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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밤 매춘에 우는 나타샤… 쏘냐…

러시아 마피아-국내 보도방 ‘커넥션’… 여관 전전 윤락생활, 거부 땐 납치 감금 폭행도

긴긴 밤 매춘에 우는 나타샤… 쏘냐…

긴긴 밤 매춘에 우는 나타샤… 쏘냐…
1월12일 새벽 3시40분 미7공군 사령부가 있는 경기 송탄시 유흥가. 매력적인 외모의 슬라브계 여인이 24시간 영업을 하는 한 카페테리아에 앉아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과 눈길을 맞추고 있었다. 그녀의 눈길은 다분히 유혹적이었다. 얼마 후 문을 열고 들어선 러시아 여인 하나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이어 30세 전후의 외국인 남자가 들어와 합석했다.

“당신들은 러시아에서 왔는가?” 필자가 세 사람에게 다가가 이렇게 묻자 긴 금발을 뒤로 빗어 묶은 남자가 유창한 영어로 나지막하게 말한다. “난 미국인이며, 이 여자들의 매니저다.”

두 명의 여성은 러시아에서 왔다고 한다. 이들은 부근 나이트 클럽이나 모텔에서 막 ‘일’을 끝내고 나왔다고 한다. 이들은 또 다른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존’이라고 소개한 미국 남자는 ‘어디 사느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며 서둘러 여자들을 데리고 나갔다.

필자는 미군부대 주변 유흥가를 대상으로 존의 행적을 탐문했다. 그 결과 그는 속칭 ‘보도방 업주’로 드러났다. 무등록 직업소개소인 ‘보도방’이 한국에 들어온 러시아 여자들의 매매춘 알선창구가 되고 있다. 더구나 러시아인보다는 ‘문화적 이질감’이 덜한 미국인이 주한 미군부대 주변 매춘시장을 무대로 러시아 여성 보도방 영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

긴긴 밤 매춘에 우는 나타샤… 쏘냐…
존과 러시아 여성은 어떻게 연결됐을까.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속칭 ‘사할린 마피아’들이 러시아 여성들을 한국으로 들여보내면 한국에서 이들을 인도받아 관리하는 조직이 있다. 아마 존도 그런 조직의 일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송탄 지역에는 미7공군(7AF)이 주둔해 있는 오산 AB(Osan Air Base)가 있다. 7공군은 흔히 팩에프(PACAF)라고 불리는 미국 태평양공군 산하 부대며, 기지에는 51전투비행단과 31특수작전항공단 등 6개 부대와 6800여명의 미군 및 군속이 있다. 오산 AB의 메인 게이트 앞 쇼핑 몰에는 40여개의 미군 클럽이 있다. 이곳에서 많은 러시아 여성들이 ‘댄서’와 ‘접대부’로 일한다. 클럽마다 10∼15명의 러시아 여성들이 스테이지 위에서 춤을 춘다. 스테이지가 없는 작은 규모의 클럽에도 두서너 명은 있다. 오산의 미군 클럽에선 러시아 여성 없이는 장사가 어려울 정도다.

이들은 반라 차림으로 춤을 추다가 미군이나 한국인 손님이 웨이트리스를 통해 부르면 테이블에 와 앉는다. 손님 자리에 앉은 러시아 여성들은 대부분 매춘에 응한다. 매춘에 나서지 않고선 돈벌이가 신통치 않기 때문이다.

클럽에서 댄서로 일하는 러시아 여성들은 대부분 주변 보도방에서 관리한다. 이들에겐 고작 월 300∼400달러의 급료가 정해져 있지만 이 돈마저 직접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보도방 업주들은 매달 업주로부터 러시아 여성 한 명당 45만원 내외의 ‘임대료’를 수금해간다. 러시아 여성이 실제로 받는 돈은 월 100달러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마저 바로 주는 건 아니다. 거의 후불인데다 심지어 출국시 지불한다는 조건도 있어 과연 이 돈마저 제대로 지불되는지는 미지수.

