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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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PC는 가전제품 만능 리모컨”

컴퓨터로 제어하는 ‘홈 오토메이션’ 시대 … 목소리만으로 작동 ‘PC의 가정혁명’ 성큼

  • < 이석원/ e-칼럼니스트 lswcap@ahapc.com >

    입력2005-03-21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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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PC는 가전제품 만능 리모컨”
    조만간 PC가 가전제품을 지배하게 될 겁니다.”2001년 1월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소비자 가전쇼(CES). 인텔의 CEO 크레이그 배럿은 이 자리에서 PC기능의 무한 확장을 예고했다.

    이는 곧 홈 오토메이션(Home Automation)을 의미하는 것이다. 홈 오토메이션이란 주택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말한다.

    홈 오토메이션이 가져다줄 가정혁명은 다음과 같다. “모든 가전 제품, 살림집기들이 가정용 PC라는 한 가지 제어장치로 ‘집결’된다, PC 모니터로 인터넷사이트 불러내듯 가전제품들, 집안 구석구석을 원격으로 자유자재로 제어하고 가전제품의 활용에 필요한 고급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다.” 개별적 가전제품들에 인터넷기술이 접목된다는 뉴스는 많이 나오고 있다. 홈 오토메이션은 가정 내 ‘통합된 네트워크’를 꿈꾼다는 점에서 이보다 훨씬 집약적인 개념이다.

    국제소비자가전쇼(CES)는 홈 오토메이션의 예고편이었다. 크레이그 배럿은 “모든 가전 제품이 디지털화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인텔의 야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차세대 윈도 ‘휘슬러’를 통해 PC가 PDA, 라디오, 심지어 시계까지 제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울트라 PnP라는 통합 기능을 이용해 모든 가전기기를 한데 묶으면 PC와 가전 제품의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그가 CES에서 내건 슬로건 역시 ‘가정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가) 가능케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집 PC는 가전제품 만능 리모컨”
    빌 게이츠 회장은 이런 주장을 증명이나 하려는 듯 기조연설에서 시계와 라디오, 포켓PC(PDA) 등을 모두 음성으로 조정하는 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멀티미디어 TV인 DIREC TV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생방송 프로그램 두 개를 한꺼번에 보다가 멈출 수 있고 위성 방송도 35시간까지 저장할 수 있다. PC에서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건 기본이다. 자동차용 PC도 관심거리였다. PC는 위성과 연결해서 가장 가까운 코스를 알려주고 무선 통신을 이용해 필요한 데이터를 받았다.



    홈 오토메이션엔 어떤 첨단기술이 필요할까, 또 그것들이 가져다 줄 생활의 혁신은 어떤 것들일까. 소비자의 입장에서 이를 정리해보자.

    음성 인식은 홈 오토메이션에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 사람의 목소리가 리모컨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형광등, 현관문을 포함한 거의 모든 가전제품-기기에 적용된다. 고장났을 때 해결 방법까지 사이버 도우미가 친절하게 알려준다. 전화는 없어지고 PC와 연결된 인터넷폰으로 직접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통화한다. 이미 국내 모 대학 연구팀과 벤처업체가 공동으로 개발한 한글 음성 인식 엔진을 이용하면 사람의 목소리를 암호처럼 인식할 수 있다. 암호화된 음성으로 가정에 있는 모든 가전 제품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지기술도 필요하다. 홈 오토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컴퓨터가 모든 환경을 제어한다. 감지기는 주위 온도나 환경, 화재 여부 등을 컴퓨터에 알려주고 필요한 조치를 내리게 한다. 음식 찌꺼기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변환기, 좀더 현실에 가까운 영상을 보여주는 가상 체험 기술도 유력한 홈 오토메이션 기술이 될 것이다.

    움직일 필요성이 줄어든다는 점, 오락거리를 많이 준다는 점, 생활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 안전해진다는 점이 홈 오토메이션이 몰고 올 생활의 변화들이다. 우선 인터넷이 더 가까워진다. 냉장고, TV에서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성으로 원하는 정보를 불러들일 수 있어 따로 이용 방법을 배울 필요도 없다. 오븐은 저절로 요리를 만들고 늦은 시간이면 조명도 바뀐다. 냉난방은 저절로 조절돼 최적의 상태가 유지된다. 끄지 않은 가전 제품은 저절로 꺼진다. 정원의 스프링클러는 정해진 시간에 스스로 물을 뿜는다.

    오토메이션은 오래 전부터 발전을 거듭해왔고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사업이다. 당연히 지금도 주위에서 홈 오토메이션을 응용한 제품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발전될 분야는 보안이다. 무인 보안 시스템은 주인이 없어도 도둑이 들어오거나 화재 위험이 생기면 저절로 소방서에 알려준다.

    사이버 아파트는 홈 오토메이션의 시범지구가 될 것이다. 화면에 펜으로 직접 필요한 명령을 입력하는 웹 패드를 이용해 가전 제품을 무선으로 조절하거나 생활필수품을 구매할 수 있다. 밖에서 휴대폰으로 집안의 가전제품에 명령을 내리기도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기도 한다. 허리 굽혀가며 청소할 필요가 없다. 청소기가 방안 구석구석을 쓸어준다. 극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된다. 가정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주문하면 극장 수준의 깔끔한 화질과 음향을 즐길 수 있다. 인터넷 방송도 TV 화면으로 본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다보스 포럼(WEF)에서 과학 분야 전문가가 미래를 좌우할 기술 일곱 가지를 선정했다. 인류가 만든 모든 지식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디지털 도서관, 전세계에 있는 주요 박물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사이버 박물관, 우주선이나 배-비행기가 흔들리는 현상을 막는 자이로소코프, 음성 인식 기술, 사람의 신경과 같은 감지기, 음식 찌꺼기를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변환기, 가상 체험 등이 그것이다. 다보스포럼에서 제시된 이들 기술은 대부분 홈 오토메이션과 연관돼 있다.

    홈 오토메이션 시장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발전해왔다. SK텔레콤은 일부 지역에서 휴대폰으로 불을 끄거나 켜는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홈 오토메이션은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홈 오토메이션은 전국민이 소비자라는 점에서 그 사업규모는 전방위적이며 파생효과는 엄청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부는 2005년에 들어서면 홈 오토메이션 시장 규모가 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홈 오토메이션시대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이제껏 선보인 기술은 당장 실용화할 수 있다지만 값이 너무 비싸다. 더구나 일반인은 큰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고 있다. 업계의 입장에선 최소 1, 2년은 투자만 해야 할 듯하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관건은 PC와 가전 제품을 연결하는 부분인데 여기도 문제가 있다. 무선 통신 규격인 블루투스, 일본 가전업계가 다수 채택한 IEEE1394, PC에서 주로 쓰이는 USB 등 수많은 유무선 규격 가운데에서 어떤 걸 쓸 것인지, 혹은 이런 인터페이스를 모두 쓴다면 PC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또한 휴대폰으로 홈 오토메이션을 제어하려는 일부의 움직임에 대항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PC를 강력하게 밀고 있다. 여기에는 가전업계, 통신업계, PC업계의 생존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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