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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
1.기본적인 입장은 현실적으로 그리고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임. 현재 우리 나라는 우루과이라운드 협상결과에 따라 최소시장접근 물량의 허용이라는 방식으로 쌀시장을 개방하고 있음. 즉, 개방 첫해에는 국내수요의 1%인 5만1천톤을 의무수입하고 매년 그 수입량을 늘려나가 2004년에는 국내수요의 4%인 205,228톤을 수입해 주기로 이미 약정함. 그러나 2004년 이후의 쌀시장 개방 계획은 2003년부터 다시 협상하기로 약속한 바 있음.

현행 최소시장접근을 통한 관세화 유예의 경우 이 입장을 고수할 수도 없지만 (일본도 포기, 관세화로 이행) 더 중요한 것은 최소시장접근의 범위를 계속 확대시켜 주어야 하는데 이 경우 국내 쌀 수확량에 더하여 우리가 필요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수입해서 관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음. 관세화의 경우 관세 수입으로 직접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주어 쌀농사를 포기하는 동안 다른 업종을 선택할 시간을 벌 수 있음. 장기적으로 볼 때 쌀의 수입 자유화는 불가피한 현실임.

다만, 쌀의 수입에 대해 그 자격 요건을 엄격히 할 필요가 있음. 쌀의 수입 검역을 철저히 하고 GM유전자 변형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함. 초기 관세 수준의 경우도 가장 높은 관세율을 책정하도록 해야 함.

쌀 관세화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미리 공개해 버리면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겠지만, 관세화를 주장하면서 관세화 반대를 주장하는 국내 관련단체들과 함께 관세율을 최고한도로 높이는 것이 실리를 얻는 길이라고 생각함.

2.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지금 당장 폐지할 수는 없음. 그리고,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재벌정책의 전부는 아니며 경제상황에 따라 변화해야 할 제도의 하나임.



얼마전 법원은 삼성전자 임원들과 대주주에게 경영상의 책임을 물어 회사에 손해배상을 할 것을 판결한 바 있으며, 다른 기업에서는 소액주주의 참여가 배제된 주주총회 의결사항을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린바 있음.

이는 우리나라에서 기업관련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판결로 보임. 즉, 기업의 투자 및 경영활동을 정부가 직접 규제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주주들이 경영을 감시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판결임.

그동안 재벌개혁은 30大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출자총액제한이나 업종전문화 등이 핵심적인 정책수단으로 인식되어 왔음. 그러나 이들 정책이 소기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고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온 것도 사실임. 오히려 정책의 목적달성 보다는 기업에게 추가적인 부담만 지우는 규제로 인식하는 시각도 있었음.

21세기의 재벌정책의 올바른 방향은 시장원리에 입각하여 기업의 중요한 당사자인 주주들이 기업경영을 더욱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함.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는 완화하되, 시장의 기능에 따라 주주들과 투자자, 소비자, 그리고 채권 금융기관 등의 권한을 강화하여, 그들에 의한 경영감시가 더욱 강화되는 것이 필요함.

앞으로는, 재벌 스스로 불투명한 경영과 총수 1인 지배 등 그릇된 관행을 지양하고 투명한 회계와 선진적 기업지배구조로 바꿔나가야 함.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그 정보가 즉각 투명하게 시장에 공개되고, 투자가들로부터 엄중하게 심판받고 외면당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함. 또하나, 21세기에는 재벌에 대한 시각도 변해야. 국내에서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안주하던 재벌이 아니라, 밖에서 밑지고 안에서 돈버는 국내용 재벌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살아남지 못할 경우 5년후 10년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는 ”약하고 평범한 재벌”이라는 점.

3.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는 여러모로 장점 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생각임. 신한은행과 대신증권 등과 같은 금융전업그룹을 육성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임.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에 증권, 종금 등 제2금융권이 재벌그룹의 사금고화되어 금융권 전반에 더 큰 피해를 초래했던 사실을 잊어서는 안됨.

주요 선진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일정 지분 이상 소유할 경우 監督當局의 承認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産業資本의 금융지배를 견제하고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을 유도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 경향임.

또 하나의 문제점은 국민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외국인 지분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에 대한 상대적인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므로, 내국인에 대한 소유제한을 지속적으로 묶어두기가 어려운 상황임.

궁극적으로는, 사외이사의 비중 및 역할을 강화하고 주주총회 본연의 역할을 활성화하는 등 지배구조를 선진화함으로써 은행의 경영이 투명해지도록 하고, 재벌그룹의 사금고화를 방지하되, 소유제한은 점차 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함.

(예)미국: 最大株主로서 10% 이상인 경우, 은행지주 회사가 은행지분 5% 이상 소유한 경우 事前 承認. 영국: 15% 이상 취득 또는 追加 取得으로 50% 초과時 事前 承認. 프랑스: 5% 초과時 사전신고, 10%이상 취득 또는 追加 取得으로 20% 초과時 事前 承認.

4.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영화의 접근방식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임. 민영화의 요체는 소유구조를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꾸는 것, 민간에 매각하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경쟁을 도입하고, 활성화하는 것”임. 한전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것도 바로 ”민간 매각”에 집착하고 ”경쟁 도입”은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임.

