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5

2008.07.22

역사의 아픔 달래주는 천혜 비경

  • 글·사진=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장 blog.naver.com/travelmaker

    입력2008-07-16 10:3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역사의 아픔 달래주는 천혜 비경

    소매물도 등대섬에서 노란 꽃을 활짝 피운 원추리.

    거제도를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하지만 거제도의 울창한 숲과 물 맑고 파도소리 좋은 몽돌해변은 천리 길의 다리품을 보상할 만큼 아름답고 상쾌하다. 3000여 개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섬들 가운데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는 양면성을 뚜렷이 드러낸다. 세계 2, 3위 규모의 초대형 조선소를 두 곳이나 거느린 공업도시임과 동시에 한려수도 청정해역을 품은 천혜의 휴양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제도 하면 조선소가 연상된다는 사람도 많고, 거제 해금강이나 학동몽돌해변부터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어느 쪽의 거제도를 상상해도 또 다른 모습의 거제도를 피해가기는 어렵다.

    거제도에서 맨 먼저 들러볼 곳은 거제시청 소재지인 신현읍 고현리에 조성된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다. 거제포로수용소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2월에 세워졌다. 당시 거제도 주민이 10만명에 불과했는데, 수용소에는 인민군과 중공군 포로가 무려 17만명이나 수용됐다고 한다. 게다가 1·4후퇴 당시 ‘바람 찬 흥남부두’에서 미군 함정을 타고 온 20여 만명의 피난민도 대부분 거제도로 들어왔다. 졸지에 인구가 4배가량 불어난 거제도는 장바닥처럼 복잡하고 분주해졌다. 그런 와중에 수용소의 인민군 포로들이 수용소 사령관인 도드 준장을 인질로 잡고 포로들의 처우 개선, 자유의사에 의한 송환 방침 철회 등을 요구하며 유엔군과 대치하는 폭동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들은 이른바 ‘반공포로’ 105명을 인민재판에 부쳐 즉결 처형하기도 했다.

    첨예한 이념대립의 역사현장이던 거제포로수용소 터에는 현재 PX와 무도장, 경비대 막사 건물 등의 잔해가 남아 있다. 2002년 11월에는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이 준공됐다. 공원 안의 여러 전시관에는 당시 포로들의 생활상과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사진, 모형, 영상물, 무기류 등의 자료와 기록물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다. 그중에서도 거제포로수용소의 배치, 포로들의 생활모습 등을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재현한 디오라마(축소모형)관이 눈여겨볼 만하다.

    거제도는 섬답지 않게 높은 산이 많다. 그래서 해안도로만 벗어나면 이내 강원도의 어느 산중 같은 곳에 들어선다. 해발 500m 이상의 고봉만 해도 가라산(585m)을 비롯해 노자산(565m), 계룡산(566m), 선자산(507m) 등 여럿이다. 이처럼 높은 산이 많은 거제도는 숲도 좋다. 활엽수와 상록수가 뒤섞인 거제도의 숲은 한낮에도 어둑할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다. 특히 노자산 동쪽 기슭의 거제자연휴양림은 계곡이 깊고 숲이 무성해서 여름철 피서지로도 더없이 좋다.

    2002년 포로수용소유적공원 준공 … 기막힌 해수욕장도 즐비



    역사의 아픔 달래주는 천혜 비경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의 디오라마관에 전시된 거제포로수용소 축소모형(왼), 짙은 해무 위로 우뚝 솟아오른 소매물도 등대섬.

    거제자연휴양림 들머리에서 나지막한 고개를 넘어서면 학동몽돌해수욕장에 도착한다. 거제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수욕장이다. 그러나 피서철에는 인파가 몰려 번잡할 뿐 아니라 몽돌해변의 경사도 급한 편이어서 아이들과 함께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마땅치 않다. 좀더 한갓진 분위기에서 해수욕을 즐기려면 구조라, 함목, 여차 등의 몽돌해수욕장을 찾는 것이 좋다. 거제도 여행에서는 유람선 관광도 빼놓을 수 없는데 학동, 구조라, 장승포, 도장포, 해금강 등지에서는 거제도 최고의 관광지인 외도해상농원(외도보타니아)과 거제 해금강을 둘러보는 유람선이 수시로 출항한다.

