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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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곡 땡긴다, 고로 존재한다

송년회, 전 국민 가수로 만드는 ‘노래방’ 어제와 오늘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08-12-17 1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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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한 곡 땡긴다, 고로 존재한다
    우리는 어쩌면 노래방과 친숙해질 수밖에 없는 DNA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꼿꼿한 젓가락을 내던지고 두툼한 마이크를 잡은 50대와 60대, 학창시절 혹은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며 ‘노래방 물결’에 몸을 내맡긴 30대와 40대, 노래방 기기 자막으로 한글을 깨친 20대, 엄마 배 속에서 좋든 싫든 ‘태교용’ 미디음악(컴퓨터가 만든 기계음)을 듣고 태어난 10대까지. 한국인 송년회의 ‘must visit spot’ 노래방은 어디에서 왔을까.

    1991년 부산발(發) 노래방 혁명

    지금은 거의 잊혔지만 ‘아싸’(ASSA·옛 연풍전자)는 ‘노래방 대혁명’을 이끈 장본인이다. 아싸는 1988년 세계 최초로 컴퓨터 음악연주기 개발에 성공, 그해 상공부장관상을 수상하며 노래방사(史)를 열었다. 하지만 컴퓨터 음악연주만으론 아쉬웠다.

    모니터에 자막과 영상이 함께 나오는 일본의 레이저디스크 플레이어(LDP) 가라오케에 비해 ‘2%’ 부족했다. 이때 부산 로얄전자가 힘을 보탠다. 로얄전자는 자막을 입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아싸의 음악연주기에 적용했다. 1991년 4월 로얄전자가 직영하는 부산 하단동의 한 오락실에 두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원시 노래방’이 첫선을 보였다.

    ‘대박’이었다. 당시 한 곡 뽑는 가격은 300원. 청소년들은 “엄마 900원만…”을 입에 달고 다녔으며, 새로운 오락문화의 혁명은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광안리 해수욕장(5월)과 충무동(7월)에 현재의 모습과 비슷한 노래연습장이 개업하면서 본격적인 노래방 전성시대가 열린다. 그해 12월까지 부산에서만 200여 업소가 생겼다.



    노래방 양대 산맥 ‘금영(KY)’과 ‘태진(TJ)’

    밴드가 연주한 기본음을 녹음해 재생하던 아싸는 1994년 미디음악으로 업그레이드한 태진(현재의 TJ미디어)에 밀려 1위 자리를 내줬다. 수년간 군림해온 ‘노래방 절대 강자’가 꼬리를 내리자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본격화했다.

    금영(KY)은 1996년 6월 ‘합창단 육성 코러스’라는 필살기로 승부를 걸었다. 누군가 노래 부르는 자신을 도와준다는 느낌을 주는 육성 코러스는 ‘금영방’ 추종자들을 대거 탄생시켰고 이듬해 태진의 1위 자리를 보란 듯 꿰찼다.

    이후 2000년대 들어 TJ미디어와 금영의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두 회사가 시소게임을 벌이는 사이 아싸, 대흥전자, 아리랑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1위 탈환을 노리던 TJ미디어는 2005년 서울 등촌동 본사에 음악동을 짓고 30억원짜리 스튜디오를 갖춘 뒤 최고의 세션을 불러 직접 연주한 곡을 담았다. 금영도 이에 질세라 원곡 작업에 참여했던 세션들을 외부 스튜디오로 끌어모았다.

    원곡에 충실하고 울림 있는 사운드를 자랑하는 금영은 중년층의 감성을 자극했고 빠른 스피드와 웨이브, 경쾌한 반주가 장점인 TJ미디어는 20대 젊은 층을 열광시켰다. ‘송대관의 네박자 노래방’은 금영 기기를, 수(秀)와 락휴 등 젊은 층이 주로 찾는 노래방은 TJ미디어 기기를 선택했다.

    금영과 TJ미디어의 지역 구도도 흥미롭다. 부산에서 시작한 금영은 주로 지방에서, 경기 부천에서 시작한 TJ미디어는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본사를 중심으로 영업지역이 확산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한 지역에서 특정 회사 반주기가 득세하면 타사 반주기를 갖춘 노래방도 반주기를 바꾸는 노래방의 영업 특성도 한몫했다. 그러나 노래방이 증가하면서 ‘미세 조정’의 지역 단위도 세분화하다 보니, 같은 충청도 지역이라도 충주는 TJ미디어, 대전은 금영의 시장점유율이 높다. 금영 이종호 홍보팀장은 “금영의 적극적인 수도권 상륙작전으로 수도권에서의 시장점유율도 역전됐다”고 말한다.

    현재 전국의 등록 노래방 업소는 3만4370개(그래프 참조). 노래방 업소당 평균 8개 룸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반주기는 27만5000여 대가 깔려 있다. 미등록 업소와 클럽 등에 보급된 기기를 포함하면 40만대 정도가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현재 시장점유율은 금영이 65%, TJ미디어가 35%.

    오늘 한 곡 땡긴다, 고로 존재한다
    신곡 업데이트는 한 달 평균 140곡

    본사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온라인) 반주기는 실시간 신곡 다운로드가 가능해 매일 업데이트가 이뤄진다. 오프라인 반주기는 노래방 업주 요청에 따라 기술자가 업소를 직접 방문해 업데이트한다. 업데이트 곡은 한 달 평균 140곡.

    2006년 6월 이후부터 신곡 저작권료는 ‘4.5원×수록곡 수×판매량’으로 정한다. 여기서 판매량은 전국의 기기에서 몇 곡이 연주됐는지를 집계할 수 없어 온라인으로 연결된 기기의 평균치를 말한다. 기기당 금액은 50만~16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본사는 반주기와 제품 판매, 신곡 업데이트 비용이 주수입이다.

    노래방 100점 공략법

    정확한 박자 맞춰 소리 지르면 고득점


    인생에서 만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이들에게 뜬금없이 100점을 안겨주고, 무시로 팡파르를 울려준 노래방. 하지만 ‘노래방 기기 채점단’의 판단이 의심될 때도 많다. 노래방 반주기 개발자들도 가끔 고개를 갸웃한다고 한다.

    어쨌든 노래방 기기의 채점 기준은 박자와 음정. 그중 박자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기기는 목소리가 박자를 얼마나 잘 맞추는지를 인식하고 그 비율로 점수를 매기도록 설계돼 있다. 박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적당히 큰 소리도 중요하다. 목소리가 작으면 기기는 가사를 놓쳤다고 판단한다.

    열창 후 기립박수를 받았지만 점수가 낮은 이유는 까불었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맞춘다고 엇박자 등으로 기교를 부리거나, 끝 부분을 길게 끌었기 때문인 것. 이도 아니면 지나친 바이브레이션을 떠올려보라. 이는 감점 요인이다. 가사에 신경 쓰지 않고 정확한 박자와 음으로 소리만 질러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100점용 노래는 없을까. TJ미디어 윤재환 대표는 △‘무조건’(박상철) △‘가시’(버즈) △‘사랑Two’(윤도현 밴드) △‘밤이면 밤마다’(인순이) △‘낭만고양이’(체리필터)를 100점 잘 받는 노래 ‘베스트 5’로 꼽았다.

    송년회를 ‘업’시키는 노래로는 △‘땡벌’(강진) △‘여행을 떠나요’(조용필) △‘우연히’(우연이) △‘무조건’(박상철) △‘샤방샤방’(박현빈) △‘자기야’(박주희)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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