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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대장금과 韓食

영화 속 한식 아직 ‘마이너리티’ … ‘위생’이 한식 세계화 발목 잡을라

  • 이명재/ 자유기고가 min1627@hotmail.com

영화 속 한식 아직 ‘마이너리티’ … ‘위생’이 한식 세계화 발목 잡을라

영화 속 한식 아직 ‘마이너리티’ … ‘위생’이 한식 세계화 발목 잡을라
영화 ‘음식남녀’는 음식으로 정을 나누는 가족의 이야기다. 부모와 자식, 신구(新舊) 세대 간에 이런저런 갈등과 마찰을 빚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훈훈한 줄거리다. 그렇게 스크린을 따스한 온기로 채워주는 데는 영화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음식의 역할이 크다. 아니 어쩌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화면을 화려하게 수놓는 요리들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관록 있는 중국 전통요리의 최고 요리사가 요리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에서부터 영화는 내내 관객들의 군침을 돌게 만든다.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은 자신이 먹고 자랐을 중국 요리에 바치는 찬가를 쓰고 싶었던 듯하다.‘바베트의 향연’에 나오는 프랑스 요리, ‘빅 나이트’의 이탈리아 요리,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의 멕시코 요리, 그리고 이들에 비해 격이 현저히 떨어지지만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등등.

많은 영화에서 음식은 배경과 소품으로, 때로는 당당한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이런 영화들 속에 한국 음식이 등장하는 걸 볼 수는 없을까. 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한식은 ‘마이너리티’에 머물러 있다.‘동양 음식’, 이 말은 말하자면 중국과 일본 음식을 의미하는 것일 뿐이다. 중식과 일식은 분명한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세계 무대에서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일식은 고급스럽고 몸에 좋은 음식이라는 브랜드 인식을 갖고 있다. 일식 특유의 시각적인 화려함과 정갈함이 귀족적 이미지와 ‘웰빙’의 아우라를 갖는다.

중국 음식은 일본 음식에 비해 품격은 떨어지나 접근성에서 앞서 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중국 음식점이 없는 곳은 없다. 이는 화교들이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는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특히 동양 음식은 이국적인 식도락을 찾는 서양인들의 수요에 따라 점점 그 영토를 넓혀나가고 있다. 서양의 단순한 메뉴에 진력이 난 미국과 유럽인들 덕분에 아시아계 음식점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동북아 요리만이 아니다. 민족전통음식이라 할 수 있는 ‘에스닉 푸드(ethnic food)’가 새로운 음식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가령 베트콩과 싸웠던 미국인들이 베트남 쌀국수 맛에는 자진해서 ‘맛의 포로’가 되고 있다.

음식의 세계화는 일단 경제적인 효과도 크지만 하나의 문화로서도 대단히 매력적이다. 태국 정부가 자국 음식을 세계화하기 위해 범국가적 프로젝트를 만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태국의 음식 프로젝트는 이름 하여 ‘키친 오브 더 월드(Kitchen of the World)’라고 하는데, 목표가 2007년까지 태국 음식을 세계 2위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럼 우리 한식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영화 속 한식의 마이너리티는 따져보면 한식이 실상에서 차지하는 위상의 반영이다. 아시아 음식 중에서 한식의 인기 순위는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태국, 베트남보다도 낮다고 한다. 한식의 세계화의 장애는 어찌 보면 태생적인 것이다. 조리법이 복잡하고 표준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 맛은 손맛’이라는 우리의 속담은 역으로 사람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얘기라서 표준화에서의 약점을 뜻한다. 음식 맛의 안정성에 대한 믿음에서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 조리 시간이 길며 조리 양념이 너무 많다는 문제도 있다. 물론 여기에는 한식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한국이란 나라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고 이민 역사가 짧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식의 미래가 어두운 것은 아니다.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장점도 있다. 특히 최근엔 ‘건강식’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음식 대국 중국이나 일본에 진출한 것은 이런 면에서 상징적이다. 드라마의 인기를 업은 것이긴 해도 한국 전통요리가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도로를 닦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위생’과 ‘안전’의 문제가 한식 세계화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최근의 ‘중국 김치’와 관련된 소동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잊을 만하면 심심찮게 일어나는 음식 파동들, 그 주기적인 소동들이 던지는 문제는 우리가 진정 먹을거리를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한다. 그 질문에 떳떳해야 비로소 한식이 마이너리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갖게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5.11.15 510호 (p67~67)

이명재/ 자유기고가 min162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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