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22

2010.02.02

“정치는 숫자놀음, 제갈공명 와도 고전”

이강래 민주당 원내대표

  • 왕상한 서강대 법학부 교수 shwang@sogang.ac.kr

    입력2010-01-27 11: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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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는 숫자놀음, 제갈공명 와도 고전”
    해마다 반복되던 ‘예산 전쟁’은 지난 연말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회의장을 점거하고 막말을 일삼으며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예산 전쟁’은 늘 그랬던 것처럼 지난 연말에도 여당의 강행 처리로 끝났다. 무기력한 야당을 뒤로하고 지난해 마지막 날과 새해 첫날에 걸쳐 여당은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은 물론 노동 관련법까지 처리했다. 적어도 외형상 승자는 여당이고 야당은 졌다.

    제1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회의장을 점거한 날짜는 12월17일. 하지만 이렇게 점거한 회의장에서 밤을 지새운 의원이 몇 명이나 될까. 한나라당의 심야 단독 처리 이후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활짝 웃으며 악수했다. 찍은 기자나 찍힌 민주당 원내대표나 참 얄궂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강래(57·전북 남원) 의원. 3선 의원으로 국회 예결위 위원장과 통합신당모임 통합추진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8년 5월 원혜영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하고 재수까지 한 끝에 지난해 5월 원내대표가 됐다. ‘정당 지지율 25%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 만큼 민주당의 당 지지율이 10%대에서 지지부진하던 매우 힘든 때였다. 원내대표 경선에 나왔던 이종걸 의원과 단일화를 통해, 비주류 단일후보로 나와 선출된 만큼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성 비주류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업보가 그에겐 있다.

    “지방선거 승리 기반 만드는 데 초점 맞출 것”

    이 대표에게 그동안 자주 붙던 수식어는 ‘전략기획통’ 또는 ‘책사’. 소수 야당의 한계를 체감하면서 대여관계를 잘 이끌어야 할 자리에 오른 그가 이 같은 수식어에 걸맞게 고비마다 협상 수완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됐지만, 지금까지 결과를 놓고 보면 수완이 제대로 발휘된 것 같지는 않다.



    원내대표 초기인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한 대통령 사과와 검찰 수사책임자 처벌, 박연차 게이트 국정조사와 천신일 특검 등 이른바 5대 요구안을 밝히며 장외투쟁에도 들어갔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국회로 돌아와야 했다. 미디어법 정국으로 장외투쟁에 다시 돌입했지만 이 또한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한마디로 되는 게 없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내부에선 주류와 비주류를 떠나 그를 비난하는 여론은 많지 않았다. 누가 원내대표를 맡더라도 현재의 ‘169(한나라당)대 87(민주당)’의 절대적인 수적 열세를 넘기 어렵다는 공감대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요즘 들어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노동관계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당론을 무시하는 등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며 원내대표 명의로 당 윤리위원회에 추미애 의원 징계를 청원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양심 있는 지도자는 없고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자중지란의 모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은 나침반도, 안테나도 없이 표류하는 ‘난민 정당’으로 전두환 시절 어용야당인 민주한국당(민한당) 이래 가장 무기력한 야당”이라며 지도부 총사퇴와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당원까지 등장했다.

    이 원내대표는 말한다. “결과적으로 숫자 게임이다. 제갈공명을 갖다놓아도 완벽히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라고. 자신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서는 “단기 전투에 집착해서는 큰 전쟁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고 반박한다. 지금 이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당면과제는 세종시 수정안을 어떻게 저지하느냐지만, 그의 시선은 지방선거에 가 있다. 이 원내대표는 “앞으로 큰 국면의 흐름을 만들어 지방선거 승리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한다. 지방선거 결과는 원내대표 임기가 끝난 뒤에 나온다. 그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큰 국면의 흐름’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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