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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숲 가꾸기 녹색성장, 국격(國格)이 커간다”

정광수 산림청장 “환경·경제·건강 일석삼조…해외 조림에도 박차”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숲 가꾸기 녹색성장, 국격(國格)이 커간다”

“숲 가꾸기 녹색성장, 국격(國格)이 커간다”

숲 가꾸기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는 정광수 산림청장.

4월 5일은 65번째 맞는 식목일.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황폐해졌던 우리 국토는 40여 년간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치산녹화 결과 세계가 인정하는 산림국가가 됐다. 이제는 사막화 방지와 산림자원 확보를 위해 외국에 나무를 심기도 하고, 숲 가꾸기 부산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를 만든다. 탄소 배출도 줄이면서 돈벌이도 하는 상황. 말 그대로 ‘저탄소 녹색성장’ 자체다. 산림과 관련된 국제회의도 줄줄이 국내에서 열린다. ‘산림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정광수 산림청장은 대학에서 임학을 전공하고 일찌감치 나무 심는 것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숲 박사’(서울대 대학원 농학박사)다. 1977년 산림청에 들어와 33년을 나무 심는 데 바쳤다. 식목일을 앞두고 정 청장을 만나 숲 가꾸기에 대한 산림청의 계획과 숲 가꾸기 철학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국토에 숲, 나무가 있고 없는 것이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척도가 되기도 하고 국토의 품격(品格)을 상징하기도 한다. 올 11월 주요 20개국(G20) 행사에 참여하는 국빈들은 치산녹화에 성공한 한국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려진 나뭇가지가 청정바이오에너지로

지구온난화로 식목기간이 식목일인 4월 5일보다 당겨져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실제 지난해 식목일을 앞당기자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4월 5일 식목일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토 남단은 2월 말부터 심어야 하고 태백산 인근 지역은 4월 초순에도 땅 밑이 얼어 있다. 그래서 식목일과 별도로 식목기간(2월 19일~4월 30일)을 정했다. 형편에 맞게 나무를 심자는 얘기다. 식목일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념일로서의 가치 때문이다.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의지를 전달하는 데 식목일만큼 좋은 상징도 없다. 식목일은 조선 성종과 순종이 4월 5일 거행한 친경(親耕)과 친식(親植) 의식에서 유래해 역사도 깊다.”



올해 나무심기의 특징이 있다면.

“식목기간을 2월 하순부터 4월 말까지로 늘리고 전국적으로 약 2만1000ha에 3600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지난 시기 황폐해진 산림의 복구를 위해 여러 수종의 나무를 심었지만 올해부터는 녹색성장 정책에 발맞춰 백합나무처럼 탄소흡수 능력이 좋고 빨리 자라 청정에너지인 목재 펠릿(pellet)의 재료로 쓰이는 속성수를 많이 심기로 했다. 이런 속성수로 이뤄진 숲을 ‘바이오순환림’이라고 하는데 올해 조성 면적만 6000ha에 이른다. 2020년까지 10만ha를 조성한다는 게 목표다. 금강소나무, 안면소나무 같은 생태적으로 건전하고 목재로서의 가치도 높은 수종도 많이 심을 예정이다.”

나무는 심는 것만큼 가꾸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숲 가꾸기 사업이란 무엇인가.

“조림 역사가 40년 남짓한 우리 산림은 한창 가꿔줘야 할 청년기(30년생 이하 산림) 숲이 전체 산림의 약 60%에 달한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 울창한 산림을 좀 더 경제적·환경적으로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그 가치를 누리게 하자는 게 숲 가꾸기 사업의 취지다. 숲의 생태적 건강성을 높이면서 목재의 경제적 부가가치 또한 극대화하는 게 목표다. 현재 2단계 숲 가꾸기 5개년 사업이 진행 중인데 2013년까지 125만ha가 완성될 것이다.”

“숲 가꾸기 녹색성장, 국격(國格)이 커간다”

2009년 3월 6일 정광수 산림청장은 인도네시아 까반 산림부 장관과 산림바이오매스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왼쪽은 목재 펠릿.

숲 가꾸기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일자리도 많이 생길 것 같은데 어느 정도 되나.

“간벌, 가지치기와 같은 산림정비 사업도 하고 주요 고속도로변과 관광지에 있는 칡, 가시박 같은 덩굴류를 제거하는 사업도 한다. 여기서 나오는 나뭇가지와 폐목, 덩굴 등은 펠릿과 같은 청정바이오에너지로 만들어져 화석연료를 대체한다. 숲 가꾸기와 연관된 13개 사업에 모두 8451억 원이 투입된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5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녹색 일자리 사업’이라 부른다.”

펠릿은 숲 가꾸기에서 나온 잔가지, 덩굴, 폐목재 같은 산물을 톱밥으로 만들어 압축한 목재연료다. 담배필터처럼 생겼는데 목재를 압축할 때 나오는 리그닌이라는 성분이 자연접착제 노릇을 해 오염물이 전혀 섞이지 않는다. 보통 펠릿 1t이 이산화탄소 1.37t의 감축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청장은 펠릿에 대해 “평소 그냥 버려져 홍수와 산불을 대형화하는 주범이 석유를 대체하는 청정에너지로 탈바꿈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야말로 저탄소 녹색성장의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펠릿을 쓰면 연료비는 얼마나 절약되는가. 앞으로 이 연료의 전망도 궁금하다.

