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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 民興無邪慝!

6·2 지방선거? 民興無邪慝!

벌써 2년 전이네요. 기자는 2008년 4월 치러진 18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경남지역을 취재했습니다. 한 지역구 의원 사무실에 들렀을 때는 사무실에 있던 10여 명의 지역 주민들이 기자를 둘러쌌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국회의원이 공천 받지 못해 억울하다며 한나라당 이방호 전 사무총장과 이상득 의원을 ‘졸속 공천 장본인’이라고 성토했습니다. 무소속 출마도 생각해볼 수 있으련만, 그들은 한나라당 텃밭에서의 낙천은 ‘게임 오버’라고 생각했습니다. 흥분한 한 지지자는 “공천 기준이 없다”며 철제 서류함 속의 서류뭉치 몇 다발을 팽개치듯 탁자 위에 펼치더군요. 낙천한 의원이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지 보라는 의도였지만, 수천명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서류뭉치는 동책(洞責·동 책임자), 통책(統責·통 책임자)이 관리하는 일종의 ‘빅 마우스’ 명단이었습니다. 당황한 보좌관이 황급히 서류뭉치를 서류함에 다시 넣는 모습에 기자는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초상집’에서 웃음을 터뜨릴 수는 없었으니까요.

기자는 지난주에 동책, 통책 얘기를 다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관계자들을 취재하던 중에 말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불법 선거운동은 요지경이었습니다.

유능한 인재보다 ‘만만한 수하’에게 공천을 주는 국회의원, 당선이 유력한 단체장 후보자에게 ‘보험성 정치자금’을 건네는 업체들, 핵심 선거운동원에게 고액의 ‘실탄’(선거자금)을 지급하는 후보자, 당선되면 적극적으로 이권에 개입해 ‘본전 회수’하는 ‘4년의 사이클’…. 한 건설업체 대표는 얼른 선거자금을 준비해야겠다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공사 현장에 레미콘 차량이 들어오면 현장소장이 운전기사에게 일종의 영수증(티켓)을 받는다. 며칠 전에는 잘 아는 공무원이 공사감독을 한답시고 와서 영수증을 받더라. 간섭이 많아지기 전에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선거가 다가왔다.”

6·2 지방선거? 民興無邪慝!
인터뷰 대상자들은 하나같이 고비용 정치의 폐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번 선거는 비용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측하더군요. 교육감, 교육위원 선거 등이 함께 치러져 유권자는 여덟 번을 기표해야 하는데, 수많은 후보자 사이에서 자신을 알리려면 결국 ‘쩐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유권자의 몫인가 봅니다. 어쨌든 그들에게 정치 권한을 위임하니까요. ‘국민이 정신 차리면 나라에 간사하고 속이는 무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민흥무사특(民興無邪慝)’의 의미를 새기더라도, 자꾸 개그프로그램의 유행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요. “씁쓸하구먼.” 참, ‘요지경 선거판’은 다음 장에 펼쳐집니다.



주간동아 2010.02.02 722호 (p14~14)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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