그러니 길거리에서 치킨 한 조각을 사먹고 싶어도 당장 돈이 없는 러시아 여성들은 매춘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송탄의 클럽에서 일하는 한 러시아 여성은 “거의 모두 몸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매춘에 나선다. “투나잇, 호텔, 오케이?” “오케이, 투 헌드레드 달러!” 클럽에서 만난 손님들과 즉석에서 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성이 100달러밖에 없다고 하면 가격은 더 내려간다. 이렇게 해서 매춘 거래는 50∼300달러 선에서 이뤄진다.

러시아 여성의 매춘 루트는 클럽뿐이 아니다. 오산의 몇몇 여관들은 투숙객이 요청하면 15만∼20만원을 받고 러시아 여성을 방으로 불러준다. 이들 여관도 보도 조직들과 연결돼 있는 것. 이 경우 돈의 일부는 여관 수수료가 되며 대부분은 업자가 직접 챙긴다. 러시아 여성에게 얼마가 돌아가는지는 알 수 없다.

러시아 여성들은 취업비자(E-6)나 관광비자(C-3)를 갖고 들어온다. 한 보도방 관계자는 “관광비자로 오는 여자들 100%가 윤락 목적”이라며 “관광비자 소지 입국자의 경우 거대 범죄조직과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마피아 조직이 들여보내는 윤락녀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대개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로프스크에서 온다. 웨이트리스, 가정주부, 회사원, 학원강사, 대학생 등 직업도 다양하다. 전문직 종사자나 고학력자도 많다.

이들은 사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홍콩, 중국 등지로도 나간다. 한국에 윤락녀를 공급하는 사할린 마피아는 신문과 잡지 광고를 통해 여자들을 모집한 뒤 한국으로 들여보낸다. 보도방 업주는 “연해주에서 관광비자로 들어오는 여자는 예외없이 사할린 마피아의 손을 거쳤다. 이들은 여자 송출사업을 독점하기 위해 납치와 감금, 폭력 등 테러를 행사한다”고 말했다.

송탄시의 경우 사할린 마피아가 보낸 여성들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송탄 지역 폭력조직과 연계된 보도 업주들에게 넘겨진다. 보도방 관계자는 “여관에서 주문이 오면 낮에도 세 번, 네 번 가야 한다. 밤에는 클럽에 나가고 일이 끝나면 또 다시 여기 저기 여관으로 실려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보도방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폭력배들이 사정없이 두들겨 패거나 강간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99년 12월13일 서울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은 사할린 마피아의 여자 조직원 루덴코 빅토리아(22세)를 검거했다. 그동안 사할린 마피아는 자신들의 조직원을 한국에 들여보내 보도업자들과 관계를 유지해왔다. 보도업자들을 관리하고 윤락 대금을 수금하기 위해 조직원을 한국에 정기적으로 잠입시킬 필요가 있었던 것. 루덴코 빅토리아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녀는 이름을 바꾸어가며 위조 여권으로 한국에 오갔으나 미리 검거된 보도업자의 협조로 덜미가 잡혔다.

루덴코 빅토리아는 독한 인상을 지녀 윤락녀들이 아주 무서워했다고 한다. 그녀는 한국이 처음이라고 진술했지만, 해방촌에 있던 그녀의 주거지를 수색한 결과 국내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이 숱하게 나왔다. 빅토리아는 검거된 뒤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강제 출국되었다. 빅토리아와 함께 사할린 마피아 조직원으로 일해온 몰로코바 이리나는 1년여가 지났으나 아직 검거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빅토리아 검거와 함께 러시아 윤락녀를 공급받아온 5개 보도조직과 유흥업소 업자 12명을 검거해 9명을 구속하고 2명의 보도 조직원을 지명 수배했다. 50여명의 윤락녀 중 관광비자를 가진 20여명은 출입국관리소에 넘겨 강제 출국시켰다.

수사 결과 사할린 마피아는 당시 2000여명으로 추정되던 러시아 윤락녀의 30%를 이태원과 해방촌 보도업자들에게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보도업자로부터 윤락녀 1인당 매월 1000달러를 송금받았다. 여자들에게는 한 달에 500달러를 주기로 했으나 출국 후 러시아에서 준다는 조건이었다. 사건 수사를 지휘한 박은재 검사는 “보도업자들은 러시아 여성들을 풀 가동시키면서 돈을 빨아먹고 있었어요. 아주 지독한 인간들입니다. 사할린 마피아도 마찬가지입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1.01.25 269호 (p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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