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1

2000.11.30

섹시 스타들의 신나는 첩보전

  • 입력2005-06-01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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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시 스타들의 신나는 첩보전
    우리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과 아쉬움 중 하나는 바로 영화 속 여성 캐릭터에 관한 것이다. 최근 우리 영화에서 여자들의 모습은 많이 다양해져 예전처럼 무능력하지도, 궁상맞지도 않고 고정관념의 틀에서 많이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상향조정된 역할이나 직업만큼 의식도 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쉬리’의 이방희는 일급저격수에 훈장까지 받은 테러리스트지만 적수인 남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의 임무에 완벽을 기하지 못한다. 반면 남자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물론 당시에는 몰랐지만) 여자를 사살함으로써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수행한다.

    우리 영화의 남녀관계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여자의 순애보적인 사랑이다. 사나이들에게는 감히 여자가 들어올 수 없는 세계가 따로 있어서 사랑을 접어놓고 자신의 임무와 공동체를 위해 몸을 던지지만, 여자는 사랑 때문에 너무나 쉽게 무너지고,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한다. 스크린 밖에서는 당차고 씩씩한 ‘또순이’ 최진실이 ‘단적비연수’ 같은 영화에선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가녀린 모습으로 등장해 밤낮으로 눈물만 흘려대는 것도 여성 관객들의 눈엔 그리 곱게 비치지 않는다. ‘다이 하드’ ‘미션 임파서블’ 같은 영화의 주인공은 왜 꼭 남자여야 할까. 가끔은 남자보다 더 강하고 터프한 여자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악당들의 엉덩이를 사정없이 걷어차는 영화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바로 ‘미녀 삼총사’다. 어디선가 들어본 제목이라고? 그렇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됐던 70년대의 인기 TV시리즈물을 스크린으로 옮긴 것이다.

    이 영화엔 사랑 따위에 눈물짓는 여자는 나오지 않는다. 남자친구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임무가 떨어지면 뒤도 안돌아보고 달려나가고, 하룻밤 연정을 나눈 남자가 악당임을 알고는 땅끝까지 쫓아가서 뜨거운 일격을 가하고야 마는, 화끈하고 과격한 여자들이 주인공이다. 더구나 늘씬한 몸매에 섹시한 외모까지 갖췄으니 남성 관객들에게도 인기 만점일 수밖에.

    영화의 기본 설정은 원작과 비슷하다. 베일에 싸인 백만장자 찰리가 설립한 사설 첩보기관에 근무하는 세 명의 여성 첩보원들이 주인공. 뛰어난 미모와 스포츠맨 같은 체력에 무술실력, 변장술, 해킹능력을 소유한 이들은 찰리의 명령에 따라 테러 위협에 시달리는 개인의 신변을 보호하고 인질을 구출하며,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첩보활동에서 맹활약을 펼친다. 녹스테크놀로지의 설립자이자 세계적 부호인 에릭 녹스가 사무실에서 납치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회사측은 찰리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고 미녀 삼총사들은 게이샤, 배꼽춤 댄서, 자동차 레이서 등으로 위장 근무하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할리우드의 젊고 아름다운 세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 드루 베리모어, 루시 류가 주연을 맡아 환상의 트리오 연기를 보여준다. 육해공을 누비는 미녀들의 거친 액션연기와 ‘매트릭스’ 무술팀이 지도했다는 멋진 쿵푸솜씨, 여기에 적절히 곁들여지는 유머가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현지에서는 ‘지적이지 않다는 것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 ‘007과 미션 임파서블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이 가진 겉치레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호평을 받으며 폭발적인 흥행기록을 세웠다. 한마디로 재밌고 속시원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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