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7

2005.01.04

“괜찮아” VS “위험”… 휴대전화 전자파 유해성 공방

  • 디지털 경제칼럼니스트 woody01@lycos.co.kr

    입력2004-12-30 14: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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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편리해졌지만 밝혀지지 않은 암흑의 심연과 과학 사각지대를 늘 두려워한다. 때문에 수많은 공상과학 소설가들은 과학기술 사회에 부메랑 효과의 저주를 다뤄왔다.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휴대전화, 즉 셀룰러(cellular) 방식과 PCS 방식의 이동통신 기기는 인체에 무해할까.

    이와 비슷한 ‘전자파의 저주’는 생각보다 긴 ‘역사’와 ‘전설’을 지니고 이어져왔다. 공군 복무자들은 항공관제탑과 항공기의 레이더에 많이 노출된 탓에 딸을 많이 낳는다는 속설을 익히 들어 알고 있다(이는 ‘딸보다 아들이 좋다’는 전통적 고정관념과 상관없는 얘기다). 비슷한 얘기가 PC가 등장한 이후 컴퓨터 앞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하는 컴퓨터 관련 업무 종사자와 화이트칼라 사무노동자에게 회자되었던 시절도 있다. 이 전설이 이제는 휴대전화에 대한 혐의로 이어져왔으나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 없었다(몇 해 전 휴대전화 통화를 오래 하면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뉴스는 있었다).

    12월8일 ‘전자파 인체영향 연구 결과 발표회’가 열렸다. 여기에서 서울대 고려대 단국대 연세대 등 대학 연구팀들은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전자파가 일반 병리현상, 발암성, 암 촉진성, 스트레스 반응에서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발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전자파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했고, 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가 후원했다. 관련 뉴스를 전하면서 후반에 짤막하게 “다만 전자파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향후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로부터 2주일이 지나지 않은 12월20일, 로이터통신은 휴대전화 전자파가 인간 유전자인 DNA의 손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 연구는 유럽연합(EU)이 지원한 유럽 7개국 12개 연구팀이 4년간 연구해온 결과다. 전자파에 노출된 사람과 동물 세포에서 DNA의 이중나선 사슬이 한 가닥 또는 두 가닥 끊어졌다고 한다. 뉴스는 손상된 DNA는 복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유전자 변형의 세대 전승 우려가 있다고도 전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이뤄진 결과로 아직 유해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 4~5년간 더 연구가 이뤄진다고 했다.

    조금의 시차를 두고 들려온 국내와 해외 연구는 상반된 결과를 전달하고 있다. 각각 진실이 있고 또한 완전한 발표는 아니지만, 낙관적인 발표 뒤의 ‘후속 연구 필요’라는 단서와 부정적인 발표에 이은 ‘아직 완전히 입증된 것은 아니다’의 엇갈린 신중함이 이중나선의 모양새를 떠올리게 한다.



    어쨌든 관전자 처지에서는 정보통신 관련 기관, 기업이 후원한 연구보다 EU가 지원한 결과에 마음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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