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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규제와 보호만으론 경쟁력 못 키운다

  • 강규형 명지대 교수·현대사

규제와 보호만으론 경쟁력 못 키운다

규제와 보호만으론 경쟁력 못 키운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는 한국영화의 암흑기였다. 방화(邦畵)라고 통칭되던 한국영화는 국가의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과보호된 방화의 질은 형편없었고, 관객들은 이를 외면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기껏해야 전두환 체제의 3S(Screen, Sports, Sex) 정책과 맞물린 ‘애마부인’ 시리즈 같은 에로영화에나 관객이 들었다. 대신 관객들은 제도적으로 한 해에 몇 편밖에 수입될 수 없는 외화에 열광했다. 외화를 통해 발전된 서구사회를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졌고, 영화인을 지망하는 할리우드 키드도 양산됐다.

이런 상황은 초기산업을 보호한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규모는 점점 커졌고, 그에 따라 다른 나라들이 공정경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다국적 영화배급사 UIP가 1988년 9월부터 ‘위험한 정사’ 같은 영화를 직배하기 시작했다. 영화인들은 직배를 격렬히 반대했으며 시위는 물론 방화, 심지어 직배영화 상영관에 뱀을 투척하는 극한투쟁을 벌였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다. 오히려 부분경쟁 체제에서 한국영화는 질적, 양적으로 발전을 거듭했고 경쟁력도 강화됐다. 예를 들어 올해는 조금 고전하고 있지만, 지난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60%가 넘었으며 직배영화는 30%도 안 됐다. 한국영화가 자국 시장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직배사들은 공동배급이나 한국국적 회사에 배급을 일임하는 우회 전략을 쓸 정도로 약화됐다.

1998년 일본영화의 부분개방 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와 감성이 비슷하고 더 세련된 일본영화가 들어오면 한국영화는 초토화되리라는 우려가 만연했고, 영화계는 다시 반발했다. 그러나 최초로 공식 수입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하나비’ 개봉 이후 일본영화의 흥행 성적은 좋지 못했다. 영화를 비롯한 일본 대중문화의 위력은 기대 이하였으며, 오히려 한국의 대중문화가 일본에서 한류를 만들어냈다. 얼마 전 타계한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젊은 감성의 이와이 슈운지,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영화들이 한국영화계에 영향을 미치고 수준을 높이는 구실을 했을지라도 일본영화의 점유율은 고작 2%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영화를 잘 만들면 굳이 일본영화나 미국영화를 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세계화시대 경쟁력 강화는 생존 필수조건

지난해 문화예술계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집회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카드로 활용한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한 격한 반발과 우려는 이해할 만하지만, 그 결과는 과거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일단, 학습효과를 거친 대다수 국민이 이런 반발을 ‘제 밥그릇 챙기기’로 폄훼하면서 냉담한 시선을 보냈다. 반대집회에 나선 연예인 상당수가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는 가십성 기사는 사람들을 실소(失笑)케 했다.



일관성이 부족한 예는 또 있다. 일부 영화인들은 요즘 한창 문제시되고 있는 일본계 고금리 대출업체의 광고에 고액을 받고 출연했다. 가장 격하게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던 한 배우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우리나라에서 지난해만 2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올리며 한국 업체들을 압도했다. 영화인들의 평소 주장대로라면 일본 대부업체 쿼터부터 만들어야 할 판이다.

이제 자기 좋은 것만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위의 에피소드들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인식하든 못하든 이제는 국제화된 경쟁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한국영화는 아직도 많은 내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경쟁을 이겨내며눈부시게 성장했다. 적어도 국내시장에서는 완전경쟁 아래서도 버텨낼 만한 역량을 갖췄다. 과보호 속에서 자란 아이는 경쟁력 있는 사회인이 되기 힘들다. 마찬가지로 규제와 보호만 받아온 산업은 경쟁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영화를 포함한 모든 분야가 세계화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 강화에 힘쓸 때다.



주간동아 2007.07.24 595호 (p94~94)

강규형 명지대 교수·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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