    거제도의 맨 남쪽에는 남해안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해안도로가 숨겨져 있다. 남부면의 다포리에서 여차, 홍포를 거쳐 저구리까지 이어지는 1018번 지방도가 그것이다. 특히 4km에 이르는 여차~홍포 해안도로의 풍광이 압권이다. 시멘트 포장도로와 흙길이 뒤섞인 이 해안도로는 대·소병태도, 가왕도, 다포도, 매물도 등의 섬들이 바라보이는 해안절벽을 가로지른다. 아득한 높이의 바위벼랑과 원시림처럼 짙푸른 숲, 그리고 눈이 시도록 푸른 바다와 올망졸망한 섬들의 어울림은 그야말로 환상처럼 아름답다.

    머나먼 거제도까지 간 김에 시간 여유가 있다면, 저구항에서 여객선으로 30분 거리의 소매물도를 찾아볼 만하다. 통영시 한산면에 속하는 소매물도는 동화 같은 풍경의 등대섬과 함께 요즘 젊은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여러 절경 중에서도 소매물도 망태봉(152m) 중턱에서 내려다보는 등대섬의 전경과 이맘때 등대섬을 노랗게 뒤덮는 원추리꽃 군락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장관이다. 마치 꿈꾸는 듯한 풍경들이 곳곳에 산재해 발길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추천일정

    첫째 날


    11:00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TG 통과→11:00~12:30 통영TG(14번 국도)~신거제대교~신현 신촌삼거리(우회전) 등을 경유해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055-639-8125) 관람→12:30~13:20 점심식사(멍게비빔밥)→13:20~13:50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상동삼거리(1018번 지방도)~구천댐~구천삼거리(좌회전)~망치삼거리(우회전, 14번 국도) 등을 거쳐 학동몽돌해수욕장에 도착→13:50~18:00 학동유람선(055-636-7755)을 이용해 외도해상농원(070-7715-3330), 해금강의 유람선 관광 및 학동몽돌해수욕장에서 해수욕 즐기기→18:00~ 학동몽돌해수욕장에서 자동차로 5~10분 거리의 거제자연휴양림(055-639-8115)으로 이동해 여장을 풂.

    둘째 날

    08:00~09:00 거제자연휴양림(1018번 지방도)~학동삼거리(우회전, 14번 국도)~함목삼거리(좌회전) 등을 거쳐 도장포 ‘바람의 언덕’ 산책→09:00~10:00 도장포~함목삼거리(좌회전, 14번 국도)~다포삼거리(좌회전, 1018번 지방도)~여차-홍포 해안도로~명사해수욕장 입구 등을 경유해 저구항에 도착→10:00~14:50 저구항에서 매물도해운(055-633-0051)의 여객선을 이용해 소매물도에 도착, 소매물도와 등대섬의 산길, 바닷길, 초원길 걷기→15:00~16:30 저구항~저구사거리(1018번 지방도)~학포사거리~율포~가배~동부면 소재지~거제면 소재지~소랑~둔덕면 소재지~오랑교차로(14번 국도)~신거제대교 등을 거쳐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TG 진입.

    여행정보

    숙박

    거제자연휴양림(055-639-8115)에는 복합산막, 통나무집, 야영데크 등의 숙박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하룻밤 이상 묵으면서 느긋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한산도, 산달도 등의 섬과 한려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거제면 소랑리의 산타모니카펜션(055-632-1571)은 바다 전망이 탁월하고 교통도 편리한 유럽풍 펜션이다. 또한 학동몽돌해수욕장에 자리한 몽돌비치호텔(055-635-8883)과 거제하와이콘도비치호텔(055-635-7114)은 객실 창문만 열면 바다와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다. 함목해수욕장 입구의 솔레미오펜션(055-633-4243), 홍포마을의 무지개펜션(055-688-2231)과 수미르펜션(055-532-5745)도 바다 전망이 탁월하다.

    맛집

    신현읍 거제포로수용소유적공원의 주차장 옆에 자리잡은 백만석식당(055-637-6660)은 멍게를 냉동 숙성시켜 비벼 먹는 멍게비빔밥과 담백하고 깔끔하게 끓여낸 우럭지리가 맛있는 집이다. 그리고 거제 장승포항에 자리한 항만식당(055-682-3416)은 소라, 꽃게, 주꾸미, 홍합, 개조개 등의 갖은 해물을 푸짐하게 넣고 끓인 해물뚝배기 하나로 유명세를 치르는 맛집이다. 그 밖에 신현읍 고현리의 삼대함흥냉면(055-637-3955)과 황토마당(보리밥 055-637-5953), 장승포의 해원식당(버섯해물탕 055-681-5021)과 천화원(중화요리 055-681-2408) 등도 거제 토박이들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맛집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