또한, 비효율적인 부문에 대한 민영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공공성이 강하거나 시장의 규모가 충분히 크지 않아 자연독점이 결과되는 산업, 또 민간부문에 맡겼을 때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는 산업에 대한 민영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함.

예를 들어 철도산업에 대한 민영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철도 민영화는 대단히 주의해야 함. 영국의 경우가 철도 민영화의 완전 실패를 경험한 대표적인 예임.

대처 시절부터 시작된 영국의 민영화는 BT(British Telecom), BP, BA 등에서 절정을 이룸. 한편 메이저 총리 시절부터 본격화된 철도 민영화는 질낮은 써비스, 연이은 대형 사고, 신규 투자 중지, 값비싼 요금 체계 등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있음.

민영화된 철도업을 불하받은 민간회사들이 안전을 도외시하며 수익창출에만 급급하여 지난 3년간 영국 철도는 매우 잦은 철도사고를 경험했음. 작년부터 영국 정부가 다시 나서 철도 안전 점검에 나섰는데 이에 대해 민간회사들은 저항하고 있음. 현재 안전 점검으로 러시아워를 제외한 모든 시간대에 기차가 제시간에 다니는 법이 없음. 보통 1시간 연착 등, 작년 더타임즈는 영국과 인도의 기차를 비교하여 인도의 철도산업을 본받을 것을 촉구함.

문제는 민영화 - 효율 향상 - 소비자에게 이득 배분이라는 선순환의 고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임. 민영화 - 영리만 추구 - 안전 소홀, 신규투자 중지 - 잦은 사고, 높은 요금체계, 벽지 노선 폐쇄 등과 같은 악순화을 초래함. 우리나라의 경우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올 확률이 높음.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민영화의 방법론”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급선무임. 소유구조 전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쟁의 도입을 통한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가 요체임.

5. 원칙적으로 법인세의 추가 인하나 폐지에는 반대.

법인세 폐지 내지는 인하 주장의 근거는 첫째,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 둘째, 외자유치 등 국제적 조세 경쟁 때문에, 셋째, 법인세는 기업소득에 대해 과세하므로 이중, 삼중 과세다라는 것임.

첫째, 기업의 투자 의지를 확대하기 위해서 법인세를 사용한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 기업의 투자 결정은 투자하려는 의지, 산업에 대한 경기 전망, 자금 조달 능력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고려되어 결정됨. 그런데 그 중의 일부분인 자금 조달 능력 중 자기자본의 부분을 조금 늘려주는 법인세의 인하는 매우 사소한 부분임. 이에 반해 법인세의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는 정부 재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법인세 인하로 투자 의욕을 확대시키자는 주장은 무리가 있음. 자금조달능력 중에서도 법인세의 인하보다는 기업이 直間接的인 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무리가 없도록 하면 법인세 인하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음.

둘째, 국제적 조세 경쟁 때문에 법인세 인하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음. 법인세 인하에는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만 혼자서 법인세가 높으면 안됨. 따라서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서 페이스를 맞춰서 인하해야.

그런데 현실적으로 우리 나라의 법인세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높지 않음. 또 법인세가 높아서 우리 나라에 투자 못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음. 그러므로 외자 유치를 위해서 ”불필요한 규제 철폐” 등 다른 장애 요인을 먼저 척결하는 것이 법인세 인하보다 더 중요함.

셋째, 二重課稅의 소지가 있으므로, 법인세를 철폐하자는 주장은 무리가 있음.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토지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경우 모든 세금을 다 철폐하고 토지에만 과세하면 토지 소유자가 토지 사용자에게 적절히 부담을 전가하여 세금이 고루 부과된다고 주장한 적이 있음. 이 같은 주장과 동일한 선상에 있음. 문제는 과세가 기본적으로 이중 삼중의 측면이 있다는 것임. 현실적으로 법인세의 철폐가 무리인 것은, 토지에만 과세하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인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음. 보다 장기적으로 복지 국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세수 발굴과 세수 확보가 더욱 중요해짐. 시기상조임.

6. 노사정위원회는 98년1월15일 IMF 환란 직후에 출범하여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기여를 한 바 있음. 4년여 지난 현재 노사정위원회는 근로시간 단축과 주5일 근무제의 도입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는 등 실효성 논란이 있는바. 좀더 효율적인 운영에 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임.

IMF 이후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정리해고도 과거에 비하면 수월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정권이 바뀐다고 현재의 상황을 다시 IMF 이전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 또한, 유럽방식을 새롭게 검토하기 보다는 현재의 제도를 잘 운용하는 것이 더 중요.

”정리해고 없는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라고 얘기되는 한국전기초자의 서두칠 前사장의 경험에 따르면, 회사가 어렵다고 가장 먼저 정리해고 방식에 쉽게 의존하는 것은 短見이며, 정리해고 없이 임직원들이 ”한배에 탄 운명공동체” 의식으로 뭉쳐서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비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長期的으로 성과를 크게 올리는 것임.

시민단체나 노동단체에서는 노동의 유연성이 너무 제고되었고, 정리해고에 너무 의존한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노조가 있는 대기업의 경우 사실상 정리해고가 까다롭고 노동의 유연성이 여전히 떨어진다는 평가도 존재. 제도의 문제라기 보다는 운용과 활용의 문제. 아무리 좋은 유럽식 제도라고 해도 ”악용”한다면 도리가 없음.



주간동아 317호 (p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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