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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쇠망치 살인의 충격

살인마 소재로 한 ‘영화의 추억’

‘프롬 헬’ ‘카피캣’ ‘양들의 침묵’ 대표작 … 엽기적 범인 통해 현대 사회 모순 비판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살인마 소재로 한 ‘영화의 추억’

살인마 소재로 한 ‘영화의 추억’

최초의 근대적인 엽기 연쇄살인범 ‘잭 더 리퍼’를 소재로 한 영화 ‘프롬 헬’

연쇄살인은 근대 산업사회가 ‘풍요’와 함께 낳은 괴물 자식이다. 근대 자본주의 초기, 부가 축적될수록 인간은 짐승 같은 취급을 받았고 대량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현대에도 개인은 수많은 기계의 부품 중 하나일 뿐이었다. 범인은 이처럼 병든 사회를 스스로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살인을 정당화하고, 스타처럼 주목받고 싶어 범행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살인을 계속한다.

연쇄살인이 ‘근대적인 정신분열증’이라는 데 주목한 많은 영화감독들은 앞다퉈 이를 영화화했다.

20세기 최초의 영화가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를 주인공으로 한 조니 뎁 주연의 ‘프롬 헬’이다. ‘프롬 헬’은 1880년대 영국의 빈민촌에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희생자들은 대개 40대의 창녀들이었고 시신은 내장까지 예리한 칼로 훼손되었다. 시체 옆에는 희생자의 반지와 돈이 보란 듯 놓여 있어 목적 없는 ‘살인’ 그 자체임을 보여주었다. ‘잭 더 리퍼’는 ‘카피캣’, ‘키스 더 걸’ 등 톱과 망치가 단골로 등장하는 할리우드의 슬래셔(난도질) 무비에 큰 영향을 주었다.

현대 영화팬을 사로잡은 연쇄살인범은 아마도 테드 번디일 것이다. 1970년대를 뒤흔든 살인 행각과 긴 재판으로 미국을 떠들석하게 한 테드 번디는 잘생긴 백인 청년으로 우수한 지능에 법학을 전공한 엘리트였으나 무려 20명이 넘는 여자들을 살해했다. 모범 고학생이던 테드는 첫사랑 스테파니와 신분 차이로 헤어진 이후 실연에 대한 복수심에서 그녀와 닮은 여자들을 유인해 살해했고, 재판 중 탈옥해 여대생 10여명을 더 살해했다. 다시 체포된 뒤 스스로 자신의 변호인이 되어 9년간 재판을 이끌다 1989년 사형됐다. 이 지적인 살인마는 해리 코닉 주니어가 등장하는 ‘카피캣’과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 ‘양들의 침묵’, 샌드라 블록 주연의 ‘배니싱’, 올리버 스톤 감독의 ‘킬러’에 그대로 투영되며, 살인자 영화는 관객과 벌이는 지적, 감정적 게임이라는 성격을 띠게 된다.

감독들은 매력적인 범인을 통해 현대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려 하며, 표현주의적 성향의 감독들은 피와 살점으로 짓이겨진 사도 마조히스트적 화면을 통해 살인의 쾌감을 드러내려 한다(다리오 아르젠토의 ‘엑스텐션’). 연쇄살인을 현대사회에 대한 묵시록적 심판으로 연결한 영화는 데이빗 핀처 감독의 ‘세븐’이다. ‘세븐’은 1955년 미국에서 벌어진 ‘별자리 살인사건’을 영화화한 것으로 탐식, 탐욕, 나태, 시기, 분노 등 성경에서 말하는 7가지 범죄에 해당하는 사람을 잇따라 살해한 범인과 형사 콤비의 심리전을 보여준다.



살인마 소재로 한 ‘영화의 추억’

엽기 살인 용의자 유영철씨가 갖고 있던 dvd 중 하나인 ‘공공의 적’의 한 장면

또 독립영화 ‘연쇄살인범의 초상-헨리’는 초반에 관객들과 연쇄살인범을 동일시하는 시점으로 살인을 정당화하다가 후반부에 죄 없는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하면서 관객 스스로 피 묻은 손을 발견하는 불쾌한 경험을 제공한다.

국내 작품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유명세

‘양들의 침묵’ 이후 연쇄살인범을 쫓는 것은 종종 미녀 수사원이었다. 안젤리나 졸리의 ‘본 콜렉터’와 ‘테이킹 라이브즈’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페미니즘과 연결된 연쇄살인범도 몇 명 등장했다. 멕 라이언 주연의 ‘인더컷’이나 ‘아이 오브 비홀더’에 이어 여자 연쇄살인범 이야기를 다룬 ‘몬스터’(샤를리즈 테론 주연)가 있다.

구체적인 원한 관계가 있다거나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한 연쇄, 무차별 살인은 영화가 지적하듯 가장 산업화하고, 공동체가 붕괴해 파편화한 미국식 자본주의 사회의 증후군으로 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해 한국 근대화의 그늘을 묘사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연쇄살인범 유영철씨가 소유한 ‘공공의 적’은 노부부 등을 살해하는 장면이 등장한 영화로, 크리스천 슬레이터 주연의 ‘배리 베드 씽’은 인간의 탐욕과 살인을 다소 코믹하게 풀어간 영화로 다른 연쇄살인 영화에 비하면 가벼운 편에 속한다.



주간동아 2004.07.29 445호 (p26~26)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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