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9

2005.04.05

빠따, 빵카 … 떠도는 일본식 용어

  • 문승진/ 골프전문 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5-03-31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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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따, 빵카 … 떠도는 일본식 용어
    요즘 한반도의 화두는 단연 일본이다. 일본 시마네현의 이른바 ‘다케시마 조례’ 통과에 이어 우익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으로 촉발된 한국 국민의 반일 감정이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것이다. 일본은 그동안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라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이러한 억지 주장은 어쩌면 우리가 불러들인 일인지도 모른다.

    골프는 흔히 ‘신사들의 게임’이라고 불린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귀족 스포츠’라는 꼬리표가 아직도 붙어 다닌다. 국내 골프 인구가 급증하면서 상당 부분 대중화가 이뤄졌지만 진정한 대중 스포츠로는 자리잡지 못한 것이다.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의 대다수도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한 계층이다. 따라서 골프 문화는 우리 사회 지도층의 수준을 엿보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한국의 골프 문화는 일본의 그것을 여과 없이 받아들인 탓에 골프장에서 일본의 모습을 발견하기가 어렵지 않다. 이를테면 일본을 거치면서 변질된 용어나 발음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퍼터(putter)와 퍼트(putt)를 ‘빠따’로 부르는 것이다.

    얼마 전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한 대학교수가 지인들과 라운드 뒤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서 “오늘 18번 홀에서 빠따로 쓰리 빠따를 하는 바람에 망했다”며 큰소리로 떠드는 것을 들었다. 그러자 또 다른 골프인이 “나는 빵카에만 들어가면 자신이 없어져”라고 했다. ‘빵카’ 역시 벙커(bunker)의 일본식 발음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필드에서의 연습 스윙을 ‘가라(空) 스윙’이라 하고, 평지보다 높은 그린을 ‘포대 그린’이라고 말하는데 이 역시 엘리베이티드 그린(elevated green)을 일본식으로 잘못 사용한 말이다. 핸디캡(handicap)을 일본식으로 ‘핸디’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공을 그린에 올리고 나면 여기저기서 ‘나이스 온’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일본 골프인들이 만들어낸 엉터리 말이다. 그런데 틀린 말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상한 일은 바로 그린의 공을 경기 보조원이 재빠르게 집어서 닦는 것이다. 이는 골프 규칙에 어긋나며 2점의 패널티에 해당한다. 그린의 공은 경기자가 먼저 손을 댄 다음 경기 보조원에게 건네주어 닦도록 하는 것이 맞다. 스코어카드에 적어넣는 일도 반드시 골프인들이 해야 한다. 골프 규정 어디에도 스코어카드를 경기 보조원이 써넣어도 된다는 조항은 없다.



    언어는 그 사람의 품위를 나타낸다. 겉으로는 일본의 독도 주장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정작 자신은 필드에서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먼저 올바른 용어를 사용하고, 그릇된 일본식 문화를 필드에서 쫓아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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