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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여름 대학가 “漢字, 아이苦!”

취업 스펙에 한자도 추가, 방학 특강에 학생들 몰려

여름 대학가 “漢字, 아이苦!”

여름 대학가 “漢字, 아이苦!”

한자교육 사설기관인 (주)예스이지의 대학 한자 특강 모습.

2007년 성균관대의 한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시험이 진행됐다. 부모와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써보라는 것. 결과는 참담했다. 학생 중 80%가 부모의 이름을 한자로 쓸 줄 몰랐고, 자신의 이름도 한자로 쓰지 못하는 학생이 10~20%나 됐다. 그때까지 대학생에게 한자란 알아야 하지만 왠지 어렵고 하기 싫은 불편한 숙제였다.

3년이 지난 지금,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 캠퍼스는 한자 공부에 열을 올리는 학생들로 뜨겁다. 한자를 모른다고 구박받던 대학생들이 본격적으로 한자 공부에 뛰어들고 있는 것. 대부분이 국가에서 공인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방학이면 토익, 토플 등 영어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이 눈에 많이 띄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토익, 토플 고득점자가 많아지자 제2 외국어 능력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늘어났다. 한자능력검정시험도 그중 하나. 김형태(25) 씨는 “다른 외국어는 오랜 시간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 반면, 한자는 계획만 잘 짜면 방학 중에도 급수를 딸 수 있어 주위에도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는 친구가 많다”고 말했다.

공인 한자능력 급수 따기 공부

방학이 다가오면 대학가 여기저기에 여러 사설기관이 주관하는 ‘한자특강’ 포스터가 나붙는다. 한자교육 사설기관인 ‘예스이지(Yeseasy)’는 현재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24개 대학에서 특강을 열고 있다. 성균관서당은 30개 대학에서 방학 중 100여 개 강좌를 개설한다. 이들 한자특강은 방학기간에 일정 급수 이상을 딸 수 있게 강좌 일정이 짜인, 이른바 속성과정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한자능력시험 2급을 준비한다고 했을 때 특강은 보통 4주나 8주 과정으로 진행된다. 성균관서당 유한영 실장은 “수강을 시작하는 날 조사해보면, 한자를 듣는 이유는 순전히 공인 한자 자격증을 따고자 하는 이유가 100%”라고 말했다.



물론 특강을 듣는다고 끝은 아니다. 한자 공부는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4주째 한자를 공부하고 있다는 류형석(22) 씨는 “학교에서 일주일에 2번 3시간씩 한자특강을 듣고, 평소에는 적어도 매일 한 시간씩 한자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한자는 아직도 혼자 쓰며 외워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독학을 하는 학생도 많다. 이들의 경우 평균 2~3달 꾸준한 한자 공부를 병행해야 합격선에 준하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

이렇듯 한자능력시험에 대한 대학생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최근 몇 년 새 신입사원 채용 시 한자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기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제 5단체 부회장단은 2004년 원활한 업무수행과 한자문화권 국가들과의 경제·문화 교류 확대를 위해 회원사들에게 신입사원 채용 때 한자능력검증을 할 것을 권고했다. 이후 한자 능력을 요구하는 회사가 늘면서, 취업준비생들에게 한자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요건이 됐다.

삼성그룹은 공인 한자능력검정시험 3급 이상 소지자에게 10점, 2급은 15점, 1급 소지자에게는 20점의 가산점을 준다. 1~20점은 비슷한 점수의 지원자들 사이에서 당락을 가를 수도 있는 큰 점수.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등은 선발과정에서 자체적으로 한자시험을 치른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금호타이어와 금호고속 등 계열사가 중국으로 진출하면서 한자 능력을 갖춘 인재의 필요성이 늘어났다. 한자시험을 통과해야만 채용 때 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제약은 입사 후에도 사내 한자 사용을 권장하는 회사 중 하나다. 입사지원서도 한글과 한자를 병기해서 제출해야 한다. 승진시험에도 한자시험이 포함돼 있고, 사내 문서도 국한문을 혼용하기 때문에 한자 능력은 필수다.

생전 배운 적 없어 엄청난 부담

여름 대학가 “漢字, 아이苦!”

지난 6월 12일 한국인문사회연구원과 동아일보가 주최한 제3회 한자능력평가시험.

졸업 때 한자능력검증을 요구하는 대학도 있다. 고려대는 2004년 졸업생부터 졸업 요건에 ‘한자인증시험 합격’을 추가했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한자이해능력시험에 합격하거나 공인 한자급수 2급 이상을 취득해야만 졸업이 가능하다. 성균관대는 졸업인증제도인 3품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3품 중 국제품의 경우 한국어문회, 대한검정회, 한국한자한문능력개발원이 주관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에서 3급 이상을 취득하면 인증이 가능하다. 대학에 따라 한자급수를 취득할 경우 학점 인정을 해주거나 국문학과, 한의학과 등 일부 학과에서는 졸업 요건으로 한자 능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자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한글세대인 요즘 대학생에게 한자 공부는 여전히 힘겨운 싸움이다. 성균관대 한문교육학과 이명학 교수는 “대학생들이 한자를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초·중·고 교과서가 한글로만 표기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어문교육 정책 기본방향은 한글 전용을 바탕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한자와 한문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한글전용 정책이 시행됐던 1970~75년을 제외하고 오늘날까지 국한문 병기를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한글과 한자가 함께 표기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한자를 몰라도 교과서를 보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중·고등학교에서 한문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던 상황도 한몫을 한다. 학생들의 선택 여부나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중·고등학교 교육과정 동안 한자나 한문 공부를 안 하는 경우도 생긴다. 중학교의 경우 교과 재량활동 시간에 한문, 컴퓨터, 생활외국어 등 선택과목을 배정하도록 돼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한문1, 2’를 개설해 학생들이 선택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수능 제2외국어 선택자 중 한문 선택자의 비율은 13.9%. 제2외국어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을 고려했을 때, 고등학교 과정에서 한문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의 비중은 80~90%에 이른다.

한자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생전 배워본 적이 없는 한자는 취업준비생에게 한편으로 무거운 짐이다. 졸업이나 취업을 앞두고 서둘러 한자 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한자 공부에 두세 달을 투자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렵사리 한자 자격을 따도 실상 취업 후에 한자를 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은 점도 불만이다.

그럼에도 한자를 배워야 한다면 생각을 달리하자. 전문가들은 한자는 하루아침에 끝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평소 한자를 생활화하고, 한자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자 공부의 열정이 취업을 향한 맹목적인 싸움인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속적인 자기계발인지 대학생 스스로가 돌아봐야 할 때다.



주간동아 2010.07.26 747호 (p58~59)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손미정 인턴기자 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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