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트밸리 사업은 강원도와 정선군이 2005년부터 ‘탄광지역 생활현장 보존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것이다. 여기에 비슷한 시기 폐광지역에 예술인촌을 건립하고자 했던 최 후보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더해져 2008년 1월 문광부의 ‘고한 예술인촌’ 사업 승인이 떨어졌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지난해 2월 사업 주체가 강원도에서 정선군으로 이관되면서 전체 예산 110억 원 중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몫의 예산 17여억 원과 운영비 5여억 원을 부담해야 할 정선군이 난색을 표한 것. 최 후보는 “자체 운영비로 조달할 수 있다”며 밀어붙였으나 군청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 장관이 이곳을 찾은 게 바로 그 시기였다. 이후 정선군은 기존의 ‘예술인촌’ 외에 추가로 들어설 만한 시설을 고민했다. 정선군 관계자는 “유 장관이 다양한 방안을 더 생각해보라고 해서 이런저런 안이 나왔다. 그중 사우나, 찜질방 이야기도 나왔지만 실제 계획안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명도 ‘광산테마파크’ ‘아트빌리지’ 등으로 바뀌다 올해 4월 ‘아트밸리 사업’으로 확정됐다.
최 후보 측근 “ 선거 전략의 일환”
실제 기자가 정선군의 아트밸리 사업계획서를 확인해보니 최 후보가 문제 삼은 사우나나 찜질방은 포함돼 있지 않고 와인바만 있다.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유경수 과장은 “갱도의 서늘한 온도를 이용한 것으로 다른 폐광시설에도 와인바가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최 후보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7월 20일 기자가 정선을 찾았을 때 최 후보는 지역을 돌며 주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여전히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었다. 최 후보의 유세 내용 중 일부다.
“40년 문화예술을 경험했다. 고향 폐광촌에서 문화예술을 접목해 첫 사업을 하려 했는데, 이 정부 들어 뒤집어졌다. 사우나나 찜질방이 들어선 예술촌은 없다.”
그렇다면 최 후보는 최종 확정된 아트밸리 사업계획서에 사우나, 찜질방이 없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최 후보의 비서관 김모 씨는 “(최종 사업계획서에) 사우나, 찜질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유 장관이 다녀간 뒤 사우나, 찜질방이 들어선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에 최 후보가 그렇게 발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후보의 측근 이모 씨의 대답은 좀 더 솔직했다. “유 장관을 지목한 것은 선거를 치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 실제 최 후보의 전략은 어느 정도 먹혀들어가는 듯했다. 유세 현장에서 만난 최모(64) 씨는 “유 장관이 문화예술과 관련해 무슨 일을 했나. 최 후보가 당선돼야 지역을 문화예술 복합도시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트밸리가 들어설 고한읍 삼탄 폐광지역 주민들은 더 이상 논란이 일지 않고 하루빨리 공사가 끝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고한읍 한 주민은 “최 후보도 (아트밸리) 운영주체가 되고 싶어서 자기 생각대로 하려는 것 아니겠느냐. 하지만 여기는 누구도 기득권을 주장할 수 없다. 철거 위기에도 주민들이 지켜낸 곳이다. 최 후보의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군청의 최종 확정안도 만족스럽다. 더 이상 논란이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