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9

2004.11.11

오락가락 한나라당, 국정홍보처가 뭐기에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4-11-03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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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락가락 한나라당, 국정홍보처가 뭐기에

    10월7일 이재웅 의원이 국정홍보처의 방송광고가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0월21일 국정홍보처 국정감사에 나선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기양양했다. 국정감사 직전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정홍보처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는 매서웠다. “국정홍보처가 집행한 행정수도 이전 관련 광고는 터무니없는 것이다.”(최구식 의원) “법률이 위헌이 됐는데 왜 그렇게 구차하게 설명하느냐.”(심재철 의원)

    국감을 마친 한나라당은 국정홍보처를 없애겠다며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국정홍보처 폐지를 줄기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키로 한 것. ‘서울시 비하’ 광고로 구설에 오르는 등 국정홍보처가 존재 의미를 잃었다는 판단에서다.

    “야당 땐 욕하다 집권 땐 애지중지”

    국정홍보처를 보는 한나라당의 시각은 노무현 정부의 ‘홍보 전위대’이자 ‘정권 홍보처’ ‘집권 홍보처’라는 것이다. 본연의 임무보다는 정권 홍보에 더 앞장서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한나라당이 집권했다면 국정홍보처의 지위는 어떻게 됐을까. 쉽게 없애지는 못했을 거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국정홍보처와 관련해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후보의 우세가 점쳐질 때의 일이다. 원내 다수당이던 한나라당은 해마다 삭감을 주장했던 대통령비서실 예산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면서 국정홍보처 예산을 15억원이나 늘리는 데 앞장섰다. ‘야당’이 아닌 ‘예비 여당’ 입장에서 예산안을 심의했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국정홍보처 예산 증액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춘 홍보 수요를 감안했다는 게 당시 한나라당의 논리.

    그런데 “김칫국부터 마시느냐” “집권당 같은 행태가 볼썽사납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한나라당은 슬며시 말을 바꾼다.

    오락가락 한나라당, 국정홍보처가 뭐기에

    국정홍보처 국감에서 답변하고 있는 정순균 국정홍보처장.

    “당초 주장대로 국정홍보처를 폐지하는 방안을 대선공약에 반영할 것이다. 국회 상임위에서 국정홍보처 예산이 삭감되지 않았지만 예결특위에서 삭감하는 쪽으로 뜻을 모아나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홍보처 폐지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예결특위에서 뜻이 제대로 모아지지는’ 않은 것 같다. 2003년도 국정홍보처 예산이 우여곡절 끝에 2002년 대비 28억원 늘어난 502억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이다. 15억원을 늘리기로 한 당초 합의안보다 더 증가한 것이다.이렇듯 국정홍보처는 ‘정권 홍보처’라는 비난을 들으며 집중적인 예산 삭감 대상기관이 되기도 하고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예산 증액이 불가피한 기관이 되기도 한다.

    국정홍보처의 전신은 언론검열로 악명이 높았던 문화공보부에서 갈려나온 공보처. 김대중 정부가 ‘개혁’이란 이름으로 집권과 동시에 없앤 ‘정부 조직’이다. 공보처 폐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14개월 뒤 김대중 정부는 슬그머니 국정홍보처를 신설해 옛 공보처 기능의 상당 부분을 수행케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홍보 전담 국가기구는 정권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인 듯싶다”면서 “야당 시절엔 욕을 하다가도 집권하면 애지중지하게 마련인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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