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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삐딱이’ 가 많아야 세상이 바뀐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나!”

일상의 길 거부한 삐딱이들‥ ”저항하라” ”튀어라” ”개겨라”

”누가 뭐래도… 나는 나!”

”누가 뭐래도… 나는 나!”
99명이 윗사람, 동료들과 ‘평화스럽게’ 지내며 ‘안전빵’의 길을 걸을 때 혼자서 ‘팝콘’처럼 튀는 극소수가 있다. 이들 때문에 질서정연하게 ‘세팅’된 조직이 일순간 이 빠진 도자기처럼 된다.

사람들은 이들을 ‘문제아, 삐딱이, 반항아, 트러블메이커, 아웃사이더, 게릴라, 고문관, 양아치…’로 부른다. 이들은 “그래, 나는 내 멋대로 산다”고 천연덕스럽게 응답한다. ‘제도, 관행, 상명하복, 학연-지연-혈연, 획일성, 엄숙주의, 집단주의의 타파’. 아웃사이더의 행동지침 1장1절이다. 이들은 “내가 게릴라라고? 애초부터 ‘정규군-게릴라’의 이분법은 없다. ‘나’부터 찾아라. 그것이 세상이 발전하는 길”이라고 부르짖는다.

탤런트 이지은씨와 결혼해 유명세를 탄 벤처기업 인츠닷컴의 이진성 사장(34). 최근까지 서울 테헤란밸리의 호사가들 사이에서 그는 ‘날라리’ ‘바람둥이’로 불렸다. 이사장은 복장이 튄다. 그래서 ‘여자관계가 복잡할 것 같다’는 선입견이 사실인 것처럼 퍼진 것이다. “벤처업계에서도 악성루머는 엄청나다. 튀는 사람을 깎아내리려 한다.”(이사장) 그는 지난해 2월 한 ‘패션쇼’에 모델로 참가했다. 얼마 뒤 하나은행 부행장과 전략적 제휴 조인식을 맺는 자리엔 힙합바지에 가죽재킷 차림으로 참석했다. 이사장은 “남이 뭐라든 상관없다”고 말한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나!”
1990년 취업준비생이던 그는 한 공기업 공채시험에 응시해 면접까지 보게 됐다. 면접관이 “영어를 왜 이렇게 못하느냐. 이 성적으로 어디 다른 데라도 취직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다른 데 취직해 보이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는 모임을 싫어한다. 그러나 어떤 자리에서도 하고 싶은 말을 다한다. 그래서 그는 ‘똘아이’란 닉네임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벤처리더스클럽’에 참석했을 때 그는 ‘뜬금없이’ “막내지만 한마디 하겠습니다. CEO가 소나타Ⅱ 타는 게 자랑이 아닙니다. 그거 ‘쇼맨십’ 아닙니까?”라고 해서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집단주의다. 인츠닷컴엔 성균관대 출신이 없다. 그가 이 학교 출신이어서 일부러 채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사장은 “난 고등학교, 대학교 동창회에도 나가지 않는다. 난 내 실력으로 승부한다”고 말했다.

탤런트 이지은씨와 두세 번 만나고 나서 결혼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주변의 첫 반응은 “이진성이니까”였다. 그는 결단력 빠르기로 벤처업계에선 정평이 나있다. 벤처투자자들은 인츠닷컴에 50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사장은 믿음을 주는 ‘똘아이’인 셈이다.



연극단 연희단거리패 이윤택 단장(50)의 인생은 한마디로 ‘조직에 대한 반항’ 자체다. 고3 때 그는 학교수업을 포기했다. 흥사단, 원불교, 합창반, 연극부, 문예반 일에 열중하면서 교과서 대신 ‘삼국유사’를 읽었다. 서울 S대에 합격했으나 등록금을 들고 공인도 안 된 서울연극학교(현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는 1학기만 다니다 ‘관념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퇴했다.

첫 직장은 부산우체국. 몇 개월 뒤 일이 힘들다며 뛰쳐나왔다. 두번째 직업은 마산의 한 섬유공장 근로자. 염색주임과 대판 싸우고 그만뒀다. 한국전력에 입사했다가 역시 물러났다. 그는 얼마간 공부한 뒤 부산일보 수습기자 공채시험에 응시했다. 면접장에서 사장이 “응시자격은 4년제 대학 졸업자로 제한돼 있다. 자네가 왜 지원했나”고 물었다. 그는 “대학은 안 나왔지만 동등한 실력은 있다고 자부합니다”고 답했다.

기자생활은 ‘비교적’ 긴 편(6년6개월)이었다. 86년 퇴사한 그는 연희단거리패를 결성해 연극을 시작했다. 그의 테마는 ‘굿’이었다. 무당 40명을 연극무대에 세웠다.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연극계의 주류에선 ‘이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10여년이 지나 이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연극계의 기린아가 됐다. 손숙씨가 주연한 ‘어머니’, ‘시민K’, ‘오구’, ‘문제적 인간-연산’, ‘햄릿’,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등 그의 연극, 뮤지컬들이 국내외에서 크게 히트하면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어느새 그에겐 ‘연극계의 본류’라는 딱지가 붙었다.

