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5

2005.12.20

근육질 파도 하얀 그리움 ‘철썩’

  • 최미선 여행플래너 / 신석교 프리랜서 여행 사진작가

    입력2005-12-19 09: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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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육질 파도 하얀 그리움 ‘철썩’

    바다 위에 세워진 영금정 해돋이정자.

    밝은 해가 떠오르는 곳’이란 의미를 지닌 동명항은 항구의 3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다.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아늑한 포구, 분위기를 돋워주는 예쁜 등대, 포구에서 빠지면 서운한 싱싱한 활어회. 여기에 설악산의 멋진 풍경까지 덤으로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항구다. 또한 길게 뻗은 방파제에선 속초 앞바다의 유일한 섬 조도(鳥島)도 볼 수 있다. 반은 돌, 반은 검푸른 숲으로 덮인 작은 섬으로 새들이 많이 드나든다 하여 조도란 이름이 붙었지만 모양새는 마치 한 마리 거북이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크고 작은 횟집이 들어선 포구 사이로 아담한 분홍빛 아파트가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한 모습도 이채롭다. 항구 곳곳마다 갈매기들이 조르륵 앉아 있고, 비녀를 꽂은 듯 가는 막대에 꿰인 채 매서운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말라가는 오징어들의 풍경도 펼쳐진다.

    바다·등대·회 항구 3박자 갖춘 곳

    동명항은 피서철과 단풍철에는 관광객들로 북적대지만 찬바람이 만만치 않은 요즘엔 한산하다. 그러나 밤새 바다에서 파도와 씨름하던 고깃배들이 항구에 들어오는 이른 아침이면 활기로 넘친다. 갓 잡아온 활어를 놓고 벌이는 경매 모습은 언제 봐도 흥미진진하다. 손바닥만한 종이에 조심스럽게 값을 적어내는 사람들, 마치 성적표 받는 기분으로 경매인을 바라보는 어부들 모두에게서 긴장감이 엿보인다. 경매가 끝나면 사람들은 저마다 따뜻한 차로 추위를 달랜다. 항구는 내일을 위한 휴식에 들어가 다시 한갓진 풍경으로 돌아간다.

    근육질 파도 하얀 그리움 ‘철썩’

    동명항 선착장 주변.

    고즈넉한 풍경도 좋지만 이곳은 아기자기한 볼거리도 많다. 항구를 바라보며 왼쪽으로 나 있는 횟집거리를 지나면 해안가에 넓은 암반이 독특한 영금정이 나온다. 이 부근은 원래 바다에 둘러싸인 아담한 돌산으로, 그 옛날 바위에 파도가 부딪힐 때마다 신비한 소리가 들려 신이 거문고를 타는 것이라 하여 영금정(靈琴亭)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이 돌산을 깨어 동명항 방파제를 쌓는 바람에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바위가 넓게 펼쳐진 해안가에는 이색적인 해돋이 정자도 자리하고 있다. 여느 정자와 달리 바다 위에 세워진 해상 정자다. 길게 나 있는 다리를 따라 들어가 정자에 서면 마치 배 위에 올라선 느낌이 든다. 바다 한가운데서 바다를 감상하는 맛이 독특하다. 정자 앞 곳곳에 솟아난 바위마다 갈매기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어 정겹다. 간혹 큰 파도가 밀려와 바위에 부딪히면 느닷없이 물벼락을 맞은 갈매기들이 화들짝 놀라 날아오르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재미있다. 그 사이로 작은 어선들이 통통거리며 지나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다.

    정자에 기대 파도를 구경하는 재미도 남다르다. 바닷물이 밀려와 발밑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옆 사람 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로 파도 소리가 우렁차다. 투명한 얼음판처럼 퍼지는 물줄기를 보며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듣다 보면 묵은 스트레스가 저절로 사라진다.

    정자 앞 언덕 위에는 동해바다와 설악산, 속초시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등대전망대도 있다. 날씨에 따라 바다 물빛이 달라 보이는 등대전망대는 속초가 자랑하는 속초8경 중 하나지만 아쉽게도 현재 공사를 하고 있어 내년 연말까지는 개방되지 않는다.

    동명항 최대 매력은 싱싱한 회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속초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곳이어서 1년 내내 다양한 횟감을 접할 수 있다. 겨울엔 기름기가 자르르한 방어 맛이 그만이라고 한다.

    항구 안에는 방파제를 따라 시설은 허름하지만 언제나 활기를 띠는 활어 난전이 자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어민들이 직접 잡아오는 자연산만을 고집한다는 게 특징. 즉석에서 뜬 싱싱한 회를 매콤 달콤한 초고추장에 듬뿍 찍어 소주 한잔 곁들이는 그 맛이야말로 항구 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아닐까.

    ☞ 동명항 가는 길

    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강릉분기점에서 주문진 방향-고속도로가 끝나는 지점인 현남 IC에서 빠져나와 7번 국도 양양 방향으로 좌회전-양양-속초고속버스터미널-속초 시내-영금정 입구 삼거리에서 우회전-동명항. 국도: 팔당대교-44번 국도 이용하여 양평-홍천-인제-미시령-한화콘도 앞에서 직진-수복탑삼거리에서 좌회전-영금정 입구 삼거리에서 우회전-동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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