“일부 비닐하우스와 농가에서 사용하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 경유 대비 43% 연료비 절감효과가 있고 심지어 도시가스보다도 싸다. 최상품은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고 평균적으로 경유의 12분 1, 도시가스의 10분 1 정도가 배출된다. 숲 가꾸기 산물이 올해 110만㎥, 2012년 150만㎥ 등 해마다 늘어가는 점을 고려할 때 2012년까지 농촌 난방유류의 최대 20%까지 대체할 수 있으리라 본다. 2020년에는 신재생에너지의 12%를 목재 펠릿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각 마을회관과 경로당도 펠릿 보일러로 바꿀 예정이다. 이 중 65%가 연료로 경유를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양이다. 우정사업본부 산하 3700개의 우체국에서 펠릿 연료를 사용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장기적으로 화력발전의 연료로도 일부 공급할 계획이다.”

산림 국격 세계인이 한국으로

해외에도 나무를 많이 심고 있다고 들었다.

“국내에서 부족한 목재자원을 확보하고, 사막화를 방지하기 위한 두 가지 목적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목재자원 확보를 위해 나무가 빠르게, 잘 자라는 11개 국가에 매년 수만ha씩 나무를 심고 있다. 기업들의 조림투자도 지원해왔다. 올해는 2009년 정상외교로 확보된 인도네시아 및 캄보디아 40만ha 조림대상지 중 2만ha에 조림사업을 추진한다. 2017년까지 25만ha, 100만ha를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황사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중국 서부지역과 쿠부치 사막, 몽골 고비 사막의 각각 3000ha와 1400ha에 나무 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외 산림사업과 사막화 방지를 위해선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할 듯하다. 우리나라 주도로 산림 국제기구 창설이 진행 중이라 들었다.

“2009년 6월 제주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2009년 10월 태국에서 열린 제12차 한·아세안 정상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 수단으로 아시아산림협력기구(AFoCO) 설립을 제안했고, 아세안 정상들은 이에 호응했다. 한국 주도의 독립된 국제기구로 2011년 출범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숲 가꾸기 녹색성장, 국격(國格)이 커간다”

기술고시 출신인 정광수 산림청장은 오랜 공직생활 때문인지 유난히 숫자에 강했다.

산림청의 이런 노력 때문인지 산림 분야에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대단하다. 2011년까지 산림 관련 국제회의가 유난히 많이 열리는 것 같다.

“정말 외국에 나갈 때마다 산림 분야와 관련해 우리는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그들은 ‘한강의 기적’만큼 폐허에서 울창한 숲을 일궈내고 세계 각국에 나무를 심는 한국을 놀라워한다. 또 배우려 한다. 특히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저탄소녹색성장 정책은 존경의 대상이다. 해외 조림은 그 나라의 일자리와 국부도 창출하는 것이기에 각국의 환영은 상상 이상이다. 올 8월 제23차 세계산림연구기관연합회(IUFRO) 총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일이다. IUFRO는 120여 년 역사를 지닌 산림 분야 최대의 글로벌 네트워크로서 산림과학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고 전파하는 구실을 한다. IUFRO 세계총회의 서울 개최는 산림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하게 세계적 수준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다. 세계 3대 환경협약 중 하나인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0차 당사국 총회도 산림청과 경상남도 공동으로 내년 10월 열 예정인데, 이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하는 것으로 아시아의 사막화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요즘 산림청에서 조성한 숲길의 인기가 대단하다.

“대표작이 지리산 둘레길로 알려진 지리산 숲길(71km)이다. 벌써 3만 명 이상이 왔다 갔다. 사람들에게 숲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지역주민의 소득 창출효과도 있어 산림생태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다. 4월부터는 울진의 금강소나무숲길(21km)을 열 예정인데, 벌써부터 문의가 많다. 2016년까지 약 4840km의 트레킹숲길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인데 올해는 금강소나무숲길을 연장하는 데 이어, DMZ트레일(양구 펀치볼둘레길), 한라산둘레길, 내포문화숲길 등을 낼 계획이다.”

숲길을 걸으며 병을 치료하다

숲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질환을 치료했다는 사람이 많다. 이와 관련해 ‘치유의 숲’을 운영한다는데 어떤가.

“산림 치유는 숲이 가지고 있는 피톤치드, 음이온, 아름다운 경관, 토양, 온·습도, 광선 등을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증진, 질환을 고쳐보자는 것인데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결과를 보면 80% 이상이 ‘산림 치유가 효과 있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산음자연휴양림에 치유의 숲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는데, 올해 장성 편백숲과 횡성 숲체원에 ‘치유의 숲’을 추가로 조성해 개장할 예정이다. 경북 영주·예천 지역에는 ‘국립 백두대간 테라피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올봄에는 비, 눈이 자주 와 다행히 산불 위험이 낮아질 것 같다. 그래도 산불 예방과 관련해 국민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예년에 비해 산불이 크게 줄었지만 4월 이후 가뭄이 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산불은 입산자 실화가 42%로 가장 많고 논·밭두렁 및 쓰레기 소각에 의한 것도 27%나 된다. 따라서 산속에 사는 분들은 인화물질 취급에 주의하고 등산객은 아예 취급을 말아야 한다. 농촌진흥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논·밭두렁을 소각할 경우 해로운 벌레보다 이로운 벌레가 더 많이 사라져 농사에 오히려 나쁘다고 하니 되도록 논·밭두렁 태우기를 피하고, 꼭 해야 한다면 산불감시원과 전문 예방진화대가 돕는 가운데 지정된 날짜에 마을 공동으로 소각하길 바란다.”



주간동아 2010.04.06 730호 (p50~52)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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