두고 잔디가 거의 죽어가는 홈구장 탄천종합운동장이 문제였다. AFC는 경기장 보수를 하지 않으면 성남의 몰수 패를 선언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성남은 성남시를 설득해 1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보수에 나섰고,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4강 1차전이었던 알 샤밥(사우디아라비아)과의 원정경기에서 3대 4로 패했던 성남은 말끔히 정리된 홈구장에서 1대 0으로 승리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외국인 선수 주장 임명 파격

‘큰 형님’ 리더십 성공신화 일궜다

이란의 조바한을 꺾고 AFC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른 성남 일화.

결승전을 앞두고는 팀의 주전공격수 라돈치치의 공백이 발생했다. 그는 4강 2차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에 나설 수 없었다. 그러나 성남은 팀원들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공백을 메우고 조바한을 완파하며 결국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성남의 우승은 노력과 땀으로 일궈낸 성과이기에 더욱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남은 2년 전까지 K리그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쓰는 팀이었다. 그러나 2년 전부터 구단의 예산이 크게 삭감됐다. 이 때문에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던 성남은 서서히 위용을 잃어갔다. 주전 선수들은 K리그에서 어느 정도 기량을 검증받은 멤버로 구성됐지만 그들의 뒤를 이을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신 감독은 2군의 기량을 끌어올리면서 팀워크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팀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가능성 있는 2군 선수들에게 간혹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그 결과가 부임 2년 만에 AFC 우승이라는 성과로 드러난 것이다. 파브리시오의 공백을 조재철, 송호영이 메웠고, 장학영이 빠진 왼쪽 풀백은 홍철이 신인답지 않은 활약으로 수비라인을 강화했다. 이 밖에도 중앙 수비에 윤영선 등이 가세하며 라인업에 힘을 보탰다.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수비 조직력이다. 성남은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상대를 제압하며 아시아 정상을 일궜다. 호주 출신의 용병 사샤와 국내파 조병국으로 이루어진 중앙수비수 라인은 탄탄했다. 특히 사샤는 성남의 수비라인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그 덕분에 성남은 AFC 챔피언스리그뿐 아니라 K리그 정규리그에서도 실점이 적은 팀 중 하나였다.

성남의 주장 출신인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큰 형님으로 통한다. 신 감독은 선수들과 한데 어울리는 스타일. 평소 훈련 시간에도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뛴다. 그리고 선수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농담도 주고받는다. 물론 질책해야 할 때는 어떤 감독보다 강한 스타일이지만 훈련장이나 경기장을 벗어나면 최고참 선배로 돌아간다. 성남의 끈끈한 조직력이 바로 신 감독의 ‘큰 형님’ 리더십에서 시작된 것이다.

또 하나, 그는 외국인 사샤를 주장에 선임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한국말 구사가 완벽하진 않지만 사샤의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신 감독의 기대대로 사샤는 성남의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며 팀을 우승으로 견인했다. 결승전에서도 사샤는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 가담해 골까지 성공시키면서 신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팀이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동생들(선수들)을 믿으며 선수단을 이끈 큰 형님 신 감독. ‘투자 없이 우승할 수 없다’는 K리그의 일설을 뒤집은 그의 지도력이 더 빛나는 이유다.



주간동아 2010.11.22 763호 (p66~67)

최용석 스포츠동아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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