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9

2004.11.11

조국이냐 실리냐

  • 이종현/ 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입력2004-11-05 14:1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얼마 전 김초롱(20·사진)은 국내 언론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미셸 위와 제인 박이 미국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이 무척 부럽고 자신도 미국 대표로 뽑혔으면 좋겠다”고 한 발언 때문이었다.

    김초롱은 22살이 되면 재외동포 관련법에 따라 한국과 미국 국적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는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둘 다 갖고 있으면 안 되느냐”는 식의 답변을 해왔다.

    이 같은 답변은 국적 선택의 문제를 앞둔 김초롱의 솔직한 심경일 것이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자니 미국 국적이 아쉽고 반대로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잃는 게 적지 않다. 그러나 팬들은 왜 그의 발언을 섭섭하게만 느끼는 것일까.

    많은 사람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건 마라토너 손기정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금메달을 따고도 시상식에서 머리를 푹 숙였다. 가슴에 단 일장기가 아닌, 조국의 국기인 태극기가 사무치게 그리웠기 때문이다.

    올 아테네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대만의 태권도 선수 천스신이 금메달을 따고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 것이다. 그 이유는 딱 하나, 대만이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탓에 대만 국기 대신 올림픽기가 게양됐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통해 나라의 소중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건 전 세계인들이 모두 공유하는 감정인 듯하다. 국적 문제는 사실 민감하다. 가수 유승준의 경우엔 매국노 운운하는 비난까지 받아야 했다. 김초롱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찮다.

    수년 전 송아리, 나리 자매가 한국 국적을 취득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자매는 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고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었으나 고심 끝에 한국을 조국으로 선택했다.

    자매의 국적 취득을 놓고 뒷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국말을 전혀 못해 실망을 안겨준 건 물론, 태국보다 나은 경제력과 스폰서십 때문에 뒤늦게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것 아니냐는 눈총도 없지 않았다.

    박지은과 테드 오의 경우엔 끈질긴 미국 국적 취득 제의를 물리치고 한국인으로 활동하겠다고 떳떳하게 밝혀 잔잔한 감동을 준 바 있다.

    미국 무대에선 한국 국적으로 뛰는 것보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그런 만큼 김초롱을 비롯한 재외동포 선수들이 국적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들 선수가 한국과 미국을 놓고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스포츠가 미국과 견줄 만큼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그 이면엔 박세리 박지은 등 걸출한 스타와 스폰서 역할을 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국내 기업들이 있다.

    그러나 스포츠 선수들이 유·불리에 따라 국적을 결정하는 ‘철새’가 되는 것은 스포츠 정신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국적 선택의 문제는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고려하고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서 결정을 내린다면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팬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