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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가 사랑하는 시

자, 배회는 이제 그만두자

자, 배회는 이제 그만두자

자, 배회는 이제 그만두자

So, we’ll go no more a-roving


-바이런 G. G. Byron 1788~1824



자, 배회는 이제 그만두자
자, 배회는 이제 그만두자



밤이 이렇게 깊으니,

마음은 아직 사랑에 불타고

달은 아직 빛날지라도.

칼이 칼집을 닳게 하듯

영혼은 가슴을 닳게 하니

마음도 숨쉬려면 멈추어야지,

사랑에도 휴식이 필요하니.

밤은 사랑을 위해 존재하며

낮은 너무 빨리 돌아올지라도

달빛에 기대어

우리 배회는 이제 그만두자.

So, we’ll go no more a-roving

So late into the night,

Though the heart be still as loving

And the moon be still as bright.

For the sword outwears its sheath,

And the soul wears out the breast,

And the heart must pause to breathe,

And love itself have rest. (중략)

- A.W. Allison ed. The Norton Anthology of Poetry, W.W. Norton · Company, 1983, New York.

* 바이런의 시는 원어인 영어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앞에 so와 and의 반복. 한 줄 건너 -ing, -ight로 끝나는 각운이 리듬감을 더해준다. 제2연에서 뜻이 유사한 세 단어 ‘soul’ ‘breast’ ‘heart’를 다르게 사용해 변화를 준 것에 주목하자. breast(가슴) 다음에 역시 한 줄 건너 각운이 같은 rest를 사용한 데서 대가다운 재치가 번뜩인다.

칼이 칼집을 약하게 하고, (사랑하는 이들의) 영혼은 가슴을 피곤하게 한다는 비유는 얼마나 멋진가! 낭만주의 대표시인이며 뭇 여성의 가슴을 사로잡았던 바람둥이 바이런에게도 사랑이 쓰라린 독인 적이 있었다. 지쳐 ‘다시는 않겠노라고’ 다짐하지만, 독약이며 치료제인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 아름다운 절름발이 바이런.



주간동아 614호 (p7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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