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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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 씁쓸… 눈물… 세 권의 책 세 가지 맛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5-01-05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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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쾌… 씁쓸… 눈물… 세 권의 책 세 가지 맛
    쉬지 않고 세 편의 소설을 읽었다. 권 수로 치면 5권. 박현욱의 ‘동정 없는 세상’(문학동네), 전경린의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1·2’(생각의 나무), 김하인의 ‘아침인사1·2’(생각의 나무). 책에 대한 촌평을 하자면 ‘동정 없는 세상’은 빙긋 웃음을 주지만, ‘난 유리로…’는 뒷맛이 개운치 않으며 ‘아침인사’는 예상대로 최루성이다.

    ‘난 유리로…’라는 외기조차 힘든 긴 제목의 소설에서만 조금 시간이 걸렸을 뿐 나머지 두 소설은 그냥 술술 읽힌다.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결론이 보인다. 그렇다고 ‘난 유리로…’가 다른 작품보다 특별히 해석을 필요로 한다는 뜻은 아니다. 주인공 은령이 시인 유경과 마흔셋의 돈 많은 남자 이진 사이를 오가다 결국 심약한 유경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줄거리를, 평론가의 말대로 ‘개인의 자유를 확인하려는 열정’으로 해석해야 할지 말지 망설이는 시간이면 족하다. 전경린의 또 다른 소설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을 읽으며 주인공 미흔의 맹목적 외도에 뭔가 의미를 부여하려 애쓰다 포기했을 때와 꼭 같은 기분이다.

    차라리 ‘아침인사’는 솔직하다. 김하인의 전작 ‘국화꽃 향기’의 틀(병든 여인을 향한 지고지순한 남자의 사랑)에 주인공(우영과 정미)과 무대(바닷가)만 바꾸어 놓았는데도 어김없이 눈물을 선물한다. 지고지순한 사랑의 주인공은 우영처럼 헌칠한 키에 좋은 집안과 약속된 미래가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굳이 따지고 싶지 않다. 제6회 문학동네 신인작가상 수상작인 ‘동정 없는 세상’은 작가의 재치가 느껴지는 꽁트 같은 장편이다. “한번 하자”로 시작해 “한번 하자”로 끝나는 수미쌍관(首尾雙關)의 수사에 심사위원들이 높은 점수를 줄 만도 하다. 동정을 버리고 싶어 안달하는 고3 남학생과 냉담한 척하지만 내심 첫경험을 기대하는 동갑내기 여학생의 심리를 이처럼 경쾌하게 다룬 소설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소설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쓰는 것 아닐까. 연애소설 세 편을 질리도록 읽은 뒤 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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