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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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진 “K-1 링에서도 챔프 먹겠다”

데뷔전 3대 0 판정승 출발 순조 발차기 동작 어색, 복싱에 미련도

  • 고승철 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cheer@donga.com

    입력2008-03-05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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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진 “K-1 링에서도 챔프 먹겠다”

    지인진(오른쪽)이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1 데뷔전에서 가지와라 류지에게 로킥을 날리고 있다.

    어색했다. 4각의 링은 같지만 입식 타격경기 K-1은 상당히 달랐다. 킥 동작이 익숙하지 않았다. 발로 차고 주먹을 뻗으니 상대방은 멀찍이 달아난다.

    2월24일 서울 장충체육관의 링에 선 지인진(35) 전 프로복싱 WBC 페더급 세계챔피언의 모습이다. 이날 경기는 지난해 7월 세계챔피언 타이틀을 스스로 반납하고 격투기 선수로 전향한 그의 K-1 데뷔 무대. 상대는 일본의 킥복서 가지와라 류지(32)로 꽃미남 외모에 가수로도 활동하는 재주꾼이다. 복서로 첫출발한 가지와라는 킥복싱 전적을 16전이나 쌓아 킥에는 능숙한 편이다. 12승 3패 1무(4KO승).

    박진감 떨어지는 경기…“유명 선수와 맞붙어 이길 것”

    이날 두 선수는 계약 체중인 67kg의 몸으로 링에 섰다. 지인진으로서는 복서 시절보다 10kg이나 더 나가는 몸무게다. 지독한 감량 덕분에 펀치 파괴력이 떨어지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다. 키가 172cm인 지인진은 어깨가 벌어지고 골격이 큰 편이어서 페더급으로 뛰기는 무리다.

    1회전 공이 울리자 지인진은 먼저 로킥을 날렸다. 타격이라기보다는 견제 킥이었다. 지인진은 거리를 좁히며 복싱 스타일의 좌우 훅을 날렸다. 그러나 가지와라는 위빙으로 가볍게 피했다. 1회전 내내 이런 식이었다. 지인진이 간간이 킥, 좌우 훅으로 공격하면 상대방은 다양한 페이크 모션으로 피했다.



    2회전과 3회전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지인진의 훅, 스트레이트 가격이 몇 차례 가지와라의 얼굴에 꽂혔다. 데미지를 준 정타는 4~5차례에 그쳤다. 끈질긴 클린치와 물러서기 등 수비 위주로 일관한 가지와라는 지인진에게 유효타를 거의 날리지 못했다. 경기 자체로는 박진감이 떨어졌다. 지인진이 날린 미들킥, 하이킥은 아직 어설펐다. 지인진과 함께 격투기를 수련하는 최용수(36) 전 WBA 슈퍼페더급 챔피언이 세컨드로 나와 열심히 작전을 외쳤지만 지인진의 귀엔 잘 들리지 않았다.

    지인진은 3대 0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화끈한 승부를 펼치지 못한 점을 본인도 인정했다. 경기 직후 그는 “승리해서 기쁘지만 배운 것을 써보지 못해 아쉽다”며 “복서로서 자부심이 있으니 앞으로 마사토, 부아카오 등 유명한 K-1 선수와 겨뤄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복서로서의 자부심을 여전히 간직한 그는 “타이틀을 반납하고 나왔지만 나는 영원한 복서”라면서 “복싱을 사랑하는 마음은 잊지 않을 것이고 나로 인해 복싱이 발전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K-1 아시아 MAX’ 대회는?

    몸무게 70kg 이하만 출전…스피드와 KO 승부 박진감


    지인진의 데뷔 무대는 ‘K-1 아시아 MAX’라는 이름의 대회다. 주최 흥행회사인 FEG(대표 다니카와 사다하루)는 “MAX는 중량급(中量級·middle weight) 선수들이 예술적(artistic)인 동작으로 격렬한(extreme) 대결을 벌인다는 뜻을 합성한 말”이라면서 “스피드와 KO 승부의 박진감을 함께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몸무게 70kg 이하 선수들만 출전한다. 따라서 거한들이 격돌하는 K-1 월드 그랑프리와는 다른 맛을 지닌다.

    이날 출전자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K-1 아시아 MAX의 2004년, 2006년 우승자인 태국의 부아카오 포 프라묵(26). 무에타이로 단련된 그는 세계 최강자급답게 한국의 김준(25)을 네 차례나 다운시킨 끝에 2회전 KO승을 거뒀다.

    K-1 경기는 현란한 조명, 대형 TV로 제공하는 동영상, 신나는 음악, 뇌쇄적인 복장의 라운드걸 동원 등 여러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제공해 관중을 끈다. 썰렁한 분위기에서 열리는 프로복싱 대회와는 사뭇 다르다. 지인진은 K-1 링에 섰지만 복싱 무대로 착각하고 싶은 심경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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