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6

2001.05.31

좌충우돌 ‘타이거풀스’ 정체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이후 주목… 프로야구-축구 진출 검토로 재력, 경영진에 관심 집중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

    입력2005-01-31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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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충우돌 ‘타이거풀스’ 정체는?
    ‘체육복표 사업자 타이거풀스, 해태 야구단 인수 검토’ ‘타이거풀스, 프로축구 제11구단 창단 검토’.

    최근 언론에 등장한 타이거풀스와 관련한 기사 내용이다. 일반인으로서는 “도대체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타이거풀스라는 업체가 무슨 돈이 있어 웬만한 재벌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야구단과 축구단 창단을 검토할까” 하고 의아해할 만도 하다.

    현재 프로야구단을 인수하려면 한국야구위원회 가입금을 포함해 적어도 200억원이 필요하며, 1년 운영자금이 100억원 가량 들어가므로 적어도 300억∼4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이 정도 금액을 동원할 수 있는 기업이란 흔치 않다. 여기에 축구단 창단 얘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타이거풀스란 낯선 기업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대체 한국타이거풀스(대표 이주혁)란 어떤 업체인가. 야구단과 축구단을 인수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김대중 정권 마지막 이권사업’이라는 얘기를 들은 체육진흥투표권(체육복표) 사업이란 어떤 내용이고, 시작도 하기 전부터 말이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타이거풀스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회사가 체육복표 사업을 위한 ‘준비된 회사’라고 말한다. 체육복표 사업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지난 97년 하반기부터 체육복표 사업의 일종인 풀스 게임의 최초 운영기업인 영국 리틀우즈 레저사(社)와 APMS사, 이탈리아의 SNAI사 등과 체육복표 사업에 대한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선진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제공받아 한국형 모델을 개발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



    좌충우돌 ‘타이거풀스’ 정체는?
    지난해 12월 체육복표 사업자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최홍일)이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을 제치고 자신들을 위탁사업자로 선정한 것도 이런 노력과 준비를 인정한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타이거풀스측은 지난 2월16일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정식으로 위탁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9월까지 중앙전산센터와 복표 발매기 등 시스템 구축을 완료, 시험 발매를 거쳐 본격 사업을 시작한다.

    프로 축구와 농구를 대상으로 시행에 들어갈 체육복표는 미리 돈을 내고 투표권을 구입, 경기의 예상 승패나 스코어를 기입해 등록하고, 예상이 적중하면 정한 비율의 환급을 받는 제도다. 당장 내년에는 5000억원 안팎의 시장 규모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체육복권 사업으로 얻는 수익금은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월드컵조직위원회에 10%를 지원하고 경기장 건설 40%, 국민체육진흥기금 10%, 기타 문화-체육 사업에 10%씩 분배된다.

    한국타이거풀스는 사업 운영업체인 타이거풀스를 축으로 조흥은행을 주거래은행 및 주주사로, 삼보컴퓨터, 인성정보, LG EDS 등의 정보통신 전문기업들을 시스템부문 주주사로, 넥스트미디어 등 9개 주요 언론사를 언론부문 주주사로 영입하는 등 유통-금용-시스템-광고 및 언론 등 체육복표 사업과 관련한 7개 분야 38개 기업들이 주주로 구성되었다. 자본금은 500억원.

    대표이사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인천방송 사장(98년 8월~2000년 2월)을 역임한 이주혁씨가 지난해 3월부터 맡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경영권은 김윤환 민국당 대표의 사위인 송재빈 부사장(33)이 장악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회사 관계자들도 “송부사장이 나이도 있고 해서 전문경영인 영입 차원에서 이사장을 모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타이거풀스에 쏠리는 눈길도 송부사장 때문. 체육복표 사업자 ‘사전 내정설’이 심심찮게 흘러나온데다 ‘젊은’ 송부사장이 사업권을 따내기도 전에 많은 주주사를 끌어들인 것. 송부사장 뒤에 그를 돌보는 ‘실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정계 재편을 겨냥해 김윤환 대표를 ‘끌어안기’ 위한 현 정권의 정치적 배려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이주혁 사장은 “엄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사업자로 선정되었고, 이제는 이 사업을 성공시키는 문제만 남았다”면서 근거없이 떠도는 얘기에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도 “뒤를 봐주는 실세가 있었다면 지난해 12월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후 올 2월 정식계약을 하기까지 곡절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경쟁한 업체의 ‘음해’라고 주장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지난해 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것이 사실이다. 야당인 한나라당 등에서 사업자 선정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시민단체 인사들에게 선정과정을 감시하게 하도록 하는 등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 것.

    그러나 사업자로 선정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무렵 이 회사 주식이 고가에 거래되었다는 증언까지 흘러나와 여전히 의혹 대상이 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에게서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2만7000원 정도에 인수하라는 제의를 받았다는 한 인사는 “당시 회사 관계자는 사업권 획득을 기정사실처럼 말했고, 사업권을 따면 주가가 8만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받았다”고 밝혔다.

    좌충우돌 ‘타이거풀스’ 정체는?
    어쨌든 우리 나라에 처음 도입된 체육복표 사업이 오는 9월부터 실시될 예정이지만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강원랜드 카지노 사업이 엄청난 수입을 올리는 것에 비춰 족히 1조원대 시장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축구가 생활화한 유럽보다 시장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도 있다.

    이주혁 사장은 “비슷한 시기에 관련 법 개정으로 체육복표 사업을 도입한 일본이 올 3월 사업을 개시한 이후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내년 개최되는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 나라에도 축구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고조되고 있어 사업 성공을 확신한다는 것.

    타이거풀스는 체육복표 사업의 성공을 위해 현재의 프로축구 10개 구단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이주혁 사장은 “현재 서울-대구-광주에는 연고 구단이 없는 상태”라며 “체육복표 사업의 성공을 위해 각 지방에서 축구단이 신설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축구단 신설 과정에 타이거풀스측의 도움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구단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연고 구단이 없는 지역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곳은 대구. 문희갑 시장이 대구시와 대구 연고 기업, 그리고 타이거풀스 등의 컨소시엄을 통해 축구단을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선 상태. 그러나 올 4월 대구시 의회가 이를 거부해 현재는 축구단 설립이 주춤한 상태지만 타이거풀스측은 문희갑 시장의 추진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해태타이거스 야구단 인수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 내부적으로는 해태 야구단을 인수하기에는 벅차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민주당 인사들이 “타이거풀스가 해태 야구단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흘리는 바람에 곤혹스런 처지가 되었다고 한 관계자는 말한다. 민주당측의 얘기를 정면으로 부인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타이거풀스측은 체육복표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정치 바람’을 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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