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젠가 ‘살 곳’으로 한옥을 짓고 싶다는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목해야 할 소식이 있다. 울산 울주군에 자리한 한국전통건축학교의 이창업(40·울산대 외래교수) 교수와 역시 이곳에서 강의하는 석재흔, 강선의 씨가 ‘한옥 시공 매뉴얼 및 표준공사비 산출시스템’ 프로그램을 만든 것. 이 교수는 “정확한 도면이나 자재에 대한 협의 없이 도편수만 믿고 일을 맡기다 보니 분쟁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셋이서 머리를 맞댔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자신이 짓고 싶은 한옥의 모양, 자재로 쓸 나무의 종류, 공사비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국전통건축학교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특허출원한 뒤 특허권을 소유해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단,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면 직접 한국전통건축학교를 방문해야 한다. 이 교수는 “당장 한옥을 지으려는 분들에겐 미안하지만, 자칫 이 프로그램이 상업적으로 도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어릴 적 고향 마을 뒷산 아래에 있던 재실 대청에서 뒹굴던 이 교수는 이때부터 한옥에 매료됐고, 대학 때 답사차 들렀던 두 건물이 평생 자신을 한옥에 묻혀 살게 만들었다고 한다.
“경북 상주 대산루(對山樓)의 실내 돌계단은 한옥의 무한한 변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안동 도산서원에 있는 도산서당의 살평상은 건축이 가구(家具)처럼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지요.”
요즘 사람들의 한옥에 대한 관심은 메가트렌드까지는 아니어도 마이크로트렌드로 자리 잡은 듯하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한옥에 대한 열기가 더해지고 있지만 신축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소수에 그쳐 아쉽다”며 “이 프로그램으로 한옥 신축 비용의 거품이 제거돼 한옥 대중화가 실현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