그러자 99년 그와 연희단거리패는 경남 밀양으로 내려가 버렸다. 그는 “제도권 연극계로 편입되는 것을 스스로 막고 원래의 ‘아웃사이더’ 자리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연희단거리패는 ‘밀양을 한국 연극의 메카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이씨는 제도권을 ‘정복’했던 게릴라다. 그는 “반항, 저항의식을 놓치지 마라. 문제아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여성4인조 ‘꿈꾸는 사람들’은 ‘삐딱이’로 통한다. 이들의 ‘임무’는 ‘삐딱한 시선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꿈꾸는 사람들은 4개월에 한 번씩 십만원 비디오페스티벌을 연다. 99년에 시작돼 오는 3월이면 14회를 맞는다. 독특한 생각을 표현해 보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행사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비디오카메라로 30분 정도 자신의 주변을 촬영해 보라고 권한다. 멤버 최소원씨(29)는 “그러면 한 편의 훌륭한 ‘영화’가 된다”고 말했다. 10만원이면 충분하다며 직접 돈을 주기도 한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나!”
지난해 11월 서울 아트큐브에서 열린 행사엔 60여 편의 작품이 들어왔다. 초등학생, 고교생, 대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영화감독’에 도전해왔다. 소재는 외계인, 공부, 라면, 귓병 등 마음대로다. 제주도의 여고생 강현진양은 ‘검은 봉다리’란 제목의 작품을 출품했다. 영화는 슈퍼마켓 주인이 ‘생리대’를 ‘검은 봉다리’에 넣어주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강양은 생리대는 왜 검은 비닐 봉지에 넣어져야 하는지에 의문을 품는다. 그녀는 여성의 생리현상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꼬집고 있다.

꿈꾸는 사람들은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분이 없는 사회’를 꿈꾼다. 그것은 개인의 생각이 주류 집단의 위세에 눌리지 않고 다양하게 표출되는 사회다. 최씨는 “당신의 견해, 관점은 영화화될 만한 가치가 있을 정도로 소중하다”고 말했다.

DJ DOC는 가사를 직접 쓴다. 이 그룹 멤버 이하늘씨는 “평소 생각하는 걸 표현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5집 앨범 만들 때 반주곡 틀어놓고 흥얼거리며 가사를 만들었다. 이들은 컴퓨터 키보드 대신 종이, 연필을 이용한다. 밤새 담배꽁초와 A4용지가 수북이 쌓인다.

그래서 나온 5집 앨범의 수록곡 ‘LIE’, ‘포조리’는 사이비언론과 경찰을 향해 ‘씨방새’, ‘×같은 짭새’…등 원색적인 욕을 퍼붓는다. 덕분에 음반은 청소년에게 판매 금지됐다. 지난 연말 TV프로그램에서도 이들을 불러주는 데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 그룹은 사회를 비판하고 저항하는 것일까, 아니면 고도의 상업전략인가.

매니저 박태영씨는 “사고쳐서 경찰서 들락거리는 바람에 2년 반 공백이 생겼다. ‘잘나가던 때가 좋았지. 지금은 돈 떨어져 휴대폰도 끊겼어’라는 노래까지 만들었다. 걔네들한테 무슨 상술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회변혁’이니 ‘진보’니 하는 엄숙한 단어 역시 DOC에겐 가당치 않다는 게 박씨의 말이다. 5집은 경찰서에서 본 대로 느낀 대로 써댄 거라고 한다.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DOC는 자신을 ‘양아치’라고 부르는 행인들과 싸움을 벌였다. 이들의 노래도 ‘조건반사적’이다. 누르면 튀긴다. 몸 가는 대로 ‘힙합하우스테크노댄스’하듯 내키는 대로 지껄인다.

데뷔 이래 6여 년 동안 DJ DOC는 세상 사람을 향해 “다음 한 가지만 갖고 살아라”고 외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개김의 정신’이다. “옆집 아저씨 내 젓가락질 보고 뭐라 그래. 하지만 난 이게 좋아 편해 밥만 잘 먹지. 나는 나예요 상관말아요요요”(DOC와 춤을), “부르조아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 Why Why 왜 난 니들처럼 살 수 없냐?”(부익부 빈익빈), “그 잘난 머리 펜 잘 굴려라. 나 홈런 맞은 투수처럼 멍하니 보고 있진 않아”(LIE), “윗대가리 하는 짓거리…내가 뛰어봤자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걸 안다. 인제 다 깨버린다. 미안합니다.”(알쏭달쏭)



주간동아 2001.01.25 269호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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